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우리나라 探訪

빛바랜 추억이 서려 있는 ‘소금 세상’

鶴山 徐 仁 2006. 12. 17. 17:40



▲ 고창 염전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은 추억 어린 곳을 만나기도 한다. 붉게 달궈진 쇠를 두드리면서 연장을 만드는 대장간이나 5일 장터, 염전단지 등이 그런 느낌을 준다. 크고 작은 포구와 항구, 그리고 해수욕장….

어부는 뱃일을 나가고 아낙은 바지락, 굴 등을 까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서해 바닷가 근처에는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염전단지가 남아 있다. 땡볕 아래서 수차를 돌리며 소금을 만들던 퇴색된 흑백영화의 영상이 스쳐가는 염전에는 그리움과 옛 향수가 서려 있다.

제부도 공생염전과 백미리 갯벌체험장

서울 도심 근교 여행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부도로 가는 길목에 공생염전단지(서신면 매화리)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얼추 보기에 10여동이 넘는 소금창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너덜너덜한 소금창고와 염전이 펼쳐지는 이곳은 여느 곳과 다르게 대부분 사유지이고 주로 철원 쪽에서 피란 왔던 사람들이 터전을 이룬 곳이다. 이제는 거의 2·3대가 대물림을 해오고 있는데 거의 똑같은 규모의 염전으로 나누어 터전을 일구고 있다. 염전 앞 산자락에 번듯한 개인집도 지었다.

소금 가격은 시가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대개 1만2000원. 이순용(031-357-3526)씨 집을 비롯하여 현장 어느 곳에서나 소금 구입이 가능하다. 대부분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수입산 소금을 섞는 일은 거의 없다.

멀지 않은 궁평 쪽으로 다가가면 백미리 갯벌체험장(031-357-3379·www.baekmiri.co.kr)이 있다. 마을 지형이 뱀의 꼬리 형상이라서 ‘밸미’라고 불리다가 ‘백미리’로 됐다는 바다마을. 물이 빠지면 바지락이나 낙지잡이 체험이 가능하다. 바지락 체험은 어른이 6000원, 아이가 3000원, 낙지는 어른 1만원, 어린이 5000원이다. 백미리를 나와 궁평해수욕장으로 나서면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는데 화성 8경으로 손꼽힌다.

자가운전 -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306번 지방도)~남양면의 성지~사강에서 309번 지방도로 이용. 공생염전은 서신에서 길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백미리는 서신에서 궁평 쪽으로 가다가 우측에 팻말을 보고 따라가면 된다. 백미리에서 다시 나와 궁평 쪽으로 가면 궁평해수욕장과 궁평항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왕모대 쪽 지방도로를 따라 나오면 남양면과 다시 만나게 된다.


별미집과 숙박 - 제부도 가는 길목이나 섬 안에는 바지락칼국수, 굴밥, 게장백반, 조개구이를 파는 곳이 부지기수다. 해조영양굴밥(031-356-3639)은 깔끔했고 친절했으며 바지락칼국수 맛은 보편적이었다. 숙박할 곳도 많고 24시간인 제부참숯가마(031-356-9700), 와이키키찜질방(031-355-5378) 등을 이용해도 좋다.

여행 포인트 - 가는 길목인 남양면에는 성모 순례지(031-357-5828)가 있다. 이곳도 화성 8경 중의 하나다. 그리고 제부도를 가는 동안 많은 포도 원두막을 만날 수 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물길이 열리는 제부도(화성시 서신면) 매바위 근처에서 고둥을 잡을 수 있다. 섬 동쪽 끝자락을 따라 바닷가에 해안산책로가 있다.

안면도 염전과 태안반도 갯벌체험



태안반도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염전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안면도는 섬이어서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해 내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태안반도 최북단인 만대포구를 비롯하여 안면도 들어가는 초입의 곰섬 입구에도 제법 많다.

그리고 안면도에서 가장 큰 곳은 두산염전(041-673-3510, 안면읍 중장3구)이다. 오래전 30만평의 규모는 지금은 일부 폐전이 되어 20만평 규모로 줄었고 소금창고도 24개에서 지금은 16개로 줄었다. 30㎏ 소금 한 가마니가 1만원 정도. 특정한 장소를 찾지 않아도 여행길에 우연히 소금 만드는 모습을 10월 말경까지 감상할 수 있으며 주변 바닷가에서는 물이 빠지면 조개잡이 체험도 가능하다.

