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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學. 硏究分野

한국 생명과학 연구, 해외서 잇따라 주목

鶴山 徐 仁 2006. 6. 4. 10:09
김빛내리 마이크로RNA 생성과정 새로 밝혀
이정익 ‘면역반응 없는 췌장세포 이식’ 개발
이상규 천식·아토피 新藥개발 가능성 열어

줄기세포 파문으로 인해 생명과학계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외에서 생명과학자들은 묵묵히 연구실을 지키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그 성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왼쪽부터)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 도쿄대 이정익 연구원, 연세대 이상규 교수
◆생명현상 조절하는 RNA 규명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36)교수는 생명과학 최고 권위지인 ‘셀(Cell)’ 2일자에 단백질과 함께 생명현상의 주요 조절물질로 부각되고 있는 ‘마이크로RNA(microRNA)’의 생성과정을 새롭게 밝힌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마이크로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일반 RNA보다 크기가 작은 RNA로, DNA나 RNA에 달라붙어 단백질 합성과정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원래 하등동물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2000년대 이후 사람에게서도 발견돼 DNA를 이어 생명과학계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 RNA의 전단계 물질이 만들어지면 세포핵과 세포질에서 특정 단백질에 의해 토막나는 두 번의 변형과정을 거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핵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변형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래픽>

김 교수는 2002년 마이크로RNA가 두 단계의 변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으며, 이듬해에는 첫 단계 변형에 관여하는 ‘드로샤(Drosha)’라는 핵심 단백질을 찾아내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번에는 드로샤 단백질 복합체가 머리핀 모양으로 생긴 초기단계 마이크로RNA의 꼬리 쪽에 붙으면 마이크로RNA를 정상적인 형태로 잘라내지만, 머리쪽에 붙으면 비정상적인 마이크로RNA가 만들어지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RNA는 DNA나 다른 RNA에 달라붙어 DNA에 있는 특정 유전자의 정보가 단백질로 구현되는 것을 막는다”며 “이 과정을 모방하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차단할 수 있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RNA의 유전자 조절기능이 고장나면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혀져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RNA는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도 있다”며 “마이크로RNA의 생성과정과 기능을 더욱 자세히 밝히는 한편, 유전자 조절기능을 가진 다른 작은 RNA들도 계속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부반응 없는 세포이식법 개발

일본 도쿄(東京)대 농학생명과학연구과 박사과정 이정익(李禎翼·33) 연구원은 당뇨병 환자 자신의 연골세포로 이식받을 다른 사람의 인슐린 분비 췌장세포를 감싸면 면역세포가 이물질로 생각하지 않아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병원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췌장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을 쓰고 있으나 환자의 면역세포가 이식된 세포를 이물질로 여겨 공격하는 바람에 치료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개의 귀에서 추출한 연골세포를 특수배양해 얇은 종이 형태로 만든 뒤, 그 사이사이에 다른 개에서 추출한 췌장세포를 끼워넣은 인공췌장을 만들었다”며 “연골세포와 여기서 분비되는 콜라겐으로 둘러싸인 췌장세포는 6개월간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도교수인 사사키 노부오 교수와 함께 지난달 25~26일 열린 일본 조직배양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행사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며,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이 학회의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이 연구원은 “크기가 작은 산소·영양분·인슐린은 콜라겐 막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나 커다란 면역세포는 통과하지 못한다”며 “결국 면역거부 반응 없이 이식된 세포가 분비한 인슐린이 환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올해 안으로 당뇨병에 걸린 쥐와 개에게 인공췌장을 이식해 실제로 혈당 조절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아토피 유전자치료 새 길

연세대 생명공학과 이상규 교수팀은 미 예일대 의대 연구팀과 함께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제어하는 T세포에 ‘팍스피쓰리(Foxp3)’ 유전자가 쌍으로 결합하지 못할 경우 천식·류머티즘·아토피처럼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실렸으며 이 교수가 기술고문으로 있는 바이오벤처기업 포휴먼텍이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밝힌 메커니즘을 이용해 류머티즘·천식·아토피 등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키워드

RNA: 당 성분을 제외하고는 DNA와 구조가 동일한 유전 물질. DNA 이중나선이 풀리면 유전자를 구성하는 4종류의 염기 배열 순서가 RNA로 복사되며, 그 정보에 따라 단백질이 합성된다.

췌장:이자라고도 하며, 그 안에 있는 섬처럼 생긴 랑게르한스섬(췌도)에서 혈당치를 조절하는 인슐린이 분비된다.

T세포:병원균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다른 면역세포를 조절하거나, 직접 외부 침입 물질을 파괴하는 면역세포. 고장나면 정상조직을 공격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6.06.02 22:17 34' / 수정 : 2006.06.02 22:21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