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음악감상 안내
이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야말로 감정이 메마르고 성격은 거칠어지고 난폭해지는 무서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모든 예술이 다 그러하겠지만 특히 음악만큼 우리에게 감동과 영향력을 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감정, 성격의 문제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성장 나아가 인간의 신체적인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러 연구가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음악이라고 해서 모두 다 우리에게 감동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음악은 우리의 건전한 정신을 훼손하고 극단적으로는 정신병에까지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저질 영화나 저질 만화, 저질 소설 등이 우리의 영혼을 좀 먹듯이 저질 음악이 주는 폐해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문학이나 미술 분야의 저질 작품은 우리 스스로 읽지 않거나 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우리 귀는 항상 열려있어서 길거리에서도 시내 버스 안에서도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무분별하고 무차별하게 우리 영혼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맞아 언제 어디서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좋은 음악을 골라서 들을 줄 아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의 말초 신경을 빠르게 자극하는 대중음악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클래식(고전) 음악을 듣는 것은 무척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좋은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인내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여러분은 다른 것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희열, 감동 그리고 만족감을 그 속에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그 귀중한 보석을 캐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음악은 크게 성악과 기악으로 나눕니다. 성악은 물론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말하며, 기악은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을 말하는 것입니다. 성악과 기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그 음역에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어느 한계 이상의 소리는 내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한계 이하의 낮은 소리도 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악기는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다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악기마다 음역이 조금씩 다릅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성악에는 대부분 가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사가 있다고 하는 것은 그 음악의 뜻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쉽고 이해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악은 오로지 선율과 화성의 흐름으로만 느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외국곡을 들을 때는 그 가사의 뜻을 알고 들어야 그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악이라고 다 가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사가 없이 그냥 목소리를 악기로 생각하고 '우'나 '아' 또는 '라' 등으로만 노래하는 것도 있습니다. 보통 '보칼리제' 또는 '보칼리스'라고 부릅니다.
또한 성악에도 그 종류가 많습니다. 보통 아름다운 시에 가락을 붙인 '가곡'이 있고, 오페라에서 불려지는 '아리아'가 있고,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종교음악, 그리고 각 나라의 특성이 잘 배어있는 민요 등등 . 또 남자와 여자가 부르는 노래가 다르고, 독창과 중창, 또는 합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악은 또 그 종류가 헤아릴수 없이 많을 정도입니다. 그 이름을 들자면 샤꼰느, 찌간느, 파사칼리아, 변주곡, 푸가, 토카타, 즉흥곡, 환상곡, 소나타, 실내악곡, 각종 독주곡, 교향시, 교향곡, 서곡, 광시곡, 협주곡 .....등 등 한이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다 알고 들을 수는 없겠죠. 그러나, 계속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하나씩 하나씩 우리의 머리 속에 간직되어질 것입니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알아야 할 것은 음악은 크게 순음악(절대음악)과 표제음악으로 나뉜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표제음악이란 어떤 문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표제음악을 들을 때는 그 문학적인 내용도 미리 알고 들으면 그 음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표제음악은 낭만파에 들어와서 크게 발전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낭만파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옛날부터 음악 속에 조금씩 스며들었던 것이 낭만파 시대에 와서 크게 발전한 것입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 주로 제목이 붙어있는 것은 표제음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제목이 붙어있다고 해서 모두가 표제음악은 아닙니다. 어떤 것은 악보 출판업자가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억지로 붙인 것도 있습니다. 또 표제음악의 일종인 묘사음악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의 모습을 말 그대로 묘사하는 음악을 말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도 묘사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묘사음악은 아닙니다. 묘사음악은 따라서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모방하기도 합니다, 새소리, 망치소리, 동물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이용하거나 흉내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절대음악 즉 순음악이란 말 그대로 음악의 형식과 구조, 선율의 짜임, 화성적인 연결만으로 작곡자가 의도하는 음악적인 사상이나 상념을 그려낸 음악을 말합니다. 음악 속에는 그 음악을 작곡한 사람의 정신과 사상이 깃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음악을 들을 때는 앞서 말한 음악의 구조나 형식, 화성 등을 잘 분석하여 들으면 더욱 좋습니다. 나아가 그 작곡가가 살던 시대의 배경과 작곡자의 삶, 사상 등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음악을 들을 때 항상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알고 분석적으로 들을 수만은 없겠지요. 처음에는 부담을 갖지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음악을 자주 듣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골라가면서 듣다가 점차 범위를 넓혀 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귀, 영혼의 귀가 저절로 열려 질 것입니다. 나중에는 이곳 홈페이지에서 보는 것처럼 곡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며 듣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항상 그럴 수는 없겠지만 음악에 몰두하여 듣는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음의 귀, 영혼의 귀가 열려지기만 한다면 여러분은 정말 그 속에서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 영혼의 살찌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오디오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 이 홈페이지에서 듣는 것처럼 헤드셋이나 소형 스피커로 듣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오디오용 CD를 구입하여 좋은 오디오를 통해서 들으면 그 감동은 두 배가 될 것입니다. 또 권장하고 싶은 것은 음악회가 열리는 현장에 직접 가서 듣는 것입니다. 그것은 연주자들을 더욱 격려하고 자극하는 일이 되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음악적인 밭을 한층 알차게 일구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아무리 좋은 오디오, 아무리 훌륭한 연주회장이 있다 하더라도 좋은 음악이 아니면 아무런 감동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희열을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음악 그 자체에 있다는 말입니다.
