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매년 3월 대만에서 '삼성 모바일 솔루션 포럼'(SMS)을 열고 있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 전자기기용 반도체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는 행사다. 올해는 특검 수사 때문에 연기됐지만 삼성이 굳이 대만에 가서 신제품을 소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의 반도체 신제품이 들어간 휴대전화와 PDA, 디지털 카메라들을 가장 먼저 만들어 내는 곳이 대만이기 때문이다.
▶세계 IT업계에는 "대만 기업과 손을 잡아야 세계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2006년 특집기사에서 '대만 기업이 무너지면 세계가 무너진다'고 했다. 세계 컴퓨터 마더보드의 99%, 노트북 PC의 87%, LCD 모니터의 75%를 생산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애플 아이팟·아이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휴렛팩커드와 델의 노트북 PC, 노키아와 모토로라 휴대전화 같은 세계적 히트상품도 대부분 대만 기업들이 만든다.
▶대만 기업은 주문받을 때 세 가지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 물량과 대당 이익, 납기다. 아무리 까다로운 주문에도 절대 "No"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은 아이팟 위탁생산 주문을 받고는 단가가 맞지 않는다며 모두 손사래를 쳤다. 대만의 홍하이는 아이팟 전용 공장까지 지어 주문을 싹쓸이했다.
▶대만 기업들의 탁월한 원가 경쟁력은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에서 나온다. 생산물량의 80%를 중국에서 대고 대만 내 생산은 6.6%에 지나지 않는다. 대만 본사는 연구개발과 마케팅만 하고 중국 공장은 생산을 맡는 분업체제다. 그래서 차이나와 타이완을 합쳐 '차이완(Chaiwan)' 기업이라는 용어도 나왔다.
▶대만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마잉주 후보가 승리하면서 대만·중국의 경제통합에 속도가 더 붙게 됐다. 천수이볜 총통이 대만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애썼던 것과 달리 마 후보는 중국과 '단일시장'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1차(1924~1927년), 2차(1937~1945년) 합작에 이어 '3차 국공합작', 곧 '경제 국공합작'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양안(兩岸) 경제통합으로 중국 투자 제한이 모두 풀리면 그러지 않아도 막강한 차이완 기업의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한국 IT산업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3/24/20080324017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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