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철. 밤새 ‘쏴아’하고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아침에는 해를 가리고 있는 찌푸둥한 구름 때문에 눈이 쉽게 안 떠지기 마련. 이불과의 사투를 벌이며 고통스러운 몸부림 끝에 향하는 출근길
발걸음은 그래서 더욱 무겁기만 하다. 요즘같은 때에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빨래처럼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건 여름휴가가 아닐런지?
올 여름 휴가지로 어디가 좋을까나, 하는 관광청 독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노매드 관광청이 병아리 감별사 마냥 까다롭게 고른 여름 휴가지를 소개한다.
“허리까지 잠기는 물 속에서 발치를 스쳐 지나는 물고기를 바라볼 수 있는
곳,
넓다란 백사장에 연인과,
가족과 손잡고 나란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을 수 있는 곳,
진초록 빛이 가득 배어나올
것만 같은, 푸른 송림(松林)의 싱그런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
덕적도.
원래 우리말로 큰물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서해의 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심이 깊어 물이 맑디 맑다. 서해안에서 볼 수 있는 탁한 물이 아닌, 동해나 제주 바다의 맑고
투명한 빛깔과 닮아있다.
어떻게
갈까
덕적도 여행은 인천 연안 여객 터미널에서 시작된다.
연안 여객 터미널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고
동인천이나 제물포 역까지 간 후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삼화고속버스를 이용하면 연안 여객
터미널까지 한방에 편하게 갈 수 있다(요금 3,000원). 만일 차를 가지고 간다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을 이용하시길. 덕적도까지
카페리호가 운영된다.
연안 여객 터미널
인천 연안 여객 터미널에서는 약 50분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는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서해 바다를 나는 듯이 달려 덕적도의 진리 선착장에 도착하면 갈매기 떼와 섬마을 아주머니들이
낯선 여행객들을 푸근하게 반겨준다.
이용요금
[인천 연안 여객 터미널
이용시]
요금 : 프린세스 호 -
성인 17,500원, 학생 15,900원, 아동 8,750원
오클랜드 호 - 성인
14,150원, 학생 11,550원, 아동 7,100원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이용시]
요금 :
45,000원(승용차 기준, 운전자 요금 포함)
1인 추가시 - 7,500원
프린센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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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까
덕적도의 숙소는 민박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육지에서
불고 있는 펜션붐이 덕적도에서도 살짝 불고 있다. 펜션하늘바다는 고객 감동 서비스를 지향하는 친절한 주인 언니가
있는 펜션. 펜션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유행하고 있는 럭셔리한 펜션과는 좀 거리가 멀다. 깔끔하고 시설 좋은 민박집 정도? 하지만 바비큐
시설을 갖추고 있어 직접 잡은 조개나 골뱅이를 구워 먹을 수 있고 자전거도 빌려주므로 이용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가격도 펜션치고는 저렴한
편.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므로 미리미리
예약할 것! 보통 1개월 이전에 예약해 주는 것이 좋다. 늦게 준비한다면 이미 예약 완료된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식사는 숙소에서 직접 준비하거나, 숙소에 백반을 미리
예약하면 된다. 백반은 보통 한끼 5,000원 정도하는데 아무데나 들어가도 대부분 맛있고 반찬 가짓수도 푸짐하게 나온다. 섬에서 직접 기른
삼계탕도 별미중에 별미!
섬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회. 배가 도착하는
진리 선착장에는 아줌마들이 뻘간 고무 대아에 광어나 우럭같은 싱싱한 횟감을 판다. 자연산이라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싸다. 4킬로짜리
광어가 6만원 정도. 배가 도착하는 시간이 지나면 아줌마들이 자리를 접고 철수하므로 참고하시라.
진리 선착장
가볼만한 곳
덕적도는 작은 섬이 아닌지라 가볼 만한 곳들이
꽤 많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서포리 해수욕장이다.
서포리 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는 무려 2km가 넘고 완만한 경사의 곱고 깨끗한 황금빛 모래와 백사장 뒤로 2백 년 이상 된 1천여 그루의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심한 서해인지라 물이 빠진 서포리에는 ,물이 나간 자리를 파보면 아이보리 빛깔의 비단 조개들이
가득하다. 별다른 도구는 필요 없다. 그냥 손으로 모래를 한 웅큼 쥐어보면 손가락 끝에 조개 껍질의 매끄러움이 느껴진다.
