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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다양한 꽃을 그렸나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그렸어요.’라는 답을 합니다. 오늘은 이 ‘그냥’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지식이 있습니다.‘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신문의 이름은?’‘삼각형의 내각의 합은?’‘지난 화요일에 한 일은?’이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식을 ‘서술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서술적 지식은 사실에 관한 지식이며, 그 내용을 의도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고,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입니다.
이에 반해 문법을 정확히 몰라도 말을 할 수 있고, 자전거 타는 방법을 설명하기 어려우면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행동이나 기술 또는 무엇을 하는 방법에 관한 지식으로서 말이나 글로 표현 할 수 없는 지식을 ‘절차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때 처음에는 그 내용을 설명하는 서술적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훈련을 거듭함에 따라 그 지식은 절차적으로 변화합니다.
●서술적 지식 훈련 통해 절차적 지식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는 서술적 지식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테면, 처음으로 ‘2+3=5’라는 더하기 연산을 배울 때 아이들은 문제 자체를 달달 외워서 답을 냅니다. 암기과정을 통해 머릿속 서술적 지식 창고에 더하기의 바로 그 예를 그대로 집어넣었다가 그대로 꺼낸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2+4=?’이라는 문제에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술적 지식의 목록에는 이 문제의 답이 없으니까요. 따라서 2+3과 개념적으로 동일한 문제이지만 지식 창고에는 없는 ‘3+2=?’이라는 문제나 ‘5-2=?’이라는 문제에도 당연히 답을 댈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처음 연산을 가르칠 때 ‘2+3=?’의 답은 알면서도 ‘3+2=?’의 답은 대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답답해하고 야단치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혼을 내도 아이는 답을 댈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을 꺼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더하기를 가르칠 때는 배운 그 문제만 알고 있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또한 배운 장소에서나 배운 과목에서만 문제 해결하기를 원치도 않습니다. 수학 시간에 더하기를 배웠다면 그 문제가 숫자로 된 문제든 문장으로 된 문제든 해결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학시간에 더하기를 배웠어도 다른 과목시간에 더하기가 필요하면 해 낼 수 있고 나아가서는 학교 밖의 실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더하기를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배운 장소와 시간을 넘어서서 생전 처음 본 문제가 주어져도 원리를 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더하기에 관한 절차적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2+3=5’라는 문제를 외워서 푼 아이는 그 문제밖에 답을 낼 수 없지만 더하기라는 절차적 지식을 가진 아이는 처음 본 억 단위의 숫자를 가지고도 더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숫자만 달라졌지 과정은 동일한 것이니까요.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느린 서술지식의 사용에서 빠른 절차지식의 사용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체험 통한 절차적 지식을 익혀야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것은 절차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절차적 지식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요? 물고기 그림을 직접 그리게 하고, 꽃 그림을 직접 그리게 하십시오. 왜 물고기 옆면을 그렸냐는 물음 후에 꽃 그림이 달라진 것을 직접 보게 하십시오. 자기 손으로 그린 물고기 옆면을 자기 눈으로 보고 난 연후에야 꽃 그림이 ‘그냥’ 달라집니다.
체험을 통한 절차적 지식이야말로 평생을 가는 지식입니다. 구슬치기를 하며 배운 더하기 빼기가 책상 위에서 배운 더하기 빼기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어린 시절 배운 자전거 타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타도 쌩쌩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은 아실 겁니다. 체험의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배운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냥’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지식을 얻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