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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사설] 후보끼리 단일화 결판낼 테니 국민은 그냥 따르라는 건가/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11. 21. 10:42

입력 : 2012.11.20 22:51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19일 토론회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제가 대통령 아래서 직책·공직을 맡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마지막으로 더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정부'가 탄생할 경우 국무총리나 다른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문·안 두 후보 모두 여태까지 자기로 후보 단일화가 된다는 전제 아래 나라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이야기를 해 왔다. 그러나 "25일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하겠다"는 두 후보 약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3~4일 안에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대선 후보를 접게 된다. 단일화 탈락자가 선거운동 기간에 어떤 역할을 맡게 되며, 만일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 사람은 차기 정권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다. 안철수 후보는 본지 인터뷰에서 단일화 후 선거 과정의 역할 분담에 대해 "아직까지 전혀 논의가 안 됐다"고 했다. 양 후보 측이 공동 발표한 '새 정치 선언문' 속에 포함된 '국민 연대'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양쪽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자는 개념적인 합의일 뿐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1997년 대선 'DJP 단일화' 때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대선 후보를 맡고 집권할 경우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실세 국무총리를 맡기로 역할을 나눴다. 장관 임명은 양당이 동등한 비율로 하고 1998년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양당 공동 기구 구성 등 구체적 합의를 담은 합의문을 채택했다.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단일화만 결정했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대선 전날 밤 깨졌다. 당시 노 후보 측은 "정 후보 측이 전체 각료와 정부 산하단체장 임명권의 절반을 요구했다"고 했으나 정 후보는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과거 두 차례 단일화 때는 양쪽 후보가 정당 소속이어서 정당 간에 역할과 지분을 나누는 게 상식적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단일화는 안 후보가 무소속이고 정당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내비쳐온 터라 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거나 반대로 탈락했을 경우 민주당과 어떤 식으로 세력을 합칠지 종잡기 어렵다.

문·안 두 후보가 며칠 후 발표할 단일화 결과는 두 당사자 간의 합의일 뿐 그 수단과 방법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 마당에 두 후보가, 둘이 합쳤으니 무조건 표를 몰아 달라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당 소속인 문 후보'와 그동안 '정당을 혐오해 왔던 안 후보'는 어떤 면에선 '물'과 '기름'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을 향해 '물과 기름'이 어떻게 화학반응해 하나가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정상적 정치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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