글쓴이 : 오승국
음악 감상법
1. 음악의 감상
감상이란 음악을 知的으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물론 인간은 소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감응한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올바른 감상 태도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획득되어 지는 것이다. 음악에의 즐김(enjoyment)과 감상(appreciation)은 상관적인 관계의 用語이지만 同意語는 아니다. 즉 음악에 대한 이해 없이, 또는 참된 감상 없이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 즉 음악으로부터 기쁨을 얻는다는 것은 가능한 것이다. 그 역으로 완전한 즐거움 없이 작곡 기법을 연마, 이해한다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음악으로부터 최대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음악을 다소간이나마 알아야 하고 또한 이러한 지적인 태도가 극도의 기쁨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 음악예술의 행위
음악이 만들어져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음의 행위들이 발생된다.
(1) 인적 행위 (Human Agents)
인적 행위는 작곡자, 연주자, 그리고 청취자의 셋으로 나뉘어 진다.
작곡자는 생산자라고 할 수가 있다. 이들은 음악의 다양한 재료들로부터 창작적 의욕, 음악적 상상, 기교의 지식 등의 수단으로 작품을 생산한다.
연주자는 상인으로 비교된다. 작곡자가 쓴 음악적 관념(idea)은 하나의 단순한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음악은 종이 위의 음악적 상징(음표, 기호 등)으로부터 연주자의 기교를 통해서 물리적 소리로 번역될 때 비로소 생명이 있게 된다.
청중은 소비자이다. 작곡자나 연주자 둘 다 청취자 없이 존재할 수가 없다. 즉 작곡과 연주는 청중 없이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2) 기계적 행위 (Mechanical Agents)
위에서 말한 인적 행위 외에 음악의 생산에 필수적인 또 다른 행위들이 존재한다. 비록 이 경우에도 사람들이 관여하지만 이들은 부수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 매개물(Medium)
모든 음악은 매개물이라고 부르는 기계적, 물리적 행위에 의해서 재생산된다. 즉 악기, 혹은 사람의 성대 등에 의해서 연주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출판(Publication)
출판은 음악 생산의 전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이것은 작곡자로부터의 생산물의 인쇄와 분배로 이루어진다.
◇ 전달(Transmission)
전달은 물론 연주 장에서의 직접적인 관람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에는 시간, 장소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직접 청취할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반면, 과학의 발달로 라디오, 텔레비전, 디스크 등에 의해서 연주 실황을 거대한 수의 청중들에게 동시에 들려줄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적 전달은 연주와 청중들 사이에 기계와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것이다.
3. 감상의 형태
올바른 감상의 획득은 청취자의 태도에 의존한다. 감상의 형태는 다음의 4종류로 분류할 수가 있다.
(1) 수동적 감상
음악을 듣기 위한 청취자의 주의를 요하지 않는다. 예컨대 식탁음악(dinner music)은 음악회용이 아닌 식사와 대화의 즐거움을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며 영화음악 역시 줄거리의 진행을 돕기 위한 배경음악(background music)에 불과할 뿐이다.
(2) 감각적 감상
청각을 두드리는 음악을 인식하고 들려 오는 음악의 종류, 연주의 형태 등 단순한 분야만 인식하는 상태의 감상을 말한다.
(3) 정서적 감상
음악을 정서적으로 다소간 몰입해서 듣는 상태이다. 물론 이 상태에서 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4) 지각적 감상
들리는 음악의 조직, 성격, 작곡자의 의도 및 작곡 배경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해가 있어서 분석적으로 듣는 태도를 말한다.
음악의 감상에 있어서 이상의 4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항상 어느 한 가지만으로 감상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음악을 늘 지각적, 분석적으로 만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음악을 접하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감상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지각적, 분석적으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더 없이 귀하고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4. 감상과 음악사
음악 감상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는 음악을 구조적으로 듣는 방법과 시대별로 듣는 방법의 두 가지로 생각할 수가 있다.
