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南北美洲.濠洲

<스크랩>▒ 왜 한국인은 밴쿠버, 밴쿠버로 향하나 ▒

鶴山 徐 仁 2006. 7. 9. 12:36
 
     
                     
 
 
벤쿠버2.jpg
 
새의 눈에서 내려다본 밴쿠버시가지와 스탠리공원. < 사진제공=캐나다관광청 >
 
 
 
밴쿠버는 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가.
 
 
 
밴쿠버 상공에 다다른 여객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낯추기 시작했다.
 
나는 창문으로 밴쿠버 시가지를 내려보다가 나무와 숲과 꽃이 거리를
 
가득 운 것을 발견하곤 감격해 눈물이 나올 뻔했다.
 
 
사실 나는 그동안 밴쿠버가 살기 좋은 이유에 대해 여러차례 글을 쓴 바
 
있고, 2004년에 쓴 풍요와 기회의 나라 캐나다 기행에서도 또다시
 
언급했었다. 톱 클래스의 원고 청탁을 받고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에 위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동안 수 차례 밴쿠버를 여행했지만 그때처럼 도시 상공에서부터
밴쿠버에 감동한 적이 없었다.
 
 
그때 나는 15일 동안 캐나다 북극(누나부트 준주)을 취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보름 동안 눈 덮인 설원(雪原)과 빙원(氷原)만 보다가
 
세 시간 반 비행기를 타고 온타리오주
 
오타와로 내려왔지만 냉기()는 거리를 휘몰아쳤다. 다음날 이른 아침
 
오타와공항에서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로 캐나다를 대륙 횡단하면서 나는 온타리오주 , 마니토바주,
 
새스캐촤완주, 앨버타주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4월 중순이었지만 여전히 산과 들은 잔설(殘雪)로 뒤덮여 있는 곳이 많았다.
 
 
 
미국과 맞대고 있는 캐나다 국경선은 북위 48도. 캐나다 동부에서
 
밴쿠버로 가려면 최소한 북위 50도 위를 지나야 한다. 그러니 4월이 되어도
 
아직 채 물러가지 못한 겨울이 완강하게 대지를 덮고 있다.
 
그런데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훈풍(薰風)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밴쿠버에
 
오니 천지가 울긋불긋 꽃동네였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산하 전문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 조사한 2005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에 캐나다 밴쿠버가
 
1위를 차지했다. EIU는 안전도, 인프라 시설, 상품, 서비스 이용 편의성
 
등을 감안해 해마다 세계 여러 도시들을 평가하고 있다.
 
밴쿠버는 2004년에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됐다.
 
 
최근 몇년 사이 밴쿠버로 이민가는 한국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덩달아 밴쿠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가려는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본격적으로 밴쿠버 속으로 들어가보자.
 
캐나다의 여러 도시 중 왜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위에
 
연속 랭크되는가? 일단 토론토와 비교해보면 한 가지 점에서
 
결정적 비교우위를 갖는다.
 
바로 날씨다. 살기좋은 도시의 제1의 조건이 온화한 기후다.
 
 
밴쿠버의 1월 평균 기온이 영상 1~5도. 겨울철에도 골프장의 그린은 파랗다.
 
물론 여행의 황금시기는 6~8월로 평균 기온은 17~24도다.
 
 
여름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밴쿠버 시내를 걷는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토론토의 여름도 황홀하지만 문제는 겨울이다.
 
영하의 겨울이 6개월 지속된다고 생각해보라. 토론토의 4월은 여전히
 
겨울이다. 반면 밴쿠버는 3월부터 꽃이 핀다. 완연한 봄이다.
 
 
잠깐, 날씨만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나? 아니다.
 
날씨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뭔가 다른 요소가 있을 것이다.
 
두번째 요소는 밴쿠버의 지리적 조건에 있다.
 
밴쿠버는 항구도시다. 우리가 보통 세계 3대 미항(美港) 하면
 
나폴리(이탈리아), 리우데자네이로(브라질), 시드니(호주)를
 
꼽지만 4대 미항 하면 밴쿠버가 들어간다.
 
밴쿠버요트.JPG
 
밴쿠버 해변에서 요트를 즐기는 시민들 < 사진제공=캐나다관광청 >
 
 
 
밴쿠버의 북쪽에는 코스트산맥이,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펼쳐진다.
 
눈 덮인 높은 산이 있고 산을 내려오면 태평양의 해안선과 해변이 있다.
 
남부 밴쿠버에는 강이 흐른다.
 
 
따라서 원하기만 하면 하루에 요트, 골프, 스키를 전부 즐길 수 있는
 
곳이 밴쿠버다. 지구상에 스키와 골프와 세일링을 하루에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도시는 아마도 밴쿠버밖에 없을 것이다.
 
 
밴쿠버에서 씨 투 스카이(Sea to Sky)라는 별명이 붙은 해안고속도로
 
99번을 타고 2시간 올라가면 저 유명한 휘슬러 스키리조트와 만난다.
 
2003년 여름, 2010년 동계올림픽 후보지를 놓고 강원도 평창과 최종 경쟁을
 
벌여 개최권을 따낸 그 휘슬러다. 세계적인 스키리조트인 휘슬러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사족(蛇足)이 될 것이다.
 
 
 
밴쿠버는 토론토,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 3대도시다.
 
그렇지만 서울, 도쿄, 뉴욕처럼 무지막지하게 크지 않고 아담하다.
 