특별한 이벤트 하나!
조석간만의 차이가 심한 사리가 있는 밤, 서포리 해안에는
골뱅이가 가득하다는 사실! 그런 날은 밤 바다 가득히 랜턴 불빛과 사람들로 채워지곤 한다. 저마다 양동이에, 비닐 봉투에 한 밤의 수확물들을
가득 들고서 터뜨리는 웃음 소리는 밤 하늘 멀리로 경쾌하게 퍼져나가 기분 좋은 울림을 만들어준다.
번잡한 사람들을 피해 보다 한적한 휴양지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진리 선착장 부근의 밭지름 해수욕장을 권한다. 이 곳 역시 고운 백사장과 송림이 우거진 곳으로 수심이 1.5m
정도로 낮아 가족 단위로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또한 밭지름 해수욕장에서 조그만 걸어나가면 천지에 널린 것이 바로 갯바위 낚시
포인트! 초보 낚시꾼의 낚시대에도 알 굵은 개우럭과 광어들이 고맙게도 입질을 해준다.
갯바위 낚시터
해수욕을 즐겼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나서보는 것도
좋겠다. 섬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비조봉(해발 292m)은 대략 2시간 이내의 코스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가족 단위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산기슭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와 주변의 섬 위로 은은한 해무(海霧)가 피어 오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비조몽 조망
덕적도 섬 한가운데에는 갈대밭이 숨어 있다.
초록빛 송림과 황금빛 갈대밭이 어우러진 풍광은 이질적인 존재들이 서로 만나 하나가 되는, 자연이 알려주는 융화의 메타포를 연출한다. 갈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거닐다가 어느 변덕쟁이 신이 있어 너른 갈대밭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며 지나가는 푸른 바람을 불게 하면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또 다른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덕적도의 숨겨진 보물, 갈대밭
갈대밭을 지나 섬의 반대편으로 가면 아름다운 낙조를
만끽할 수 있는 자갈 마당이 나온다. 서포리와 밭지름이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곳이라면, 이 곳은 세상의 온갖 사물을 제 안에 품어 놓은 듯한
바위와 자갈들이 펼쳐진 곳이다.
자갈마당에서 본 낙조
형형 색색의 자갈들을 주어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한 낮의
태양은 어머니, 바다의 너른 가슴으로 사붓이 안겨 들며 사위를 붉게 물들이게 된다. 자갈 마당, 어느 매끄러운 바위에 앉아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기대어 지는 노을 빛에 곱게 물들인 얼굴로 “사랑해” 라고 한 번 속삭여주고 싶은, 그런 마법의 순간이 펼쳐진다.
Tip!
섬이 비교적 큰 편이라 섬 내에서 걸어 다니며 관광 하기는 좀 무리이다. 숙소 주인에게 섬
관광을 문의해보자. 차량으로 섬을 일주하며 볼거리를 섭렵하는 섬투어는 알차게 덕적도를 즐기고 오는 비결이랄까? 섬 투어 비용은 4인 기준 3만원
정도이다.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낚시를 좋아한다면 온 섬이 갯바위 낚시터이므로 물 만난 고기 되시겠다. 하다 못해 서포리 선착장에서 낚시대를 드리워도
씨알 굵은 우럭이 올라온다. 초보시라고? 그렇다면 배낚시에 도전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역시 숙소 주인에게 문의하면 된다. 보통 아침
9시에 출발해서 배 위에서 중식을 먹고 오후 4~5시에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다. 운이 좋다면 돌아오는 뱃머리에 서서 낚아 올린 고기들을 치켜
들고 한껏 뽐낼 수도 있다나.
서포리 해수욕장에서는 비단 조개와 골뱅이가, 진리 선착장 옆 북리 갯벌에서는 동죽이라는 조개가 나온다. 호미나 갈퀴
같은 도구도 필요 없다. 그냥 물빠진 해변과 갯벌에 들어가 손으로 휘저으면 원하는 만큼 잡아올 수 있다. 잡아온 조개로 만드는 조개구이와
조개탕은 즐거운 시간의 덤이랄까?
비단 조개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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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가장 매력은 추억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