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中-日-獨명문대 총장에 듣는다

鶴山 徐 仁 2006. 10. 3. 08:08



3개 대학 총장은 세계 명문대들이 학과의 장벽을 허무는 학제 간 연구와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찬모 포스텍 총장, 주칭스 중국과학기술대 총장, 부르크하르트 라우후트 아헨공대 총장, 오이케 가즈오 교토대 총장. 경주=이권효 기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각국의 명문대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의 명문대도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무대에서 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본보는 27∼29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포항공대)이 개교 20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총회 및 세계대학협의회 총장포럼에 참가한 8개국 25명의 총장 가운데 한국의 대학이 모델로 삼을 만한 3개 명문대 총장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일본 교토(京都)대 오이케 가즈오(尾池和夫·66), 중국과학기술대 주칭스(朱淸時·60), 독일 아헨공대 부르크하르트 라우후트(64) 총장은 좌담회에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좌담회는 포스텍 박찬모(71) 총장의 사회로 27일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진행됐다.》

▽박 총장=한국의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오이케 총장=일본도 대학의 역할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는 기업이 산업현장에서 인재를 훈련하고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은 대학이 그 임무를 맡도록 요구되는 시대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사회가 바라고 요구하는 것을 반영하고 지식으로 보여 줘야 한다.

▽라우후트 총장=경제가 세계화되는 것처럼 이제 대학도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수들이 먼저 생명물리학이나 생명화학처럼 과거에 서로 달랐던 분야끼리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 총장=커리큘럼(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 내가 학생 때는 물리전공자로서 물리만 공부하면 됐다. 지금은 물리학도도 화학이나 생명공학을 공부해야 한다. 중국 정부도 대학이 사회와 경제에 실질적으로 공헌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박=3개 대학은 나름대로 독특한 학풍과 전통으로 명성을 쌓고 있어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노하우를 소개해 달라.

▽라우후트=교수들이 산업계와 개방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 독일의 지멘스사는 4개 대학과 연계해 ‘지식교환센터’를 마련했다. 특히 중요한 점은 공학 분야 교수들이 산업체에 직접 고용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산업현장에서 5∼15년 동안 일을 하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계가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대학의 실험실도 대기업 연구소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아헨공대의 경우 한 연구시설에 500여 명의 연구원과 기술자가 있다.

▽오이케=교토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5명 배출했다. 이런 상은 산에 비유하자면 ‘정상’에 해당하지만 그 밑받침이 되는 산 자체가 없으면 정상 또한 불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학문의 기초가 중요하다. 교토대의 연구와 교육을 떠받치는 저력은 바로 기초분야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문의 자유’라는 전통은 대학이 어떤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측면이다.

▽주=우리 대학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국과학원 소속으로 규모가 가장 큰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 학부생은 8000여 명인데 대학원생이 1만여 명이다. 2년 전에는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 상하이에 고등 연구원을 설립했다. 수학에 뛰어난 중국과기대 출신 대학원생들이 재정 및 생명공학을 집중 연구한다.

▽박=한국 대학은 교육투자비에 비해 인재육성이라는 효과는 떨어진다. 대학교육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이케=109년의 역사를 가진 교토대는 설립 초기부터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가령 1901년 시마즈사에서 X선 기기를 개발했을 때도 교토대와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 교토대의 전통은 대학과 산업계의 연결 속에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산학협력은 학생에게 좋은 자극제도 된다.

▽라우후트=핵심은 학문의 소비자인 산업계의 요구를 잘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장래의 직업과 직접 관련되므로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공계 학생을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니라 지도자로 육성하는 것도 대학의 중요한 책임이다. 유명한 자동차회사인 포르셰의 최고경영자(CEO)가 우리 대학 출신이다. 선배의 명성은 곧 후배에게 이어진다. 아헨공대는 이공계 교육이 중심이지만 최근 들어 신문과 방송에 관련된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박=인재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는 대학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한국에 소개할 만한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가.

▽라우후트=고교생 가운데 재능 있는 학생을 미리 선정해 대학의 강의에 초대하거나 교수들이 고교를 방문해 실험을 해 보이는 방식 등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고교생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를 미리 파악하기도 한다.

▽오이케=학교에 관한 다양한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는 뜻에서 OCW(Open Course Ware)를 장려하고 있다. 아헨공대처럼 중고교생을 학교로 초청해 연구와 강의에 동참할 기회를 제공하는 ‘주니어 캠퍼스’도 운영하고 있다. 대학원 과정에서는 산업현장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 대학 총장 약력


1897년 설립된 교토대는 도쿄대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양대 대학. 교직원이 6000여 명, 학부 및 대학원생이 2만3000여 명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12명 가운데 5명이 교토대 출신이며,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드상 수상자도 2명을 배출했다.

교토대 오이케 가즈오(지구물리학 전공) 총장은 교토대를 졸업하고 부총장을 거쳐 2003년 총장에 취임했다.

1870년 설립된 아헨공대는 유럽 최대 공과대로 산학협력을 통해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5000여 명을 포함해 학생이 3만 명이며, 교직원이 6500여 명이다.

독일의 57개 기업이 공동 투자한 아헨연구단지를 비롯해 대학 내 260개의 부속 연구소가 원천 및 응용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헨공대 부르크하르트 라우후트(수학 전공) 총장은 베를린자유대를 졸업했으며, 1999년 총장에 취임했다. 올해 3월 독일대학총장회의 회장에 선출됐다.

중국과학기술대는 1958년 설립됐으며, 1995년 이후 중국 정부의 ‘211전략’과 ‘21세기로 나아가는 필수교육계획’에 의한 지원을 받는 주요 대학에 선정됐다. 1991∼2000년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국제유명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가 중국 내 1위를 차지하는 연구중심대학이다. 주칭스(물리화학 전공) 총장은 중국과학기술대를 졸업하고 부총장을 거쳐 1998년 총장에 취임했다.

박찬모 총장은 2003년 포스텍 총장에 취임했으며 현재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회장과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을 맡고 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