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體育. 演藝分野

본즈의 홈런기록에 냉담한 이유

鶴山 徐 仁 2007. 8. 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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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의 홈런기록에 냉담한 이유    

   

“저 선수는 시샘이 많은 친구야. 이해하라고.” 6년 전인 2001년 7월 미국 북서부의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열렸을 때 어떤 미국 기자가 해 준 말이다. 여기서 ‘저 선수’는 바로 배리 본즈(Bonds)다.

당시 화제의 주인공은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세웠던 ‘철인’ 칼 립켄(Ripken) 주니어였다. 그 해 시즌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는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쳤기 때문이었다. 그 홈런을 내준 투수는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박찬호였다. 박찬호도 그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박찬호를 취재하기 위해 내셔널리그 클럽하우스로 달려갔더니 벌써 많은 미국 기자들이 박찬호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벌이고 있었다.

사람들 어깨 너머로 박찬호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누군가 허벅지를 건드린다는 걸 느꼈다. 돌아보니 소파에 깊숙이 파묻혀 TV를 보던 본즈가 다리를 뻗어 발로 내 다리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는 ‘당신이 내 시야를 가리고 있다’는 듯 자신의 눈과 TV를 번갈아 가리켰다. ‘별 볼일 없는 동양 기자라고 무시하는 것 아냐?’ 속으로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참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국 기자가 위로랍시고 한마디 건넨 것이다.

엊그제 본즈가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756개)을 세웠다. 대단한 업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그의 신기록 달성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가 약물의 힘으로 대기록을 세웠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버드 셀리그(Selig)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라는 말로 본즈에 대한 반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본즈의 신기록 달성 순간의 TV 시청률이 고작 1.1%에 불과하다는 사실, 미국의 동부지역 일부 언론이 본즈의 신기록 달성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 등도 미국 내 분위기를 전달해 준다.

사실 본즈는 그가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1998년 이전에도 대단한 능력을 가진 타자였다. 90년과 92년, 93년 등 세 차례나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과 질투심으로 본즈는 늘 언론 및 동료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터에 약물 사건까지 불거지자 그를 두둔하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었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는 많은 위대한 기록들이 있다. 하지만 그 기록의 주인공들이 모두 위대한 선수였던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만 하더라도 통산 최다안타(4256개) 기록을 세운 피트 로즈가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 야구 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영구 제명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본즈와 로즈의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사람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물론 본즈는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가 타석에 서면 ‘cheater(사기꾼)’란 문구가 등장한다.

모두에게 존경 받는 스타는 실력만으로 탄생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혹자는 겸손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위대한 선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정직일 것이다. 눈앞의 인기나 이익을 위해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는 유명인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경우 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스포츠 세계에서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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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리 본즈


  • 고석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