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계절학기 북적… 도서관·기숙사도 만원… 농활은 썰렁
입력 : 2007.06.21 01:00 / 수정 : 2007.06.21 02:51
- 20일 낮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 입구. 점심을 먹으려는 학생들이 30m 넘는 긴 줄을 이뤘다. 지난 14일 1학기가 종강(終講)하고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학교는 마치 지난 3월 개강 직후처럼 붐볐다. 캠퍼스 내 셔틀버스 대기장에도 50명 가까운 학생들로 북적였다.
지금 서울대 캠퍼스는 방학인데도 전혀 방학 같지 않다. 지난 18일 개강해 8월 10일까지 계속되는 여름 계절 학기를 들으려는 학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학기를 신청한 서울대 학부생은 7700여명. 전체 학부생(1만9208명)의 절반 가까운(41%) 학생들이 ‘방학(放學)’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 ▲여름방학 중인 지난 19일 오후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식권을 사는 학생들의 줄이 30m 넘게 늘어서 있다. 취업준비를 할 시간을 벌기 위해 방학 때 미리 학점을 따 놓으려는 학생들이 늘면서 서울대 캠퍼스는 학기중과 방학 구분이 거의 없어졌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 ◆취업난에 빼앗긴 방학
대학가에 방학이 사라지고 있다.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점을 미리 따놓으려는 학생들이 계절학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이나 취업지원센터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다.
2000년 6759명이던 서울대생 계절학기 수강자는 2006년에는 7465명까지 증가했다. 과거 학부 정원의 20~30% 정도였던 계절학기 수강자 인원이 40%를 넘어선 것이다. 고려대는 학부생 1만6000여명 가운데 4128명(25%), 중앙대는 2만2471명 가운데 4103명(18%)이 이번 여름에 계절 학기를 신청했다.
계절 학기가 인기를 끌다보니 방학에도 대학 기숙사는 만원이다. 학부생 220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서울대 기숙사의 경우 학생 10명 가운데 8명꼴(82%)로 방학에도 기숙사에 남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학이 되면 거의 절반 가까이가 방을 비웠다.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는 “예전에는 방학을 하면 지방출신 학생들이 고향으로 내려가서 기숙사가 텅 비곤 했는데 요즘은 학기 중이나 방학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 ◆신입생도 계절학기로 학점 관리
대학 3·4학년들 사이에선 방학 때 ‘취업 스터디를 하면서 강의도 들어 미리 학점을 따두는 것’이 유행이다. 정규 학기에는 여유를 갖고 취업 준비를 할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한국 외대 스페인어과 4학년 김대수(24)씨는 벌써 2년째 방학에 고향(대전)에 내려가지 않고 있다. 김씨는 “함께 취업 스터디를 하는 학생 5명 가운데 방학이라고 빠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방학이 되면 도서관이나 대학원 건물처럼 스터디를 할 수 있는 학내 공간에 학생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방학을 이용해 배낭여행이나 농촌활동을 떠났을 대학교 1·2학년 학생들도 “미리미리 좋은 학점을 따놓자”며 대학 강의실과 도서관에 앉아 있다. 서울대 ‘대학 국어’ 과목의 경우 학생들 사이에 “여름학기에 미리 듣는 게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강권이 2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농활대다. 학생 450명과 함께 25일부터 정읍과 부안으로 농활을 떠나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한성실(24·미학과 4년)씨는 “농활대 전체 숫자는 비슷하지만 7박8일 전체 일정에 참가하는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며 “계절 학기를 듣는 학생이 많아진 영향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나지 않자, 정규 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취업 특강과 인턴십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연세대 취업진로지원팀 관계자는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부터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서 취업 정보나 인턴 자리를 문의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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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6월 19일,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계절학기 등록 등으로 캠퍼스에 북적이고있다. /정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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