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증권사이트 들락날락
감시 피해 화장실서 휴대전화·PDA로 주식 거래
사상 최대 폭락한 날 날아간 투자금 걱정에 일손 못잡고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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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체 G사에 다니는 류모(29·서울 강남)씨는 16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평소 습관대로, 투자한 주식종목 가격을 보기 위해서였다. 컴퓨터 화면을 본 순간 류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머리가 쭈뼛해졌다. 빚을 내서 주식에 돈을 쏟아부었는데, 주가 폭락으로 하룻밤 사이에 500만원이 날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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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증시 사상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검은 목요일’(16일) 아침, 주식 투자를 하는 직장인들이 거의 패닉(恐慌) 상태에 빠졌다.
충격에 빠진 투자자들은 직장마다 삼삼오오 모여 증발해버린 투자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류씨는 “주식 때문에 하루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면서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 많아서 회사 분위기가 IMF외환위기 때보다 더 침울했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2000까지 오르자 직장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광풍에 휩쓸리고 있다. 특히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충격으로 국내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자 온통 신경이 주가에 쏠리고 있다. 하루종일 주식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주가를 확인하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해 안절부절못하는 ‘스톡홀릭(stockholic·주식중독)’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스톡홀릭에 골치 아픈 회사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서모(40) 과장도 인터넷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종일 주식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는 전형적인 ‘스톡홀릭’ 이다.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주식 그래프만 들여다본다. 주가가 내려가면 후배들에게 화를 내고, 주가가 좀 올랐다 싶으면 기분이 갑자기 좋아져서 동료들 사이에서 ‘주식 기상청’으로 통한다.
주가가 급락한 16일 서 과장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거의 업무를 보지 못했다. 그동안 믿고 투자했던 우량주마저 모두 떨어져 5000만원이 눈깜짝할 새 사라졌다. “주가를 볼 수록 더 불안하니까 보지 마라”고 권하는 동료의 충고도 아랑곳않고 서 과장은 하루종일 모니터에 코를 박고 산다.
서 과장처럼 주식에 빠진 사원들이 늘어나면서 회사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화그룹, GS 칼텍스, 신세계, 롯데백화점 등 많은 기업들이 업무용 컴퓨터로 주식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한국전력 홍보실 관계자는 “업무시간에도 주식에 빠져 있던 직원이 결국 중간 정산해서 받은 퇴직금까지 모두 날린 사례도 있었다”며 “주식 때문에 일에 집중을 못하는 사원들 때문에 회사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의 ‘감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스톡홀릭에 빠진 직장인들은 상관의 눈을 피해 컴퓨터는 물론이고 PDA(휴대용 개인 컴퓨터), 휴대폰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주식 거래를 한다. 심지어 화장실 같은 곳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직장인들도 있다.
◆병원 찾는 스톡홀릭들
스톡홀릭 증세로 정신과 상담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부분 스트레스, 우울증, 소화장애 등 복합적인 증세를 호소한다. 송신경정신과 송성용(37·서울)원장은 “주식문제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작년보다 2배로 늘었다”며 “휴대폰 등을 통한 주식 매매가 확산되면서 젊은이들의 중독성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유앤김정신과 유상우(43)원장은 “주식중독으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와 식욕부진으로 고생하던 30대 후반 직장인이 얼마 전에 찾아왔었다”면서 “직장인이 주식중독에 걸리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톡홀릭이 도박중독과 다를 바 없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스톡홀릭은 대부분 ‘단타매매’(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것)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것이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신영철 교수는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 주식거래를 하면 안구건조증, 긴장성 두통 등 2차 증세도 생긴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17/20070817000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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