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청송 아흔아홉칸 고택에서의 하룻밤

鶴山 徐 仁 2006. 10. 27. 15:38



(연합르페르)

옛날에는 궁궐보다 더 큰 집을 짓지 못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아흔아홉칸 대갓집으로 조선시대 사가(私家)에서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집이었다. '덕천동 심부자댁'으로 불리는 송소고택((松韶古宅ㆍ경북 민속자료 제63호)은 조선시대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이주하면서 1880년에 지은 것으로 아흔아홉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보기 드문 고택이다. 2003년 7월 박경진 씨가 심씨 집안 후손과 직장 동료인 인연으로 가옥 전체를 임대, 고택체험의 장으로 문을 열었다. 안채, 사랑채, 별채 등의 건물과 디딜방앗간, 곳간, 헛간, 우물, 장독대 등이 1500평 대지 안에 들어서 있다. 손님이 잠을 자는 방은 11개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안방에만 보일러가 설치돼 있고 나머지 방들은 장작을 때는 온돌방이다.

송소고택 관리인 류기호 씨는 "TV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등 약간의 불편이 뒤따르지만 가족들이 하룻밤을 옛날 방식대로 보내면서 고즈넉하고 깊은 옛 정취와 추억을 여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며 "장판지와 창호지의 독특한 냄새 등 고택의 분위기를 온 몸으로 느낀 분들은 꼭 다시 찾는다"고 말한다. 류 씨는 가을철 주말과 휴일에는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고, 지금까지 열 번 이상 투숙한 손님도 있다고 귀띔한다.

날아갈 듯 개운하고 맑은 아침 12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말해주듯 대문을 열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긴 하지만 솟을대문의 위엄 있는 자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홍살이 설치된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와 안채가 차례로 나온다. 사랑채 앞뜰에 두른 담이 눈에 띈다. 안채에 드나드는 여자들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지은 헛담이다. 사랑채는 집안 어른이 기거하던 큰 사랑채와 후계자인 큰아들이 기거했던 작은 사랑채로 나뉘어 있다. 안채는 사랑채 뒤편에 살포시 '숨어' 있다. 안채는 전형적인 'ㅁ'자형. 문간을 들어서면 동쪽으로 방과 부엌이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두지, 고방 등이 연결되어 있다. 별당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온돌방 앞쪽으로 누마루가 있다.

깊은 산골 고택의 밤은 아주 색다르다. 은은한 문살 사이로 달빛이 새어들고, 집 앞에 흐르는 개울 물소리, 논둑에서 합창하는 개구리 소리 등 도심에서는 듣지 못하던 자연의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운다. 밤이 깊어지면 툇마루에 앉아 칠흑 같은 어둠을 밝혀주는 총총한 별빛과 달빛에 취할 수 있다. 밤새 뜨뜻한 구들장에 누였던 몸은 솜처럼 가볍고, 창호지를 통해 듣는 마당 쓰는 소리와 닭울음 소리는 시멘트벽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씻어준다.

Tip

송소고택에서 주왕산국립공원은 차로 20분 거리, 주산지와 절골계곡은 30분 거리, 달기약수탕은 5분 거리이며 대중교통 이용 고객들은 승합차가 청송시외버스터미널로 마중 나간다. 숙박 요금은 2인 기준으로 행랑채와 작은방은 4만∼5만 원, 사랑채는 7만∼9만 원, 안채와 분리된 별채는 18만 원으로 가족 단위로 묵을 수 있다. 취사는 할 수 없고, 아침식사는 전통 한식으로 1인분 5천 원이다. 예약 문의054-873-0234, www.songso.co.kr

글/이창호 기자(
changho@yna.co.kr),사진/이진욱 기자(cityb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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