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부패척결과 국가경쟁력
<경기일보 시론 6. 14. 게재> 이영해 한양대 교수, (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최근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전체를 향해 부정부패 척결을 주문했다.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과거 10년 삼성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향응,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것은 부하 직원들을 닦달해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비리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기업에서 납품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게 비일비재하며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공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행사에 참석한 중소기업 사장들은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룸살롱에서 술사고 골프 치면서 돈을 잃어주는 것은 기본이며, 대기업 구매담당 임원의 자녀 결혼식 때는 축의금으로 거액을 내는 게 관례라고 했다.
다국적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중국 진출을 놓고 검토하던 중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기업 운영과 관련해 중국의 공무원, 기업 운영자 등과 부정과 부패가 연루된 행위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없고 이는 윤리도덕 경영을 강조하는 회사 방침과 달라 결국 중국 진출을 접었다고 한다.
민간기업 감시 어려운 현실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공직 종사자들은 사회 감시망에 노출돼 있지만, 민간 기업 임직원들은 감시가 소홀해 부정부패의 유혹을 받기가 쉽다. 실제로 횡령과 배임죄로 실형이 선고된 기업 임직원 관련 사건이 2007년 1천494건에서 2009년 1천728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기업 부조리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2년 연속 하락하고 특히 지난해 민간 분야에서 아시아 16개국 중 꼴찌를 기록한 것은 기업 부조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또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부정부패가 가장 심한 곳으로 정치권, 기업, 공직사회 등의 순으로 나온다.
중국도 여전히 부패가 만연해 경제발전을 방해하고 사회안정을 해치며 대중과 간부간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제12차 5개년개발계획(2011~2015년)의 목표 달성 여부는 반부패투쟁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추적 존재로서 공공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으며 기업 임직원들이 부패하면 한국 사회 전체가 썩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선진화의 추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부정부패 척결은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썩으면 생산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다. 회사로 들어가야 할 자원을 빼내 개인 치부에 쓴다면 회사는 망하는 길로 접어든다. 동시에 그것은 배임·횡령 등 범죄이기도 하다. 기업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자신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면 해당 기업의 깨끗한 조직문화는 도저히 이룩될 수 없다. 최고경영자 스스로가 가치 지향을 확실히 하고 임직원에 대한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비리 척결에는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리더십이 절대로 중요하다.
지속적 교육… 윤리 인식 높여야
또 기업이 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내에 윤리 준수와 관련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펼쳐 윤리도덕적 인식을 높여야 하며, 비리제보에 대한 포상제도 도입과 감사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정치개혁과 더불어 반부패ㆍ청렴ㆍ공정사회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기업 임직원들의 부패 풍토를 바꾸지 않고서는 동반성장도 공정사회도 절대로 불가능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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