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박소향 낭송:진광
가지마다 붉게 익어 터져버린
슬픔이어도 좋습니다.
긴 세월의 입김에
허리 휘청한 나무 밑 둥처럼
하얗게 말라붙은
눈물이어도 좋습니다.
마지막 과일에
미련처럼 남은 단맛을
당신의 시간 안에 내려놓으시고
떠나는 길목마다 간간이 남아있는
정 한 줄 여기 마자 남겨 놓으십시요
돌아보면
어딘들 미련 없을까마는
이별의 시간 늦추듯
나즉이 숨 고르는 속살에
한 입 한 입 베어 문
철 못 든 웃음까지도 당신 몫인 걸요
아, 손 뗄 수 없을 만큼
깊어진 혹독한 연민
아무도 모르게 쏟아지는
그 햇살은
나에게 치뤄 주신
한 잎 사랑의 품삯
당신이 주신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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