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국방부차관 김영룡의 글

鶴山 徐 仁 2007. 5. 6. 10:06
 

포토맥강 언덕에서(07.4.12)


국방부차관 김 영룡


 어느 사이엔가 회색빛 나뭇가지에 푸르름이 커져가고 지난 겨울이후 국방부를 숨가쁘게 몰아쳤던 국방개혁법의 법제화, 자이툰부대 파병연장동의안, 미군기지이전사업과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시기문제는 봄소식과 함께 방향과 틀을 제대로 잡아가고 있다.


필자도 국방부실무자와 팀장 430여명과 함께 1박 2일 혁신워크숍을 마치고 워싱톤D.C 공식방문의 길에 올랐다.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던 9.11테러 흔적은 이젠 말끔히 사라진 펜타곤, 이곳에서의 공식일정은 한국담당 차관보와의 면담, 잉글랜드 부장관과 오찬을 겸해 한미동맹, 작통권이양, 기지이전 및 기지반환등에  대한 정책협의로 시작되었다. “비온뒤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를 만큼 그 동안 껄끄러웠던 문제들을 해소한 후인지라 양국 국방부간 더욱 깊어진 신뢰와 우의를 이번 방미를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이루어진 미 국방성의 군사변환국, 정보화정책국, 경영혁신국의 업무브리핑 청취와 질의응답에서 미,군사혁신이 국방성주도로 매우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워싱톤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위치한 미 합동군사령부를 방문하여 스미스 사령관과의 면담, 사령부 임무 브리핑, 합동 전장실험실 견학과 Q&A를 통해 미국 군사혁신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특히, 미래전장환경하에서 합동전력의 운용개념을 발전시키고 모의전투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하는 실사구시적 접근방식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번 방미중 의례적인 의전행사라고만 생각했던 한국전 참전기념비에의 참배, 알링톤 국립묘지의 무명용사비에의 참배, 그리고 뜻하지 않게 이루어진 맥아더장군 기념관 예방은 의전행사 이상의 깊은 인식, 즉 자유와 평화란 수없이 많은 희생으로 지켜져 왔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일상에서 멀리 벗어나 홀가분하게 여행하는 일정 속에서 간간이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해법이 무엇일가에 대해 아무리 궁리해보아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가 않았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면 국방개혁법의 법제화, 미군기지이전사업의 착수,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시기 합의, 병영문화 개선, 군 의무발전계획, 국방 정보화사업 등 어느 것 하나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니고, 이제 막 겨울내 마른 들판을 손질하여 씨를 뿌린 것에 다름아니다.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으나, 국민적 관점에서 볼 때 시작은 요란하였으나 용두사미되어 버렸던 일이 어디 한두가지이었겠는가.


 토요일 아침 여장을 챙겨 서울로 돌아오는 길, 봄이 짙어져가는 포토맥 강을 바라보면서 미 합동군사령관을 역임한 Giambastiani참차장이 나에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군사혁신이란 시스템이상의 것이다. 사람(people), 교리(doctrine), 조직(org..), 문화(culture)까지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지속적인 과정이며 끊임없는 학습과정이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우리의 국방개혁, 그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의 국방개혁이 향후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안주하고 있지 않은지 우리 모두 경계 할 일이다. 우리의 사명이 너무나 중차대하지 않는가 !

문화적 탈바꿈 (’07.4.19)


국방부차관  김영룡


 “국방부 직원들에게 차관님은 문화적 충격 그 자체입니다.” 어느 직원이 내게 던진 그 말에 웃음이 나왔던 건 평소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문화적 충격”이 성장의 촉진제임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었다. ‘안보 제일주의’라는 국방 논리 속에서 별다른 자극없이 성장해 온 직원들에게 ‘국방경영의 논리’, ‘국방과 사회시스템간 선순환적 발전론’이 새로운 충격이었다면 나에게도 국방부의 문화는 그랬다.


