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로 치장한 돌탑이 이색적인 청옥산자연휴양림에 들어서면 함박꽃나무가 활짝 웃는다.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을 간직한 경북 봉화군 서포면 대현리의 청옥산자연휴양림엔 유난히 함박꽃나무가 많다. 북한의 국화이자 산목련으로
불리는 함박꽃나무는 꽃이 목련처럼 커 순백의 꽃잎이 입을 열면 함박웃음을 짓 듯 정겹다.
청옥산(1276m) 북동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골짜기에 자리한 청옥산자연휴양림은 수림이 울창하고 가재가 살 정도로 계곡물이 맑은 청정지역.
휴양림 면적도 135㏊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숲에서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1.1㎞의 자연관찰로는 사색의 공간이자 숲 체험 코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와 지저귀는 산새소리가 대자연의
화음을 연출하는 숲에는 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래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은 침엽수 중 유일하게 낙엽이 지는 나무로 본래 이름은 일본잎갈나무. 민둥산을 푸른 산으로 가꾸기 위해
일본에서 들여온 속성수로 한때 전봇대로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나무 전나무 등 다른 침엽수와 달리 바늘처럼 뾰족한 낙엽송의 잎은 잘 썩지
않아 ‘숲 속의 조폭’으로 불린다. 실제로 낙엽송의 잎이 떨어진 곳에는 다른 식물들의 성장이 부진하다.
형형색색의 풀꽃이 운치를 더하는 숲길에는 산초나무도 더러 보인다. 매운탕을 끓일 때 비린 맛을 없애주는 산초는 아릿한 향 때문에 모기향
대용으로 인기다.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싸리나무는 불에 태워도 연기가 나지 않는 나무.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공비들이 발각되지 않기
위해 싸리나무로 밥을 해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끼 계곡을 가로지르는 통나무다리를 건너면 흰나비들이 내려앉은 듯 잎이 하얗게 변해가는 나무가 시선을 끈다. 바야흐로 꽃이 피기 시작한
개다래다. 열매를 먹을 수 없는 개다래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 초록 잎이 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하얀 잎이 붉게 변하는 특이한 나무.
보릿고개인 이맘때 피는 찔레꽃은 배고픔을 상징한다. 궁핍했던 그 시절엔 친정아버지도 찔레꽃이 필 때면 시집간 딸을 찾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행여 친정아버지라도 방문하면 찬물 한 그릇밖에 대접할 것이 없는 딸은 “아버지,오시는 길에 찔레꽃을 보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하며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이밖에도 숲에는 잎에서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흉년이 들면 유난히 도토리가 많이 열린다는 상수리나무,야구배트 재료로 이용되는 물푸레나무
등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로 식물도감을 연출한다.
나뭇잎으로 올빼미도 만들고 산죽으로 배를 만들어 계곡에 띄우다보면 어느새 넉넉한 숲에 안긴 숲속의 집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넛재까지는
자동차가 교행할 정도로 넉넉한 산책로. 35번 국도가 거친 숨을 고르는 넛재(896m)의 본래 이름은 늦재. 국도가 생기기 전 태백에서 봉화로
장보러 올 때 시간이 너무 걸려 늦재로 불렸다고 한다.
넛재에서 휴양림을 거쳐 마을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국도가 생기기 전 목탄차가 다니던 길. 이 길을 중심으로
자생식물관찰원,야외강의장,무림당,숲속수련장,어린이놀이터,캠프파이어장,야영장 등이 아담하게 들어서 있다.
흙내음과 솔향 그윽한 2㎞의 산책로는 낙엽송,전나무,춘양목 등이 교대로 군락을 이룬다. 특히 수령 100년 내외의 전나무가 키 자랑을 하는
군락지는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푹신푹신한 산림욕장.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정오의 햇살이 얼룩무늬를 만들고 나뭇잎에서 뿜어져 나온
피톤치드는 상쾌함을 더한다.
시리도록 차가운 이끼 계곡을 벗 삼아 숲길을 내려오면 춘양목으로 불리는 적송 군락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봉화 울진 삼척 등 태백산
일대에서 자라는 우량 소나무 원목이 봉화의 춘양역을 통해 반출되면서 유명해진 춘양목은 궁궐을 만들 때 사용되던 기품 있는 나무.
춘양목이 오후의 햇살에 붉게 물들고 고즈넉한 숲에 달빛과 별빛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청옥산자연휴양림은 숲속의 음악당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창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숲속의 집에선 한여름밤의 추억이 새록새록 익어간다.
▶ 물놀이 용품 가져가면 더욱 좋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5번 국도를 탄다. 영주 시내에서 봉화 방향 36번 국도로 바꿔 타고 춘양을 지나 소천면소재지에서 좌회전해
길섶의 붓꽃이 아름다운 31번 국도를 달린다. 오르막 길인 넛재가 나오면 서서히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옥산자연휴양림을 그냥
지나치기 쉽다. 태백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을 거슬러 올라 휴양림까지 가는 길도 아름답다.
청옥산자연휴양림엔 식당이나 매점이 없으므로 음식물을 준비해 가야 한다. 객실에 취사도구,모기약,모기향이 준비되어 있으나 취사용 부탄가스와
세면도구 등은 없다. 계곡 물놀이장을 이용하려면 수영복과 튜브도 준비한다. 휴양림 내에는 바비큐 시설도 있다. 고기와 숯은 휴양림에서 태백방향
4㎞ 거리에 위치한 대현리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은 9평형 4실·10평형 10실(산림문화휴양관),9평형 5동·10평형 1동(숲속의집),그리고 나무 데크 위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야영데크 84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실내외강의장,물놀이장,야외샤워장,취사장,족구장,야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숲속도서관에선 책도 빌려준다. 어린이와 함께라면 토·일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청옥산자연휴양림
054-672-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