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한국 정치지형의 가늠자가 될 전국의 ‘추석 민심’은 비교적 냉철했다.
‘안철수 바람’(安風)에 대해서는 ‘거품’ ‘바람’이라는 표현이 많았다. 내년 총선 때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서는 물가정책과 서민정책에서 가장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전국 취재망을 통해 추석연휴 기간 바닥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어내는 택시기사들에게 ‘추석 민심’을 들어봤다.
◇‘안풍’과 ‘박근혜 대세론’은=‘안풍’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변화와 반성의 필요성을 웅변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15년째 개인택시 영업 중인 김인식(54)씨는 “안철수씨가 인기는 좋지만 아직 잘 모른다. 내놓은 공약이 없지 않느냐”며 “정치라는 게 세력 싸움이어서 박근혜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모범택시기사 최모(56)씨도 “기존 정치인에 대한 반발로 인한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 직접 출마한다면 아마 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 대구, 광주 등에서도 ‘안풍’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전 택시기사 오종욱(52)씨는 “안씨가 교수인가요? 정치를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후보감인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냉담해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오세원(53)씨는 “안씨는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지식인이기 때문에 정치판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광천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송재호(42)씨도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방법이 더 옳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목포 석현동 영진택시 운전사 최종환(57)씨는 “안씨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라면서 “국민들이 안씨를 지지하는 것은 신선하고 변화를 일으킬 것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울산지역에서 택시기사를 35년째 하는 박무도(67)씨는 “썩어 빠진 기성 정치인에게 시민의 힘과 시민의 희망을 보여주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선 시기상조론이 우세한 가운데 찬·반이 뚜렷했다.
대전 모범택시기사 박종화(63)씨는 “충청도에서는 아직 박근혜가 대세이다”고 말했다. 안동 모범택시기사 최모(60)씨는 “박근혜 대세론은 가당치 않은 말이다. 경쟁력을 갖춘 대항마가 나타나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박근혜는 좀 더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 택시기사 강모(57)씨는 “제주도는 박근혜의 호감도가 높다고 본다. 그러나 박근혜가 솔직히 대통령감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물갈이론’=‘안풍’에 의한 대선에서의 참신한 인물을 요구하는 맥락과 비슷하게 내년 총선 반응이 나타났다. 극히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물갈이를 해 참신한 인물이 지역일꾼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렸다.
부산에서 30여년째 택시를 운전하는 심모(58)씨는 “시민들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창원 택시기사 이모(55)씨는 “더 이상 묻지 마소. 내년에 결과 보면 알 거 아닙니까”라고 둘러 말했다. 목포시 택시기사 윤지영(31)씨는 “쇄신 차원에서 호남지역도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주 개인택시기사인 정모씨는 “몇 년씩 의원을 하는 구태의연한 의원들에 의한 썩은 정치를 없애기 위해서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평가=물가정책과 복지정책에 대해 “서민정책이 없다”며 비판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해선 혜택을 받은 전남지역 등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평가가 엇갈렸다.
목포 택시기사 윤씨는 “물가 잡겠다고 했지만 지금 어떠하며 서민들에 대한 복지도 마찬가지여서 너무 먹고살기 힘들다”며 “국민들이 원하지 않은 4대강 사업 등을 하는 것을 보면 정치를 잘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주 개인택시기사 김모(47)씨는 “4대강 사업이나 복지정책이나 잘한 게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물가가 얼마나 올랐나. 이 대통령이 제주도를 홀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국종합=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