(1) 구조적으로 듣는 방법
①분야별로 듣는 방법 - 음악을 기악과 성악으로 나누고 이를 더욱 세분화하여 듣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성악은 독창곡, 중창곡, 합창곡으로 나누어 듣는다. 경문가(Motet), 미사곡(Mass), 진혼곡(Requiem), 코랄(Choral), 안템(Anthem), 칸타타(Cantata), 수난곡(Passion), 오라토리오(Oratorio), 가곡(Lied), 영창(Aria), 서창(Recitative), 가극(Opera), 민요(Folksong) 등
*기악은 독주곡, 실내악곡, 협주곡, 관현악곡, 교향곡 등으로 나누어 듣는다. 소나타(Sonata), 실내악(Chamber Music),협주곡(Concerto), 교향곡(Symphony), 서곡(Overture), 모음곡(Suite), 전주곡(Prelude), 교향시(Symphonic Poem) 등
②형식별로 듣는 방법 - 음악의 형식에 따라 듣는 방법으로 소나타 형식, 론도 형식, 변주곡 형식, 겹세도막 형식 등으로 나누어 듣는 방법을 말한다.
*가요형식, 겹세도막형식, 주제와 변주곡형식(The Theme and Variations), 론도(rondo), 서주(Introduction), 소나타형식 (Sonata form), 소나티나형식(Sonatina form), 론도-소나타 형식(Rondo-Sonata form)
*대위법형식(The Contrapuntal forms)-캐논(Canon), 인벤션(Invention), 푸가(Fugue), 푸게타(Fughetta), 푸가토(Fugato)
*작은 기악곡형식 - 폴로네이즈(Polonaise), 마주르카(Mazurka), 볼레로(Bolero), 하바네라(Habanera), 왈츠(Waltz), 타란텔라(Tarantella), 살타렐로(Saltarello), 행진곡(March), 스케르쪼(Scherzo), 로망스(Romance), 바가텔(Bagatelle), 무언가(Song without Words), 즉흥곡(Imprompt), 유모레스크(Humoresque), 야상곡(Nocturne), 연습곡(Etude), 광시곡 (Rhapsody), 간주곡(Intermezzo), 소야곡(Serenade), 기상곡(Capriccio), 발라드(Ballade), 환상곡(Fantasia), 토카타 (Toccata), 카바티나(Cavatina), 바르카롤(Barcarolle) 등
이 밖에 처음에는 묘사음악이나 표제음악으로 시작하여 순음악으로 옮겨가는 방법, 또는 세속음악과 교회음악으로 나누어 듣는 방법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감상의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시도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2) 시대별로 듣는 방법
이 방법은 구조적으로 들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이해력과 귀가 있을 때 시도해 볼 수가 있는 것으로 각 시대의 작곡 경향, 사회적 배경을 먼저 파악한 뒤에 주도적 역할을 한 작곡자들의 작품을 전후의 시대를 관련시켜 가며 듣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생각되나 음악에 대한 철학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음악사적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음악사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나 고대와 중세의 음악은 문헌을 통해서 접할 수 있을 뿐 실제적인 음악은 들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서양의 음악은 초기 기독교 시대로부터 전해 온 그레고리 성가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최근에는 고대와 중세 때의 악보와 악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연주도 그 당시의 악기로 연주하는 단체가 늘어가고 있어 현재의 개량된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과의 비교도 가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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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은 고차원적인 지적활동
미국 MIT 인지과학연구소 교수이자 저명한 언어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음악을 '소리로 만든 치즈케이크'라고 말한 바 있다. 음악은 단지 귀를 즐겁게 해주는 말초적인 청각 신호일 뿐이며, 자장가를 들으면 졸리고 행진곡을 들으면 박자가 맞춰지는 것처럼 음악을 즐기는 행위는 단순히 지각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해온 신경생리학자들은 핑커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음악은 지각 영역뿐만 아니라 대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자극이며 음악 감상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이자벨 페레츠 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은 측두엽을 절개한 간질 환자 65명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실험을 했다. 측두엽은 청각 신호를 처리하는 영역이다. 측두엽이 없는 사람이 정상적으로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본 것이다. 실험 결과 왼쪽 측두엽을 절개한 환자들은 음높이를 지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오른쪽 측두엽을 절개한 환자들은 음높이뿐만 아니라 음의 전개 패턴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한 음의 지속 시간이나 두 음 사이의 음정 차이는 오른쪽 측두엽에서 판단하는 한편, 마디 단위로 끊어서 음 전개를 파악하는 능력은 바로 뒤에 위치한 전두엽이 담당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대뇌의 시각 영역까지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카엔 대학 연구팀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 보았다. 그 결과 브로드만 영역 18번과 19번으로 명명된 시각 영역의 신경 세포들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흔히 '마음의 눈'(Mind's eye)이라고 불리는 영역으로서, 우리가 상상을 할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의 대뇌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 과학자들의 연구는 음악이 그저 귀를 즐겁게 해주는 '치즈 케이크 맛보기'가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적인 정신 활동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늘부터 음악을 열심히 듣자! 아무리 많이 들어도 치즈케이크처럼 살찔 염려도 없으니 말이다.
- 동아일보 2001. 4. 19 목요일 20면 '정재승(고려대학교 연구 교수)의 음악 속의 과학'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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