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2005년 11월 20일 오전. ‘기록제조기’ 이은정(26·삼성전자)이 도쿄 마라톤 25㎞ 지점을 선두권에서 통과하고 있었다. 한국 최고기록의 동일구간보다 3분이나 빠른 폭발적 페이스.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1997년 권은주) 경신이 눈앞인 듯했다. 그리고 35.5㎞ 지점. 그녀는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했다. 중도 기권이었다.
◆장면 #2
1년 뒤인 2006년 11월 말. 그녀가 ‘숨어 있던’ 강릉의 한 숙소에는 컵라면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감독이 어렵게 찾아냈을 때 그녀는 혼자 울고 있었다. 숙소에서 이탈한 지 한 달이 흐른 뒤였다. 44㎏이었던 몸무게가 10㎏이나 불어 있었다. 두 장면 사이의 시간은 1년. 그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녀는 “연습하는 것이 재미있다”던 한국 여자마라톤의 희망이었다.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았어요. 왜 뛰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그냥 이대로 쉬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죠.”
2005년 기록경신 실패와 슬럼프로 이은정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일 시곗바늘처럼 이어진 훈련과 휴식의 반복, 좌절감 등이 우울증 증세로 번졌다. 팀에서 찾아 나서지 않았다면 그녀의 ‘은둔’은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은정은 지난해 말 병원에서 한 달간 치료를 받고 복귀했다. 첫 3개월은 ‘살빼기 훈련’이었다고 한다. 회복은 빨랐다. 중국 곤명, 강원도 횡계 훈련을 거치면서 컨디션을 되찾았고 지난 4일 2년여 만에 출전한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29분32초를 기록하며 멋지게 재기했다.
많은 스포츠인들이 좌절 이후에 더 큰 영광을 맛본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폴라 래드클리프(영국)는 2004아테네올림픽서 생전 처음 중도 기권의 충격을 맛봤다. 올해 1월에는 출산을 했고, 척추 아래쪽 뼈에 피로 골절도 당했다. 그러나 래드클리프는 지난 주말 뉴욕시티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재기했다. 이은정은 “내년 봄이면 한국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 훈련에서 5㎞를 17분30~40초에 뛰는 이은정은 내년 초부터 이를 16분대 후반으로 당길 계획이다. 오인환 감독도 “한국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녀의 목표는 2시간24분대. 내기가 허용된다면 이은정이 내년 봄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기록을 경신한다는 쪽에 걸겠다.
http://spn.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09/20071109002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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