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 가야산, 서쪽으로 덕유산, 남쪽으로 멀리 지리산을 볼 수 있는 민주지산은 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며, 물한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도 가지고 있다. 민주지산의 한자 이름이 굽어볼 ‘민’, 두루 ‘주’, 갈 ‘지’, 뫼 ‘산’ 자로
‘두루 굽어보며 가는 산’이라는 뜻으로 하나의 문장으로 된 독특한 산이름이다.
민주지산(1242m)은 한반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서남으로 뻗어내린 소백산맥이 추풍령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기세를 일으키면서 형성된 산이다. 충북 영동, 경북 김천, 전북
무주의 3도에 걸쳐 있는 삼도봉과 북으로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등 해발 1100∼1200m의 고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20여㎞의 깊은
골을 만들었는데, 이곳이 바로 국내 최대 원시림의 계곡이라 불리는 물한계곡이다.
물한리 마을에서 삼도봉을 향하다 보면 옥계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등 이 있고, 장군바위를 비롯 많은 소와 숲이 어우려져 더욱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민주지산 산행기점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쪽. 산세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민주지산과 삼도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10분 거리에
의용골폭포가 있으며, 폭포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계곡이 음주암골이다. 이 골짜기를 따라 석기봉과 삼도봉 사이의 능선안부로 올라설 수 있다.
국내 최대 천연림 중 하나로 꼽히는 물한계곡은 바깥엔 땡볕이 온 세상을 태울 듯 내리쬐지만 햇살 한 줄기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아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계곡을 덮고 있는 숲엔 후투티, 꾀꼬리, 덤불해오라기, 소쩍새, 노랑할미새 등 수십종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물속에도 쉬리, 돌고기, 갈겨니 등이 어우러져 산다.
산행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에서 시작해 쪽새골로 민주지산에 오른 뒤, 석기봉∼삼도봉∼삼마골재∼물한계곡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다. 물한마을 주차장에서
포장길을 따르면 황룡사 입구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의 초입에 ‘등산로’ 표시가 있는 오른쪽 길은 각호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왼쪽으로 철망이 쳐져 있는 호젓한 길을 약 20분 정도 들어가면 낙엽송과 잣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 나온다. 여기에서 간이화장실 있는
곳과, 조금 더 지나 ‘잣나무숲’ 이정표에서 각각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이 두 길은 계곡 좌우로 오르다가 나중에 만나므로 어디로 올라도
된다.
잣나무숲 이정표에서 약 30여분 진행하면 직진 길과 왼쪽 계곡을 건너는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키 낮은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가파른
길을 약 50여분 오르면 능선에 닿고, 여기서는 정상이 지척이다.
지능선 위로 새하얗게 드리워진 순백의 설경을 바라보거나, 산길 좌우 두툼한 설화가 만발한 신갈나무 숲을 걷노라면 가슴은 벅차오르고,
쏴아하고 스치는 한줄기 맑은 기운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지산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거침없고 각호봉이나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참으로 부드럽고 매끈하다. 석기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바위길이 가끔 나타나기는 하나 길은 대체로 편안하고 이정표도 잘 세워져있다.
뾰족하게 솟아 있는 석기봉의 모습이 이채롭다.
석기봉 오름길 바위지대에는 밧줄이 걸려 있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도 있는데, 어느 쪽 길이나 주의해서 올라야 한다. 오른쪽 우회길로
가다보면 석기봉 아래 삼두마애불을 지나게 된다. 남향으로 자리잡은 이곳에는 샘도 있고 터도 잘 닦여져 있으나 물은 얼었다.
암봉인 석기봉에 서면 삼도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그 봉우리 좌우로 이어지는 우람한 근육질의 산줄기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바로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석기봉 바위지대를 내려서면 간이대피소가 있다. 삼도봉에는 삼도 대화합 기념 조형물이 서 있고, 매년 10월10일이면 여기서
기념행사를 지낸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 온 석기봉과 민주지산이 아득하다. 남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에는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북동쪽 급경사길을 내려서다 보면 왼쪽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극성이다. 마치,‘여기는 대간길이야!’라며 텃세를 부리듯 사납기 짝이
없고, 볼이 얼얼할 정도로 차갑다.
삼마골재에서 물한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호젓하다. 이번에 지나온 능선길은 왼쪽에 우뚝 서서 깊은 산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길을 1시간10분 남짓 내려서면 낙엽송 숲을 만나고 이내 산행을 마감하게 된다.[서울신문]
●교통 자가용 경부고속도 황간 IC에서 빠져 나와 매곡면(579번지방도)을 거쳐 상촌면 물한리로 접근하면
된다. 대중교통:영동역∼물한리간 1일 5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좋다.(동일버스·043-742-3971).
●숙박 종점민박(043-745-1350)과 대구민박(745-0036)을 이용하면 된다. 겨울철에는 한번쯤 미리 전화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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