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부동산 불패론의 덫

鶴山 徐 仁 2008. 4. 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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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론의 덫   

 


"돈 벌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미분양 아파트 하나 사두세요."

최근 지방에서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청약자가 거의 없었던 A 업체 사장에게 미분양 해소 대책을 묻자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외환 위기 당시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미분양아파트를 사둔 사람들이 큰돈 번 것 기억하지요? 총선이 끝난 후 정부가 규제를 풀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입니다. 미분양 주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

주택업계가 실질 미분양 주택이 20만 가구를 넘어 섰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머지않아 규제가 풀릴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날개 돋친 듯 미분양 주택이 팔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택업체들은 '청약 경쟁률 제로' 단지가 속출하는 지방에서도 밀어내기식 아파트 분양을 계속하고 있다.

협박성(?) 발언도 나오고 있다. B업체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주택공급이 줄어 3~4년 후에는 다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은 주택이 부족하고 외국과 달리 유난스럽게 내 집 갖기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많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장담이다.

부동산 불패론은 주택업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분양 아파트 급증 속에서 서울 강북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는 이상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부동산 불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북의 한 중개업자는 "요즘은 20~30대도 빚을 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론이 망상(妄想)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90년대 끝없이 치솟을 것만 같던 집값이 어느 순간 반 토막 난 일본은 말할 것 없고, 바로 지금 전 세계 주택시장의 모습이 부동산 불패론의 허망함을 증명해 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 수요의 끊임없는 유입과 엄격한 금융시스템으로 '조정은 있어도 폭락은 없다'던 미국조차 집값 하락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격한 개발 규제로 주택공급이 부족해 적어도 10년간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던 영국에서는 일부 지역 집값이 20~30% 급락했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매물만 쌓이고 있다. 고도 성장으로 자고 나면 집값이 치솟던 베트남, 카자흐스탄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집값도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부동산 불패론의 종말은 '투기꾼의 몰락'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가격 급락이 기업의 연쇄도산과 장기불황을 초래, 서민들을 실업의 고통 속으로 내몰았다. 미국의 집값 하락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신용자 대출) 위기를 촉발시켜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도 한국이 부동산 불패론의 덫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노무현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믿으면 믿을수록 손해', '정부의 정책이 집값을 오히려 올린다'는 이상한 믿음을 심어줬다. 새 정부도 신혼부부형 주택, 지분형 주택 등 설익은 정책을 남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전 세계 집값이 다 떨어져도 '한국만은 다르다'는 식의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부동산 투자가와 주택업체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가 엄청난 시련에 빠질 수 있다.

                                               

차학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