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강경희 특파원 khka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8.05.08 23:15
가족이 급격히 해체되면서 유럽이 점점 고독하게 늙어가는 대륙이 돼가고 있다. 지난 7일 유럽의회에서 공개된 '2008년 유럽의 가족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거의 30초마다 1건씩 이혼하고, 27초마다 1건씩 낙태가 이뤄진다.
유럽의 가족정책연구소(www.ipfe.org)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EU 인구는 4억9720만명. 지난 28년간 4020만명이 늘었다. 하지만 상당수는 이민 인구가 유입된 덕분이다. 인구의 자연 증가(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숫자)는 연 32만명에 불과하다.
유럽의 합계 출산율은 미국(2.09명)보다 낮은 1.56명. 지난해 유럽에서 태어난 아기 수(523만명)는 1982년보다 근 100만명이나 적다. 반면 65세 이상의 노령층이 14세 미만의 어린이·청소년보다 600만명이나 더 많다. 이탈리아와 독일이 특히 늙은 나라여서 인구 5명당 1명꼴로 65세 이상이다. 이 같은 인구구조는 가족의 해체, 결혼 및 출산 기피 등의 사회적 현상이 빚어낸 결과다.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져 유럽 남자는 평균 31.2세, 여자는 28.8세에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유럽 통틀어 연간 100만건 이상 이혼하고, 출산 기피도 심각해 5건의 임신 중 1건꼴로 유산한다. 그 결과 유럽에서 아이가 있는 집은 3가구당 1가구꼴(33%)에 불과하다. 아예 4가구당 1가구꼴(27.7%)로 독신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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