 중앙부처에서 공직을 시작하자마자 옳고 그름을 분간할 겨를도 없이 중장기 정책과제에 대한 검토 지시가 쏟아져 내렸다. 시간에 쫓겨 초안을 제출하면 국·과장은 새까맣게 내용을 고쳐 정책보고서의 기본틀이었던 ‘현황분석, 문제점 도출, 대안별 장단점 분석, 결론’순으로 논리적으로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 얼굴과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이런 경험이 그 후의 공직생활에 소중한 자극제가 되었다.


 필자의 성장기는 물론 80년대 초반의 공직생활까지 해외여행 한 번 하는 게 쉽지 않던 때라 정책입안·검토는 국내적 시각과 경험에 의존했었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은 미국 중서부 대학에서 2년간의 유학생활은 넓은 ‘세계’로 시야를 돌린 계기가 됐다.


 2년 마지막 학기의 ‘환경 세미나’에서 ‘산성비’, ‘폐기물 처리장’, ‘흰머리 독수리 보호’ 등 생소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고 에세이를 써낸 후 돌려 받은 페이퍼에 ‘당신의 생각을 당신의 말로 쓰라(write your thoughts in your own words)'는 빨간 글씨가 쓰여져 있고는 했다.


 다양한 견해 속에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모르고 남의 글을 짜깁기해 양으로 채우려고 했던 것에 대한 경종이었다. 단 한 줄의 글이라도 나의 체험과 깨우침을 나의 목소리로 쓸 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질병·기아·정변의 땅 아프리카근무를 마치고 귀국길에 스위스 융프라우를 여행중 ‘천국과 지옥이 이 지구상에 동시에 존재하며, 사람에 따라 천국도 만들고 지옥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환위기 직후 온 나라가 국가위기극복에 진력할 때의 청와대근무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특유의 중압감과   긴박감 속에서 국정현안을 챙기고 배웠다.


장안의 화제인 “大國崛起”를 보라. 국가・조직・개인의 발전에 있어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가. 국과장 및 직원의 교육훈련, 활발한 토론과 전문가의 의견수렴, 해외연수・유학을 통한 국제 감각과 지적 능력의 배양, 경쟁을 촉진하는 문화를 갖춘 행정부처로 거듭나야 한다. 올 봄, 문화적 탈바꿈에 나설 때다.

국방개혁 성공의 길(07.4.26)


국방부차관  김영룡


 지난 3.1 ‘국방도 경영이다’는 첫 컬럼에서부터 4.19 ‘문화적 탈바꿈’에 이르기까지 여덟 번에 걸쳐 필자가 국방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가감없이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하였다. 이제 총정리할 시점이 되었다.


 국방부 가족이 된 이후 직접 보고 배운다는 일념으로 육·해·공군 본부, 한미연합사 지휘소는 물론 작전사와 각급부대, 교육·의무·통신·군수·수송부대등 전 영역을 망라하여 다녔고 다닐수록 국방영역의 광대함에 놀랐고, 한편으론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생겼다. 이젠 국방을 경영차원에서 한 단계 높게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깊은 인식을 하게 되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비군사적· 초국가적 위협이 증대되고 있어 우리 군의 포괄적 안보능력 배양이 시급한 실정이며 또한 우리군의 군사력과 운용방식을 대전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에 따른 군 구조개편과 단계적인 병력감축,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국방정보화, 군 의무발전계획등 개혁작업에 착수하였다.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국방개혁의 최대 난관은 재정적 한계와 주어진 시간의 제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할 것이다. 그 해답은 선진국의 군사변혁에서 찾을 수 있다. 선진국들은 국방과 사회시스템간 선순환구조를 발전시킴으로써 자원과 시간의 장벽을 뛰어 넘었다. 국방군사의 특수성을 이유로 스스로 벽을 쌓고 자체의 자원과 기술, 인재와 노하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인재를 널리 구해서 모으고 가르치고 독려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경제,과학,기술,교육,정보부문등과의 상생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자원의 한계와 주어진 시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이 길만이 우리의 중차대한 사명을 완수하는 길이라고 감히 제안하며 나의 기고를 끝맺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