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 찬성집회, 음란광고물 수거, 미인대회…
학생들은 점수따기 급급 각 단체는 행사에 마구 동원
학부모가 대신 참가도 “봉사 안하고도 점수받아 학생들 거짓말 배우는 셈”
- ▲ 지난 6월‘용산구민 한마음걷기대회’에서 중고등학생들이 강변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이들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봉사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 서구청은 거리에 뿌려진 불법광고물을 수거하는 일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학생들이 전단지 100장, 벽보 40장을 수거해 가면 4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 받는다. 이런 광고물에는 전라(全裸)의 여성이 등장하는 ‘출장마사지’, ‘폰팅’ 등 음란광고물에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는 것도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 옷 주머니에서 음란광고지를 발견하고 기겁을 하고 당장 그 일을 그만두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구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수거해온 광고물을 보니까 논란이 되는 성인광고는 별로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6월에는 인천 지역 학생 100여명이 교복을 입은 채 ‘미스인천 선발대회’에 관중으로 참석했다. 관람석에 앉아서 자리를 채우면 5시간 봉사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대신해 봉사활동을 하고 점수를 받거나, 아예 돈으로 봉사활동 점수를 구입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고양시 A 복지단체는 바자회 티켓 1장당 5000원씩 학부모들에게 팔고, ‘봉사활동 2시간’ 확인증을 끊어주었다. 이 단체는 이런 식으로 티켓을 500만원어치 팔았다고 한 학부모가 밝혔다.
- ▲ 지난 7월 말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 현장에서 골프장 찬성 집회에 동원된 인천지역 중학생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봉사가 오히려 해악이 되면 곤란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주먹구구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왔지만, 최근 양상은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한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 고진광 대표는 “학생들이 봉사가 아닌 활동을 하고 봉사점수를 받는 것은 ‘거짓말’을 배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경기대 청소년지도학과 이광호 교수도 “학생들이 2시간 봉사활동을 해놓고 4시간 확인증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편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봉사활동이 이렇게 변질되는 것은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각 시도교육청은 봉사기관들을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신청 학생수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년활동진흥센터 활동지원부 김정배 부장은 “학생들이 건강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봉사활동’
미국 학교에서 배운 내용 활용
미국의 고등학교 가운데 약 40%는 봉사활동을 해야 졸업할 수 있는 ‘자원봉사 졸업필수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학생들이 알아서 봉사활동을 하고, 확인증을 받아오라’는 식은 아니다. 대부분의 공립학교에 ‘자원봉사센터’가 있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단체나 시설로부터 신청 받아 학생들과 연결해 준다. 봉사활동은 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술 시간에 배운 것을 활용해 공공 시설이나 복지 단체의 벽화를 그리거나, 음악 시간에 악기를 배운 뒤 복지관 등에서 연주회를 여는 방식이다.
프랑스 지역사회 문제 조사활동
프랑스는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市)의 교통 문제’라는 과제로 시가 공모를 하면 청소년들이 직접 신호등이나 교차로 등의 문제를 조사해 보고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일본은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이 아니라 노동후생성이 청소년 자원봉사를 총괄하고 있다. 영국은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의과대학에 진학할 때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식으로 봉사활동을 활용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01/20071101001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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