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20 22:51
문·안 두 후보 모두 여태까지 자기로 후보 단일화가 된다는 전제 아래 나라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이야기를 해 왔다. 그러나 "25일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하겠다"는 두 후보 약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3~4일 안에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대선 후보를 접게 된다. 단일화 탈락자가 선거운동 기간에 어떤 역할을 맡게 되며, 만일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 사람은 차기 정권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다. 안철수 후보는 본지 인터뷰에서 단일화 후 선거 과정의 역할 분담에 대해 "아직까지 전혀 논의가 안 됐다"고 했다. 양 후보 측이 공동 발표한 '새 정치 선언문' 속에 포함된 '국민 연대'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양쪽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자는 개념적인 합의일 뿐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1997년 대선 'DJP 단일화' 때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대선 후보를 맡고 집권할 경우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실세 국무총리를 맡기로 역할을 나눴다. 장관 임명은 양당이 동등한 비율로 하고 1998년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양당 공동 기구 구성 등 구체적 합의를 담은 합의문을 채택했다.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단일화만 결정했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대선 전날 밤 깨졌다. 당시 노 후보 측은 "정 후보 측이 전체 각료와 정부 산하단체장 임명권의 절반을 요구했다"고 했으나 정 후보는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과거 두 차례 단일화 때는 양쪽 후보가 정당 소속이어서 정당 간에 역할과 지분을 나누는 게 상식적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단일화는 안 후보가 무소속이고 정당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내비쳐온 터라 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거나 반대로 탈락했을 경우 민주당과 어떤 식으로 세력을 합칠지 종잡기 어렵다.
문·안 두 후보가 며칠 후 발표할 단일화 결과는 두 당사자 간의 합의일 뿐 그 수단과 방법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 마당에 두 후보가, 둘이 합쳤으니 무조건 표를 몰아 달라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당 소속인 문 후보'와 그동안 '정당을 혐오해 왔던 안 후보'는 어떤 면에선 '물'과 '기름'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을 향해 '물과 기름'이 어떻게 화학반응해 하나가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정상적 정치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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