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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한달 남기고 열었다 닫았다 하는 단일화 협상/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11. 19. 20:40

[사설] 대선 한달 남기고 열었다 닫았다 하는 단일화 협상

 

 

입력 : 2012.11.18 22:38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8일 저녁 단독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식 실무협상을 19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 인사들의 발언과 조직 동원 등을 문제 삼아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나흘 만이다. 양 후보 측은 국회의원 정수 조정을 비롯한 '새정치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은 "(우리의 거취가) 단일화를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핑곗거리가 되면 안 된다"며 사퇴했다.

지난 16일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라"고 했고,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맞받았다. 다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것처럼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러더니 이틀 만에 민주당 이해찬 지도부가 사퇴하자 두 후보는 둘 사이에 가로막혔던 장애물이 치워진 양 단일화 코스로 복귀했다. 안 후보가 협상 테이블을 뛰쳐나간 뒤 특별 회견까지 열며 거론했던 '국민'의 뜻이 이해찬 지도부 사퇴였다는 말인지, 문 후보와 민주당은 또 뭐 하러 며칠 버티는 시늉을 했던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지난 6일 문·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을 때 협상이 쉽게 타결되리라 믿은 사람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 14일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을 때 단일화가 끝내 무산되리라 예상하는 사람도 없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각자 나서는 3자 구도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대통령 당선을 갖다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안 두 사람은 야권 단일 후보 한 자리를 놓고 반(反)박근혜, 반(反)새누리 유권자층의 지지를 다퉈야 하는 경쟁 상대다. 그래서 상대방 때문에 단일화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며 협상을 중단시켰다가 협상을 재개할 때는 자신이 단일화를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처럼 제스처를 취했다.

19일로 대선이 꼭 한 달 남았지만 선거 대진표는 여전히 미정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마감 다음 날인 11월 27일부터 투표용지를 인쇄하던 관행을 바꿔 이번엔 12월 10일부터 인쇄하기로 했다. 대선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대선 열흘 전까지도 야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문·안 두 후보가 한 번쯤 더 열었다 닫았다 하며 단일화 벼랑 끝 싸움을 할 시간을 벌어 놓은 셈이다. 지구 상에 이처럼 서커스 경기처럼 아슬아슬하게 대선을 치르며 국가 지도자를 뽑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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