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매출 140% 오르고 프라다는 1년 새 80%… 파리서 샤넬가방 533만원 한국 중고장터선 600만원, 해외 원정 쇼핑 성행
서울선 특정제품 일찍 동나 지방으로 逆원정까지
최근 프랑스 파리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정모(35)씨는 샤넬 가방 하나를 사가지고 왔다. 원하는 색이 없어서 사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조건 사두는 게 이익"이라는 친구의 말에 3400유로(533만원)를 주고 샀다. 친구의 조언은 헛말이 아니었다. 귀국 후 인터넷 중고장터 사이트에 그 가방을 내놓았더니 '사겠다'는 쪽지가 순식간에 수십 통 날아들었다. 정씨는 그 가방을 600만원에 되팔았다. 국내 백화점에서는 698만원에 팔리는 제품이었다. 물론 정씨처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400달러 이상 물건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불법이다.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줄줄이 가격을 올리면서 일부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선 '명품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선 '샤테크'란 신조어도 유행이다. 샤테크란 '샤넬+재테크'의 합성어로 샤넬이 지난해 7월에 이어, 올해 5월 1일에도 핸드백 가격을 평균 25%나 인상하면서 생긴 말이다. 샤넬의 국내 판매 가격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비싼 데다, 1년의 시차도 두지 않고 큰 폭으로 값을 올리기 때문에 미리 사두었다가 중고품으로 팔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직장인 강민경(28)씨는 "샤넬 가방 하나가 지금 639만원인데 곧 1000만원까지 오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지금 사두면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본전 뽑으니 결국은 이득"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명품 브랜드는 매년 10%에서 많게는 30%까지 가격을 올리고 있다.
명품의 경우 보통 국내 소비자 가격이 유럽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해외 원정 쇼핑'을 가는 현상은 몇 년 전부터 있었다. 명품 업체가 국가별로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안 오른 곳'을 찾아 원정 쇼핑을 떠나는 것이다. 강남구의 한 주부(40)는 "샤넬 핸드백이 한국에선 이미 5월 1일자로 다 올랐는데 미국에선 6월 1일자로 오른다고 해서 5월 중순에 원정 쇼핑 다녀왔다"고 말했다. 가방 하나만 해도 소비자 가격이 1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데다, 액세서리 등 다른 제품 몇 개를 더 구입하면 '비행기표 값'은 충분히 뽑는다고 한다.
최근엔 해외 원정뿐 아니라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역(逆)원정 쇼핑족'들도 등장했다. 서울에 특정 제품이 일찍 동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명품관 매니저는 "'물건 있느냐'는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 통 온다"며 "설마 했는데 서울에서까지 물건 사러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명품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국내 명품 시장 1~2위가 한때 바뀌는 일도 발생했다. 최근까지 국내 명품시장 부동의 1위는 '루이비통'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엔 샤넬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 4월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 백화점' 본점 세곳의 샤넬 매출 합산액은 146억원으로, 루이비통 매출 합산액 106억원을 앞섰다. 이는 '5월 샤넬이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 ▲ 최근 해외 명품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자 일부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최근 국내 한 백화점에서 열린 '명품 특가 할인전'에는 고객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명품 밀반입도 급증하고 있다. 세관이 올 들어 인천공항에서 면세범위를 초과(400달러 한도)한 명품 핸드백 적발 건수는 1만35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했다. 적발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밀반입을 시도한 사례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관측은 "일부 명품 브랜드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돼 고가 명품백 구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여행자를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판타지를 먹고 사는 명품산업
좋아하는 명품 가방도 나이에 따라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