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인격을 측정하는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 뿐 이다. 한마디로 하자면 “믿을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아무리 재간이 비상하고 손오공처럼 축지법이라도 구사하여 신출귀몰의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면 아무 소용도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요새 선거철을 맞아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이 많다. 모든 전화로의 응답이 한결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 여당의 후보 측에서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은
유권자는 덮어놓고 여당후보는 누구이든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결과도 그렇다지만 일반국민은 여당에 대하여 등을
돌렸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비록 근소한 차이기는 했지만 승리하여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오늘의 여당이
어찌하여 그리도 신망을 잃은 것일까. 2004년에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당으로 군림했던 여당이 오늘은 왜 이리도 인기가 없는 것일까.
물론 모든 선거는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보기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할 것은 불을 보는
듯 뻔한 노릇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도자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씨는 여기선 이 말하고 저기선 저 말하여 제정신 가진 사람들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반미가 아니라고 하다가도 반미를 부르짖고 친북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경우에 따라서 친북을 넘어 종북(북을 추종한다는
뜻)이다.
우리를 향해 그런 인격을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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