자가운전
서해안 고속도로~서서울IC~서해대교~홍성IC~69지방도 따라 서산 AB지구(천수만 방조제 간월도)~창리 삼거리에서 안면대교를 건너 77번 국도 이용. 안면읍에서 승언저수지 길을 따라 빼미 쪽으로 가면 두산염전이 있다.

별미집과 숙박
안면도 백사장항 근처에 가면 싱싱한 대하가 한창이다. 식당은 복음횟집(041-673-5349)이 괜찮고 일송간장게장(041-674-0777)집도 소문난 곳이다. 방포 쪽에는 다미횟집(041-673-1124)이 있고, 간월도 주변에서는 맛동산(041-669-1910)과 간월주유소 옆에 있는 포장마차촌의 허름한 옥경이네(041-662-1758, 부석면 창리)의 굴밥도 괜찮다.

숙박
안면도 휴양림(041-674-5019)이나 오션캐슬(02-567-5555, 041-671-7070)의 콘도가 독보적이다. 백사장 근처에는 웨스턴레저타운(041-673-6988, )이 있다. 일출을 볼 수 있는 펜션 천국 황도도 있으며 몽산포 해수욕장 쪽에도 잘 지어놓은 펜션이 즐비하다. 안면대교 바로 옆에는 안면해수탕(041-672-1800)이 있다.

여행 포인트
꽃지해변과 사구가 발달된 운여해수욕장의 낙조가 괜찮다. 운여 인근의 장삼포해수욕장은 각종 수자원이 풍부하며 특히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을 찍은 해변이기도 하다. 그 외 곰섬이나 마검포구는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며 승언저수지에서는 물새를 감상할 수 있다. 오션캐슬의 아쿠아월드에는 해수탕이 있으며 신야리 국사봉 산자락에 ‘호호극장’(041-673-4604)이 있다.

고창 심원면 삼양염전과 만돌마을 갯벌체험장

선운레이크 골프클럽(063-560-2000, 아산면 용계리) 바로 옆에 눈길을 잡아 끄는 곳이 고창 삼양사 염전(063-563-6030, 563-6410, 고창군 심원면 고전리)이다. 골프장을 지나면 긴 방파제처럼 비포장길이 이어지면서 우측으로 바둑판 모양의 염전이 펼쳐진다. 해풍을 타고 피부에 전달해 오는 염분이 끈적거리지만 덕지덕지 만들어놓은 여느 소금창고보다 깔끔한 느낌이다.

자료에 의하면 이 염전사무소와 창고는 1939년 삼양사의 설립자인 김연수씨가 지은 것으로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고 한다. 건물 중 일부는 1950년 한국전쟁 와중에 소실됐으나 이후 신축되기도 했다.
이 소금창고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염전의 일부는 골프장이 되어 버렸고 남아 있는 소금창고는 17동 정도가 있으며 30㎏에 1만원 선이다. 집집마다 소금을 판매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린다.
골프장을 끼고 돌아가면 만돌(063-561-0705)과 하전마을(063-563-0117)의 갯벌체험장을 만나게 된다. 특히 만돌은 물이 빠지면 죽도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바위틈에는 발에 밟힐 정도로 많은 고둥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매우 근사하다.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선운사 입구에서 동호 방면으로 가면 하전리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레이크 클럽을 찾으면 된다. 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나와 정읍 22번 국도를 타고 흥덕(22번, 23번 갈림길)으로 들어와도 된다.

별미집과 숙박
선운사 주변에서 풍천장어를 맛보면 된다. 산장회관(063-563-3434), 신덕식당 강촌식당(063-563-3471, 반암리) 등이 있다. 숙박은 선운산 쪽에 선운산관광호텔(063-561-3377)등이 있다.

영광 염산면 염전과 두우리 갯벌체험장

영광의 염산면은 이름에서도 ‘소금 향내’가 난다. 이곳에는 아직도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염산면(360㏊)과 이웃하고 있는 백수면(220㏊)을 합한 규모는 여느 지역보다 매우 크다. 너덜너덜 기운 듯한 천막 같은 소금창고 벽면마다 ‘소금 판매’라는 글자와 함께 전화번호가 서툴게 새겨져 있다.

이곳은 대규모 염전단지여서인지 소금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30㎏에 7000원이며 소금발이 다른 곳보다 자잘한 것이 특징이다. 소금창고에서도 소금을 구입할 수 있으며 대한염업조합(017-623-8206, 박성호 소장)을 찾아도 된다. 그 외에도 두우리 해변은 갯벌체험장이며 설도포구에서는 싱싱한 회와 대하, 그리고 새우젓을 만날 수 있다.



