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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무장갑 화환의 향기@최정화의 믿거나말거나박물관

鶴山 徐 仁 2007. 6. 19. 14:36

 

   요즘 광화문 동아일보 근처를 지나다 보면 학교 괴담의 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방금 폐교에서 날라온 것 같은 칠이 벗겨진 유관순, 이승복, 책 읽는 어린이 조각들이 늘어서 있거든요. 밤에 보면 꽤 으스스할 거 같은데… ^^ 이건 최정화 작가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전의 일부입니다. 지난 금요일 점심시간을 틈타 번개 관람을 했죠.

 

   전시회가 다 으스스한 분위기냐 하면 절대 아니고… 일민미술관 창문을 뒤덮은 저 3만 개의 플라스틱 소쿠리들처럼 현란하기도 합니다. 저 소쿠리들의 죽여주는 색깔을 보세요… 플라스틱 소쿠리의 색깔은 분홍색도 저런 분홍색이고 연두색도 저런 연두색이어야 하는 겁니다. 소쿠리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우리에게서 복숭아색과 민트그린을 원한다고? 풋, 집어치워~

 

 

   이 전시회에서 Moon을 가장 감동시킨 것은 이 화환이었습니다. 도곡동 유여사가 보냈다는 화환! 손을 내밀어 관람객들을 환영하고 작가들을 향해 박수도 쳐주는 다목적 화환! 그 리본에는 이 화환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글귀...


   쨕 쨕 쨕 쨕 이 써있습니다.
   도 아니고 인 것입니다!

 

   이 화환을 보니 연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더군요.

   먼저 중국 장애인 예술단의 천수관음 무용

 

사진 출처: 세계일보

 

   그 다음엔 대표적인 아상블라주 assemblage 작가 아르망 Arman (Armand Fernandez, 1928-2005)의 장갑으로 만든 토르소…

 

 

   장갑을 이용한 현대미술작품은 많지만 인상적인 것이라고는 저 아르망의 작품뿐이었어요… 저 화환을 보기 전까진 말이에요. 여자 토르소 형태의 투명한 플라스틱 병 속에 장갑을 채워넣은 것인데, 만든 과정이 비교적 단순(?)한 데 비해 참 미묘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여자의 온몸을 더듬는 것 같은 이 손들은 정작 몸 내부에 있기에, 자위적인 성적 환상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고 반면에 성추행의 끔찍한 기억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요. 야릇한 불쾌감과 감탄을 함께 일으키는 작품이죠.

 

   그런데 장갑을 이용한 인상적인 작품 목록에 이제 이 고무장갑 화환이 추가된 겁니다! 이 경우엔 한없이 유쾌하기만 한 작품으로요… ^^

 

 

   이 화환은 짙은 향기도 풍깁니다. 이 화환의 향기가 궁금하시다면 당장 싱크대에 걸려있는 고무장갑을 끼고 코를 긁어보세요. 단 사용한 지 얼마 안 되는 걸로…
 

   이 전시회에는 이렇게 우습고 재미있는 것, 무시무시한 것, 씁쓸한 것, 기분 좋은 것, 짜증나는 것, 귀여운 것, 흉물스러운 것들이 한데 어울려있습니다. 그리고 정작 최정화 작가의 작품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30여 명의 다른 작가들, 학생과 일반인의 작품, 그냥 시장에서 사온 물건, 버려진 걸 주워온 물건들이 마구 섞여 있는 거죠. 별다른 작품 설명도 없이…

 

 

   그림들 중에는 "초딩"이 모사한 보티첼리의 "비너스 탄생"도 있었지요... ^^ (그런데 왜 반대방향으로 그렸을까?)

 

   그런데, 나중에 알았지만 이 중에는 유명한 미니멀리스트 미술가 댄 플래빈 Dan Flavin (1933-1996) 의 형광등 작품도 있다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그냥 형광등인 줄 알고 지나쳤나 봅니다… ^^; 이게 바로 최정화 작가가 노린 것이었겠지요. 기성품으로 만든 미술작품(수억 원이 넘는…)과 그냥 기성품(몇천 원 짜리)의 차이가 무엇인지 의문을 던지는 거죠.

 

 

   플래빈의 형광등과 달리 기억에 남는 건 이 요란한 종이 카네이션 샹들리에였습니다. 좀 감각이 떨어지는 주부가 만든 리폼 공예품 같습니다... ^^ 이걸 봐도 의문이 생기죠. 키치 예술과 그냥 촌스러운 싸구려 물건의 차이는 또 무엇인지…

 

 

   같이 간 박 모 기자... 실리콘 배추에 반해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결국 최정화 작가는 “예술품”과 “상품”의 차이는 별로 없다는 것, 보고 미적 쾌감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게 예술품이라는 것, 미술관도 백화점처럼 보고 고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살 수 있어요. 저 소쿠리는 한 개에 천원이라더군요. (싸긴 한데 별로 사고 싶진 않았습니다… ^^;) 그밖의 것들은 별로 안 싸던데요...? 저 벽에 걸린 주홍색 소반이 마음에 들었지만 10만원이었답니다! -_-

 

 

   전시회는 10월 15일까지입니다. 그리고 최정화 작가의 작품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랍니다. 이 거대한 과일나무가 그의 작품이지요. ^^

 

사진 출처: 한국일보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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