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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한국 사람들, 부수고 새로 짓는데만 연연…

鶴山 徐 仁 2008. 3. 27. 09:59

푸줏간 개조한 명품 거리… 낡은 공장이 주민 쉼터로 변신

[크로스 미디어…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①]
"한국 사람들, 부수고 새로 짓는데만 연연…
세계는 문화와 사람이 숨쉬는 디자인 혁명중"

특별취재팀

 

'어떤 도시가 아름다운 도시인가'. 전국이 도시 미관 가꾸기에 돌입했다. 지자체 간 경쟁적인 '공공 디자인 붐'이 일면서 디자인 못하는 도시는 경쟁력 없는 도시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밀어붙이기식' 도시 디자인 붐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세계적인 디자인명문인 영국'AA스쿨'의 브랫 스틸(Steele) 학장은 "단지 예쁜 도시를 디자인하기보다 30년, 50년이 지나도 사랑하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리국립도서관, 이화여대 캠퍼스 등을 디자인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Perrault)는 "한국인들은 부수고 짓는 데만 연연한다"며 '비움'의 미를 강조했다.

우리가 도시의 겉을 꾸미는 데 온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이때, 전 세계 선진 도시들은 '낡은 도시 살리기' '겉보다 속이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에 한창이다. 세계의 오래된 도시들은 멋진 건물로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기보다 기존의 문화나 역사를 이용한 '느린 개발'이 관심사다. 공공 디자인도 이런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식이다.

  • 국내 산업디자인은 일류 대열에 진입하고 있지만 공공 디자인 부분은 후진국 수준이다. 인수위에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공공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되면서 각종 행사를 개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새마을 운동식으로 우후죽순한 공공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원리 원칙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의 공공 디자인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리즈는 모두 6회(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6개국)이다. 지면과 더불 어 OBS 경인방송, 케이블채널 비즈니스앤·tbs(교통방송)·NGC(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IPTV인 ‘KT메가TV’를 통해 전파를 탄다. /특별취재팀

현대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요즘 맨해튼에서 뜨고 있는 곳은 과거 육가공업체가 모여 있었던 미트패킹(Meatpac king) 지역이다. 여기선 옛 고기창고나 푸줏간을 개조해 만든 '스텔라 매카트니' '알렉산더 맥퀸' 같은 명품 숍과 정육점이 이웃사촌이다.

 

우리로 치면 마장동과 청담동이 섞여 있는 셈. "이웃집 푸줏간 친구가 없어진다면 슬플 거예요. 이곳만의 풍경이니까요." 이곳에 가장 먼저 매장을 낸 디자인 가구 회사 '비트라'의 알프레드 스테들러(Stadler) 북아메리카 총괄담당은 "고기 비린내가 진동하고 건물도 허름하지만 뉴요커들은 역사가 서려 있는 이곳의 외관을 뜯어고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세월 독일 산업의 심장부였던 철강도시 뒤스부르크에선 녹슨 제철소 건물에서 아이들이 암벽 등반 훈련을 한다. 옛날 가스저장탱크에 물을 채워 만든 다이빙훈련장은 입소문으로 방문객이 북적거린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는 가공한 디즈니랜드와 다르다'며 녹슨 '공장 공원'을 자랑스러워한다.

 

영국 런던은 최근 '디자인 런던(Design for London)' 프로젝트를 발표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 '도시 업그레이드'를 슬로건으로 내놓았다. 런던은 현재 조성 중인 2012년 올림픽타운에 들어가는 건축 자재의 90% 이상을 재활용 자재로 이용하는 등 '친환경 에코(eco) 도시'도 지향하고 있다.

 

파리에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도시 디자인'에 열 올리고 있다. 빈부 격차를 최소화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를 계획하는 한편, 도시 곳곳을 내 집안처럼 편안하게 느끼게 만들어 삶의 패턴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조르주 브나무(Benamou)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문화 특보는 "도시는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며 "좋아 보인다고 남의 것을 무조건 베끼고 무계획적으로 이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이처럼 지금 세계의 디자인 선진 도시들엔 문화로 내실을 다지는 잔잔한 '도시혁명'이 진행 중이다. '재생'이나 인간 중심의 '느린 개발'로 문화의 거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전 도시로 문화를 확장해 가는 방식이다. 수백 년간 양적 팽창을 거듭한 세계의 도시들이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다. 세계의 도시 전문가들은 "성급한 디자인 정책은 또 다른 디자인 재앙을 몰고 온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눈에 띄는 멋진 건물로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던 시대의 종언(終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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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논리에 따라 도시의 주인처럼 대접받았던 '빌딩, 자동차, 도로'는 이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대신 '사람, 자연, 문화' 등 도시의 원래 주인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다. '지속가능한(sustainable) 도시', '에코 도시'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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