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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특파원칼럼] 도요타와 후지산

鶴山 徐 仁 2007. 8. 13. 15:22
선우정 도쿄특파원 su@chosun.com



도요타와 후지산을 지난주 다녀왔다. 성격은 다르지만 일본 경제와 자연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함께 자주 찾는 곳이다. 도요타 공장은 세 번째, 후지산은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도요타는 기자가 아니라 일반 견학자 신분으론 처음이었다.

그래서 외국인이 도요타 견학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평일인데도 우리 일행 외에 반바지 차림의 한국 젊은이들이 섞여 있었다. 가족을 동반한 중국인도 많았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생산하는 쓰쓰미(堤) 공장이었다. 공장 직원은 “견학자 중 20% 정도가 외국인이고, 중국과 한국인 순서”라고 말했다.

후지산 등산로에 도착하는 심야버스에도 일본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 탄 듯했다. 어둠을 타고 정상까지 1500m 높이를 올라가는 도중에도 외국인들이 이어졌다. 공원 사무소 직원은 “연간 등산객 20여 만명 중 30% 정도가 외국인이고 서양인이 다수”라고 말했다. 후지산은 7·8월 두 달만 산문(山門)을 연다. 이 정도면 ‘외국인 거리’로 손꼽히는 롯폰기(六本木)나 아오야마(靑山)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도쿄 도심에 있는 롯폰기, 아오야마와 달리 도요타와 후지산은 공공교통을 이용할 경우 도쿄에서 각각 3시간 정도 걸린다. 게다가 실제로 가보면 별것 없다는 공통점까지 있다. 후지산은 30분만 올라가면 나무도 없는 ‘맨땅’이 급경사로 이어진다. 1년 중 300일은 구름에 덮여 있어 전망조차 없는 때도 허다하다. 도요타 역시 엄청난 설비가 있는 것도, 노동자들이 특별한 재주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유명한 도요타식 생산방식은 전문가에게만 보일 뿐이다. ‘일본 정신의 원천’(후지산), ‘사무라이 경영의 정수’(도요타) 등 현란한 수식어는 사실 간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다.

도요타와 후지산은 일본인 손님이 날로 줄어든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저출산으로 젊은 인구가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요의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처음 자동차를 사는 젊은층 구매다. 해발 3770여m 후지산 역시 근력이 있는 젊은이가 줄면 한적해진다. 이런 고민을 외국인이 해결해 주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도요타 자동차를 사고 일본에서 후지산에 오르는 중심층이 외국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일본 제조업과 관광업을 지탱해 주는 것이 외국인이란 뜻이다.

외국인들이 도요타나 후지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인 스스로 도요타와 후지산을 “일본의 최고 가치”라고 자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후지산에 대한 일본인들의 경외는 사방팔방에 ‘후지(富士)’란 마을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후지산이 콩알만하게 보여도 ‘후지미(富士見)’ 이름을 붙여놓고 명당 대접을 한다. 도요타도 시민들이 원래 ‘고모로(擧母)’란 시 이름을 1959년 도요타 자동차 이름을 따 도요타(豊田)시로 바꿨을 정도다. 창업자 도요다 기이치로(豊田喜一郞) 동상도 시청 광장에 세웠다. 언론과 학자들은 도요타를 ‘일본식 경영의 부활’을 상징하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일본인이 이러니 외국인 입장에선 도요타나 후지산을 안 가보면 일본을 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까지 받는다.

일본은 스스로 사랑해야 외국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생존술을 깨우친 듯하다. 외국인 이전에 자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제조업도, 관광업도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얼마 후 인구 감소시대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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