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절대 강자' 출현 안바라는 이 회장의 강수는 결국

鶴山 徐 仁 2008. 4. 26. 20:22
     
 

'포스트 이건희' 당분간 없어… 과도체제로

그룹차원 의사결정은 '사장단 협의회'에서 하기로
대외적 대표인 이수빈 회장은 역할 제한적일 것
금융·재무쪽보다 전자·제조CEO 목소리 커질 듯

탁상훈 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누구일까?

22일 이 회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그를 대신할 '포스트 이건희'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 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해 나갈지도 주목되고 있다. 삼성은 이와 관련, "전략기획실 폐지에 따라 전 계열사들이 독립·자율 경영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며 "다만 대외적으로는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이 삼성을 대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 사장단 협의회와 이수빈 회장=먼저 삼성은 앞으로의 경영 방식과 관련, 이건희 회장→그룹 전략기획실→계열사 전문경영인으로 이어지는 그룹 경영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주로 이 회장이 장기 경영이나 글로벌 제휴 같은 큰 그림을 그리면 전략기획실에서 투자계획·자금조달·사업조정 같은 실무 계획을 짜고, 각 계열사가 실행을 담당하는 체제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 계열사가 알아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다만,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경우엔 각 계열사 사장들이 모이는 사장단 협의회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사장단 협의회에선 금융이나 재무 쪽 CEO보다는 전자·제조 쪽 사장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통하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사장이 이번에 물러나는데다 삼성증권 배호원,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 등도 특검 수사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 때문이다.

금융 계열사 CEO들이 보다 젊은 세대로 물갈이 될 경우, 전자·제조 쪽의 삼성전자 윤종용(65) 부회장, 삼성테크윈 이중구(63) 사장, 삼성중공업 김징완(63) 사장 등에게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전자·제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특검 수사에서 비켜난데다, 대부분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예고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사장단 협의회는 정식 편제가 아닐뿐더러 의사결정권이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어, 계열사간 이해 관계가 대립될 경우 조율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수빈(70) 삼성생명 회장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수빈 회장은 삼성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43년간 근무하며 삼성증권·삼성생명 회장 등을 역임한 원로지만, 이미 6년 전부터 대표이사 직함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실제 이수빈 회장은 앞으로도 계열사 사장단 협의회엔 계속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수빈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 등 누군가 삼성 그룹을 대표해 나서야 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이건희'는 결국…='이학수 퇴진, 이수빈 대외적 대표'란 이번 인사 조치를 본 삼성의 전·현직 고위 인사들은 결국 "당분간 '포스트 이건희'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선 경영에서 떠난 이수빈 회장을 대표 인물로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으로도 사장단협의회가 유지되고 계열사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데도 실권이 없는 인물을 이건희 회장이 선택한 것은 좀 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직 삼성 고위 임원은 "이 회장은 무엇보다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 문제를 고려했을 것"이라며 "특히 자신이 떠나 있는 삼성그룹 내에 나중에 아들에게 부담이 될지도 모르는 절대 강자의 출현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LCD·반도체·TV 등을 세계 1등으로 만든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등에게 이런 역할을 맡길 경우, 그룹 내 힘의 균형이 무너질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건희 회장 자신도 21년 전 회장 취임 후 고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장을 오래했던 소병해 비서실장과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포스트 이건희'는 결국 이재용 전무 아니겠냐"며 "이번 인사의 핵심도 몇 년 뒤 이 전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과도기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며 새로운 실세(實勢)의 출현도 그때 가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22/20080422015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