밴쿠버 인구는 200만명. 밴쿠버의 인구밀도는 1km2 당 600명.
 
밴쿠버를 둘러싸고 있는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평균 인구밀도가
 
1km2 당 3.5명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과밀이다.
 
참고로 서울은 1km2당 1만7000명이다.
 
 
 
그러니 밴쿠버가 대도시이긴 해도 밴쿠버에서 산다는 것은
 
사실상 공원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밴쿠버 중심지를
 
벗어난 지역의 단독주택의 뒷마당에는 곰들이 자주 출몰한다.
 
어슬렁거리다가 볼 일을 보고 다시 어슬렁 돌아간다.
 
한국에서는 뉴스지만 밴쿠버에서는 일상이다.
 
 
 
밴쿠버 중심가의 모든 도로는 스탠리(Stanley)파크를 향해 뻗어나 있다.
 
1888년에 개장한 이 스탠리공원은 마치 밴쿠버 끝자락에 붙어있는데,
 
마치 섬과 같다. 중심가에서 이 공원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스탠리 공원에 와보면 밴쿠버가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또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지 오감(五感)으로 확인하게 된다. 
 
 
 
스탠리 공원에서 바라보는 밴쿠버의 야경은 너무나 황홀하다. 이 공원은
 
자동차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도 들어가도 된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걷거나 자전거를 빌려 스탠리공원을 돌아보자. 산책로는 보행자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나뉜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에 최적의 코스다.
 
밴쿠버 시민들은 이곳에 개를 데리고 조깅을 하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긴다. 산책로의 길이는 장장 18km.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공원의 크기는 밴쿠버 시내 중심가와 비슷하다. 약 120만평(400만km2)으로
 
공원으로는 세계 최대다. 서울 사대문 안의 면적과 맞먹는다고 하면
 
아마 이해가 쉬울 것이다.
 
 
스탠리 공원의 압권은 울창한 원시림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를
 
가지 않는한 좀처럼 이런 원시림을 접할 기회가 없다.
 
이곳에는 파르테논 신전의 거대한 열주(列柱) 같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몇사람이 손에 손을 잡고 둘레를 재야 할 정도의 큰 아름드리의 나무들이
 
태초의 자연상태 그대로있다. 수령이 1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수두룩하다.
 
나무의 끝이 어디인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면 미처 그 끝을 보기 전에
 
아득한 현기증을 느낀다.
 
 
캐나다 사람들은 어떻게 1888년에 도심 가까운 곳에
 
이런 원시림을 조성할 생각을 했고, 또 1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처음 그대로의 상태로 보전할 수 있었을까.
 
 
밴쿠버해변.JPG
 스탠리공원에서 본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 해변.  < 사진제공= 캐나다관광청 >
 
 
 
 
스탠리 공원에는 하루 해가 짧을 정도로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밴쿠버 시민들은 스탠리 공원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마치 센트럴파크를 가진 뉴요커(Newyorker)처럼.
 
 
먹고 사는 것이야 밴쿠버와 서울이 크게 다를 게 있을까.
 
오히려 밥벌이로 치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아직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지 못하니 아직은 어리숙한 곳이 있고 편법이 통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G-7 국가에 드는 캐나다는 모든 게 시스템화 되어 있어 빈틈이 없다.
 
한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캐나다 공무원은 융통성이 없는,
 
꽉 막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의 빨리 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2년 전 밴쿠버로 이민을 떠난 여자동창(최지희)이 있다.
 
그는 웨스트(west)밴쿠버에 산다. 밴쿠버에서 1년간 살아보니 어떤 점에서
 
살기가 좋냐고 이메일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는 지역사회 조직이 잘 되있어서 이용할 꺼리가 무척 많다. 지역마다
 
도서관, 레크레이션 센터는 기본을 되어 있다. 그런 센터에 가면
 
꼬마애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도
 
저렴한 비용에 즐길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잘 되어 있다.
 
내가 사는 여기 웨스트 밴쿠버에 실내 수영장이 있는데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각 동네마다 공공 체육관이며 스케이트장이며
 
축구, 야구, 하키 등등 각종 구기 종목을 계절별로 즐길수 있는 잔디구장이
 
널려 있다. 이 모든 지역 스포츠가 계절별로 시즌초기에 다 계획되어 선수
 
모집부터 경기 일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건
 
역시 그 동네 자원봉사자들이다. 결국 작은 조직의 활성화가
 
결국 이 큰 사회의 축을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인 것 같다.
 
 
그는 사회의 투명성을 언급했다. 작은 단위의 조직이 투명하게
 
작동하다보니 사회 전체가 투명하게 움직인다는 얘기였다.
 
그는 지역언론의 활성화가 투명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지역신문에 공고, 공청회, 보고회 등 모든 게 실린다는 얘기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밴쿠버는 토론토에 못지않게 안전한 도시다.
 
 
밥벌이가 지겹고 힘겨울 때 지친 심신을 달래고 위로해주는 대자연이
 
뒷마당에, 혹은 30분~1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지난 10월1일 개통한 청계천에 한달동안만 5백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금도 이런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점심 시간과 퇴근 무렵에 청계천에 가보라.
 
거기서 시민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청계천의 대성공은 역설적으로 서울에 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밴쿠버는 갈 곳이 천지다.
 
억만장자의 부자나 웰페어에 의지해 사는 가난한 사람도 자연을 즐기는데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
 
 
스탠리공원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감미로운 바람에 심신(心身)을 맡겨보라.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료출처: "Ei-yong T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