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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 文化參考

[스크랩] 1300년 전의 문명탐험가, 신라인 혜초

鶴山 徐 仁 2007. 5. 13. 14:24
 
  • 기행문은 ‘시대의 실록’이다. 당대를 여실히 증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기행문은 먼 훗날에도 불후의 고전으로 빛을 발하게 되는 법이다.

    1300년 전, 신라의 고승 혜초는 구도의 푸른 꿈을 안고 천축(天竺·현 인도)을 비롯한 서역을 두루 방문하고 당대의 실록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100년 전 일이다.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P.Pelliot)에 의해 둔황 막고굴 장경동(藏經洞·17동)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는 저자명도 책명도 결락된 9장의 황마지 두루마리 필사본 절략 잔간(殘簡)이었다.

    혜초는 704년 경 신라에서 태어나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구법 차 당나라에 갔다. 광저우에서 인도의 밀교승 금강지(金剛智)를 만나 사사하고, 그의 권유로 723년에 천축행에 나선다. 장장 4년간에 걸쳐 천축과 서역의 여러 지방을 돌아보고 나서 개원 15년(727) 11월 상순 당시 안서도호부 소재지인 구자(龜玆, 현 쿠처)를 거쳐 장안에 돌아온다. 그 후 장안의 여러 명찰에 머물면서 40여년간 밀교 연구와 전파에 진력한다. 그는 궁중 원찰인 내도량의 지송승(持誦僧)을 지내며 관정도량(灌頂道場)이나 기우제 같은 국가적인 중요 밀교의식을 관장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780년 한 생의 마감을 예감한 듯, 70여세의 노구를 이끌고 오대산 건원보리사(乾元菩提寺)에 들어가 역경본을 필수(筆受·번역한 것을 받아적음)하다가 조용히 붓을 놓은 채 천화(遷化·고승의 죽음을 뜻하는 말)한다. 혜초는 중국 밀교의 제6대조로서 밀교의 전통을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대덕고승이다.

  •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씨가 그린 혜초. 조선일보 DB
  •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답파한 여정과 그 속에서 보고 들은 것을 사실적으로 기술한, 탐험적 성격이 짙은 문명 기행문이다. 그 내용의 대부분은 직접 목격한 것이지만, 더러는 전문을 기록한 것도 있다. 거개가 한 나라를 단위로 해서 기술했지만, 일부는 한 지역을 개괄해서 서술하기도 하였다. 나라에 따라 기술 내용이나 분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가는 방향과 소요시간, 그리고 왕성의 위치와 규모, 통치상황, 대외관계, 기후와 지형, 특산물과 음식, 의상과 풍습, 언어, 종교, 특히 불교의 유행 정도 등을 간명하게 기술하고 있다.

    현존 3권짜리 절략 잔간의 분량은 227행에 약 6370여자이나, 원본의 분량은 대략 405행에 1만 1380여자로 추산된다.

    동양에서 혜초에 앞서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를 해로와 육로로 일주한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아시아 대륙의 서단 대식(大食·현 아랍)까지 다녀와서 현지 견문록을 남긴 전례는 없다.

    그는 최초로 인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멀리 서아시아까지 다녀온 한국의 첫 세계인이며, 그가 남긴 기행문은 남아 있는 한국 최고(最古)의 서지로서 분명 국보급 진서이며 불후의 고전이다. 타향만리 험난한 여정에서도 그는 고국과 겨레에 대한 구수지심(丘首之心)을 내내 간직한 채 나라와 고향 사랑의 얼, 극세(克世)와 창의의 넋, 탐구와 구지의 슬기를 만방에 과시한 ‘위대한 한국인’이다.

    이와 더불어 기행문은 높은 사료적 가치를 지닌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왕오천축국전’(8세기 전반)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13세기 후반), 오도릭의 ‘동유기’(14세기 전반),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14세기 중반)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의 하나(가장 앞섬)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 관련 서적으로는 내용의 다방면성이나 진실성에서 단연 으뜸가는 명저라는 것이 동서양 학계의 한결같은 평가다.

    여행기에는 여러 가지 초창적인 기록이 있다. 또한 간결한 필치와 정확한 표현으로 이방의 색다른 풍물을 적절하게 서술함으로써 뛰어난 필재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시재(詩才)가 투영된 5수의 5언시는 ‘서정적 기행문’이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 ▲정수일·문명교류사가
  • 고전은 영원한 지식의 샘이며 영혼의 불꽃이다. 우리는 ‘왕오천축국전’이란 당대의 실록에서 역사를 꼼꼼히 배우며, 그 속에 녹진하게 배어있는 저자의 탐구정신과 겨레사랑정신, 그리고 세계정신을 고스란히 건져내어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우리네 국보급 진서가 아직까지도 편취당한 채 저 멀리 무연고지(無緣故地) 파리의 한 도서관에 유폐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만시지탄을 뒤로 하고, 그 반환과 더불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기리고 전승하는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