▲ 영광 - 갈대와 소금창고.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영광나들목~영광 방향 23번 국도~영광읍~백수 방면 844번 지방도로~상사, 하사리 일원에 염전단지가 있으며 염산면 두우리 쪽을 거쳐 설도포구를 연계하면 된다. 또한 이곳에서 7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아름다운 ‘백수해안 드라이브’길이 이어진다.

별미집과 숙박
백수해안 길에는 간간이 횟집이 있고 법성포구에는 굴비백반이 있다. 자그마한 설도포구의 포장마차에서 즉석 회를 즐겨도 좋다. 숙박은 염산면에는 모텔 한 곳뿐이므로 백수 고두섬 주변이나 영광읍내나 법성포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행 포인트
백수 30리 해안길에는 영화 ‘마파도’(동백마을) 촬영지와 해당화의 붉은 열매가 볼거리다. 해안길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는 3~4곳의 낙조 전망대가 있다. 그 외에도 법성포 굴비단지와 백제 불교 도래지 기념관 등 볼거리가 많다.

부안 곰소염전과 갯벌체험

우리나라 갯벌 중에서 가장 크고 이용가치가 높다는 곰소만(진서면 진서리) 갯벌. 곰소는 곰처럼 생긴 2개의 만과 앞바다에 깊은 소가 있어서 붙여진 지명. 부안의 곰소에는 아직까지 천일제염을 만드는 소금창고가 남아 있다. 1997년부터 절반 이상이 줄어 지금은 15만평 규모이고 소금창고는 15동 정도가 흩어져 있다.

지금 남선염업(063-582-7511)이 대부분 수매하여 도매로 판매하고 있는데 도매가는 30㎏에 1만원이다. 남선염업의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간수를 적게 사용해 소금의 쓴맛이 없는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해 낸다고 한다. 그래서 소금 채취량이 다른 곳보다 많지 않단다.

염전단지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젓갈단지가 조성되었는데, 젓갈집에서는 소매가격으로 소금을 판매한다. 부안은 염전 이외에도 바닷가에서 갯벌체험할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특히 채석강이나 적벽강 주변은 물때를 잘 맞추면 고둥 등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



▲ 부안 - 염전.

자가운전
서해안 고속도로~줄포 나들목을 이용하면 된다. 줄포 저류지를 거쳐서 곰소항으로 들어서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
곰소항, 격포항 주변에 어시장이 형성된다. 싱싱한 활어는 물론 가을철 별미인 대하가 지천이다. 곰소항 주변, 칠산꽃게장(063-581-3470)은 간장게장이, 곰소쉼터(063-584-8007)는 젓갈백반이 괜찮다. 그 외 계화회관(063-584-3075)은 백합죽이, 변산온천산장(063-584-4874)은 바지락죽이 소문났다. 숙박은 격포나 궁항 쪽에 잘 지어 놓은 펜션이 많고 바닷가 옆에 위치한 왕포리조텔(063-582-3812)은 가격이 싼 편이다.

여행 포인트
채석강, 수성당할미집(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8호), 적벽강, 솔섬 등에서 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그 외에도 궁항의 드라마 ‘이순신’ 촬영지, 영화 ‘왕의 남자’ 촬영지인 영상 테마파크,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인 줄포저류지의 갈대밭이 있고 내변산의 월명암이나 내소사, 개암사, 청련암 등 천년고찰도 만날 수 있다. 원숭이학교(063-584-0708)도 있으며 개암죽염에서는 계란 노른자 냄새가 나는 질 좋은 죽염을 구워내고 있다.

소금 구입에 대한 상식

소금은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 부는 5월에서 7월까지 제일 많이 난다. 그 해 일기에 따라 현저하게 채취량이 달라지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줄었다. 일조량이 좋고 일기가 좋은 봄철 소금이 좋고, 송홧가루가 날아올 때 채취하는 것을 최상으로 쳐준다.

대부분 염전에 가면 손쉽게 소금을 구입할 수 있는데 간수가 잘 빠지고 색이 하얀 것이 최상품이다. 송홧가루가 섞이지 않고 누런 색을 띠는 것은 염전에 흙물이 배어 있을 때 생기는 경우다. 대한염업조합에서도 택배 판매하고 있다.

글·사진=이신화 ‘여행지 맛집 967’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