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南北美洲.濠洲

지구상에 두 점을 잇는 선은 곡선이다

鶴山 徐 仁 2007. 7. 4. 10:07

 

[오마이뉴스 제정길 기자]
▲ 여행은 두 점을 잇는 선이다.
ⓒ2007 제정길
여행이란 점과 점 사이를 잇는 기다란 선이다. 그것은 직선의 형태를 띄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곡선이다. 어찌보면 여행이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두 점을 잇는 선도 결코 직선일 수 없다는 것'을 배워가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 시애틀로 가는 기내에서 내려다 보이는 눈 덮힌 산, 구름, 그리고 마을.
ⓒ2007 제정길
새크라멘토를 떠난 비행기는 활주로를 이륙하자마자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에 떴다. 하늘은 맑고 발 아래에 구름 몇 점 저들끼리 어울려서 짝짓기를 하다가 창가에 앉은 내 눈에 띄자 머쓱한 듯 슬그머니 뒤로 꽁무니를 뺐다.

구름이 빠져나간 자리에 인간이 만든 도시라는 구조물들이 개미보다 더 낮게 엎드려 있다가 그것 마저 산야에 묻혀 이내 사라졌다. 지구는 거대한 바다와 산들의 집합이고 그 산들 중, 어떤 것들 아직도 눈에 덮혀 있다. 오늘은 5월 21일, 집(서울) 떠난 지 27일째, 크루서(Cruise) 여행을 하기 위해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 구름과 산과 강
ⓒ2007 제정길
하늘에서 바라다 보이는 지구는 아름답다. 바다는 언제나 한결같이 낮게 누워있고 그 위로 산이 삐죽히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 사이로 강이 교신자 노릇을 하기 바쁜듯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인간이 만든 길이란 것이 더러 산야를 가로질러 보지만 종내는 제 풀에 스스로 길을 잃어 꼬리를 감추어 버린다. 산에 올라보면 사람 사는 게 보이더니, 하늘에 떠 보니 산의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 화산 분화구
ⓒ2007 제정길
비행기는 1시간 50분을 난 후에 시애틀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은 크고 넓었다. 행선지를 찾아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탑승을 위하여 사람들 무료하게 기다리는데 특이하게 공항 바닥에는 금속으로 조각된 물고기들이 길 안내자 처럼 촘촘히 밖혀있었다. 그것들을 따라가 앵커리지행 비행기를 탔다.

▲ 기내에서 내려다 본 씨애틀 원경
ⓒ2007 제정길
3시간 30분 동안의 앵커리지행 비행은 내가 겪은 공중이동 중 가장 덜 지루한 것이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시애틀 도심의 전경을 잠깐 보이더니 해안선을 따라 북상, 이윽고는 눈덮힌 장대한 산맥들이 눈에 들어왔다.

ⓒ2007 제정길
구름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산이 있고 산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강이, 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바다가 있었다. 산과 바다는 구름을 두고 서로 연적관계인 것처럼 보였다. 백색 왕관을 쓴 눈덮인 분화구가 산 위의 구름에 대한 연서라면 넓은 사구에 줄기줄기 구불어지며 한낮의 햇살에 빤짝이는 빛을 발하는 물살 빠지는 갯벌은 바다 위의 구름에 대한 꽃다발이었다.

▲ 노인네 손등의 힘줄처럼 길게 주름진 사구
ⓒ2007 제정길
앵커리지 공항은 한적하였다. 예상보다 기온은 낮지 않았지만 우리 일행을 태우고 가야할 차는 오지 않았다. 우리가 타고 가야할 크루서가 정박해 있는 위티어(Whittier)항까지 가는데 반드시 통과해야 할 터널의 전기가 고장이라서 갈 수 없다나, 어쩐다나. 3시간 30분을 공항바닥에서 죽치고 있다가야 겨우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버스였다.

▲ 앵커리지에서 위티어로 가는 노변의 산들
ⓒ2007 제정길
해변을 따라 위티어항으로 가는 길의 경치 또한 만만치 않았다.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 물이 빠져 나간 갯벌에 칼날처럼 날을 세운 눈덮힌 산들의 위용은 가히 알래스카라 할 만하였다. 산은 물에 비쳐 더 높아 보이고 물은 산에 가려 더 낮아 보였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려 문제의 터널을 통과하자 바로 위티어항이 나타났다.

▲ 앵커리지에서 위티어로 가는 노변의 산들 2
ⓒ2007 제정길
그곳에 그는 있었다. 그의 큰 덩지를 눈 쌓인 산 아래에 감추고 말 잘 듣는 코끼리처럼 순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게가 91000톤, 길이가 300미터, 높이가 16층, 810명의 승무원에 최대 2300여명의 승객을 태우는 아일랜드 프린세스(Island Princess)호는 우리를 태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승선할 방은 8층 댁(Deck) 후미 왼편에 위치한 해안을 향한 발코니 가진 그럴사한 놈이었다. 배에 탑승을 마치니 저녁 8시 30분, 새크라멘토의 집을 나선 지 9시간 만이었다.

▲ 항구에 정박중인 아일랜드 프린세스호
ⓒ2007 제정길
정작 크루서 여행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시간은 하루가 후딱 가버렸고 점과 점 사이의 이동은 아무리 애를 써도 어차피 곡선일 수밖에 없음을 또 한 번 깨달아야 했다. 그나마 몇 개의 변곡점을 가진….

/제정길 기자


덧붙이는 글
그랜드캐니언에 이어 14일간 알래스카와 카나다 록키를 다녀왔다. 알라스카는 7박 8일간 앵커리지에서 뱅쿠버까지 가는 유람선(Cruise)을 이용하였고, 카나다 록키는 한인 관광업체의 투어버스를 타고하는 단체관광에 편승하였다.

지난 번 그랜드캐니언에는 직접 차를 몰고 스케줄을 임의대로 만들어가며 여행을 하였으나 이번에는 정해진 스케쥴대로 움직이는 단체관광을 선택하였다. 단체관광은 속박인 점도 있으나 편리하고 저렴한 편이어서 좋은 면도 많았다. 특히나 두 여행이 대비되는 점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배와 버스, 영어로 대화하는 여행과 한국말로 대화하는 여행, 상대적으로 영세한(?)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업체와 세계적 기업이 운영하는 관광여행, 각각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많았다.

기사는 여행중에 작성하였으나 사진 처리및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 부득히 중간 거점인 새크라멘토로 돌와와서 송고하고 있다. 기사는 연속하여 씌어진 관계로 가능하다면 처음 부터 이어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기사는 여행지의 풍물 보다는 여행하면서 느끼는 '늘근백수'의 생각 위주로 쓰여진다.

때로 글이 배배 꼬이고 난삽한 형태로 나타 나더라도 어여삐 여겨 해량하여 주시기를 빈다. 그것이 늘근백수의 글 특징인 것을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생각 하시면 좋은 보시가 될것이다. 아마.

이글을 올리는 오늘로 집을 떠난지 40일이 지났다. 50일 후에나 돌아갈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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