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야생화와 새들의 천국… 대자연이 살아 숨쉬네

鶴山 徐 仁 2006. 5. 20. 19:57

 


야생화와 새들의 천국인 군사보호구역. 천지 사방으로 대자연이 살아 꿈틀거린다. 1950년대 이래 반세기 넘게 일반인 발길이 끊겼던 민통선 내부 지역은 한마디로 딴 세상이다. 외부 손님 맞을 채비에 바쁜 해마루촌 사람들은 “이곳만큼 물과 공기,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민통선. 그동안 휴전선 인근의 군사보호구역 내에서 논밭을 일구는 극소수 실향민만 제한적으로 거주가 가능했다. 통행도 쉽지 않았다. 이 금단의 땅이 열리고 있다. 중부전선 철원 노동당 당사 등이 일반 공개된 데 이어 서부 민통선 마을인 파주 진동면 동파리(해마루촌)를 비롯해 임진나루, 덕진산성, 허준 묘 등이 잇따라 다소곳이 감추고 있던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이제 군 부대 사전허가만 받으면 일반인도 출입이 가능하다. 최근 해마루촌 일대에선 관광특수의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단체여행을 주선하는 전문여행사까지 생겨날 정도다.

◆임진나루=‘해마루촌 여행’은 자유로에서 시작된다. 곧게 뻗은 길을 따라 북으로 치닫노라면 좌측으로 한강 하류, 우측으로 파주 평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야는 더없이 시원하다. 역시 자유의 땅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인가.

자유로는 오두산성에서 한강 하류와 이별을 하고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며 임진강 하류로 접어든다. 여기서부터 임진강을 따라 왼쪽이 민통선이다. 문산대교와 국도1호인 통일로와 만나는 문산나들목 사이에는 황희정승 유적지 반구정 그리고 나들목 지척에 마침내 임진나루다.

군부대 검문을 끝내니 몸은 어느새 민통선 내 임진강변에 서 있다. 강 건너 임진나루터가 가물가물 보인다.

임진나루는 옛날 한양에서 송도를 거쳐 의주로 가려면 꼭 지나쳐야 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과거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이 수없이 전쟁을 치르며 이곳을 건넜고, 조선 선조(1567∼1608)도 임진란 때 이곳을 통해 전란을 피해갔다. 당시 강을 건너 밤길을 재촉하는 선조를 위해 율곡 이이가 정자를 태워 불을 밝혔다는
화석정이 인근 산마루에 걸터앉아 있다. 지금 임진나루 주변에는 옛 흔적은 오간데 없고 군 막사만 서너 동 세워져 있어 지형으로만 나루터임을 가늠케 할 뿐이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 위로 잠시 혼을 빼앗길 것 같은 영롱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임진나루에서 서쪽으로 10여분 이동하면 임진강 유일의 섬 초평도가 코앞이다. 51만평에 이른다는 초평도는 임진강을 좀더 쉽게 연결해 주는 통로. 동파양수장 곁으로 다가가니 초평도 너머로 고구려 때 축조했다는 덕진산성이 우뚝 서 있다. 1994년 군사유적 지표조사 때 발견된 포곡식 산성이다. 그 너머 백학산까지는 남한 측 지역이다. 임진강으로 추가령지구대가 지나가 버스투어 중 강뚝으로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색 현무암층을 관찰할 수 있다.





◇해마루촌 입구(왼쪽), 임진강 민물갯벌 가는 길


◆허준 선생 묘=조선 중기 때 선조의 어의이자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1546∼1615) 묘가 진동면 하포리에 있다. 허준 묘를 찾아가려면 대전차 저지선, 육탄 10용사가 소속돼 있던 제11연대 본부 자리, 모형JSA(공동경비구역) 등을 지나야 한다. 민통선이 군사지역임을 절감케 한다. 외래종인 돼지풀이 지천에 널려 있는 산길을 돌아 올라가니 허준의 제실이 나오고, 그 위 산 중턱에 허준 부부의 묘가 나란히 있다. 그 위로 그의 모친 묘도 조성돼 있다. 허준은 서자였기에 부친 묘는 없다고 한다.

허준 묘는 1991년 한 재미교포가 “하포리에 허준 묘가 있으니 찾아보라”는 제보로 발견됐다. 당시 파주군청에서 허준 묘터로 추정되던 곳을 발굴하던 중 4분의 1가량이 떨어져 나간 허준의 묘비를 찾아낸 것. 허준의 아들 균(파주목사)의 관도 나왔지만, 가족묘로 만들 수 없다고 해 균의 관은 제실에 보존돼 있다. 현재 이 묘역 전체는 대한형상의학회 소유로 돼 있다. 형상의학회에서 매년 한 차례 ‘한의학의 대부’ 허준의 제사를 모시고 있다.

◆이장포 민물 갯벌=허준 묘를 참배하고 나와 초평도 서쪽의 임진강변 이장포를 찾았다. 그곳 강가에서는 아주 드물다는 민물 갯벌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모래톱이 있어야 할 자리에 희한하게 갯벌이 형성된 것이다. 폭은 넓지 않지만, 좌우로 꽤 길어 보인다. 갯벌을 밟으니 발자국만 날 뿐 단단하다. 갯벌이 기름져 온갖 생물이 살고, 먹잇감을 찾으러 오는 동물도 많다고 한다. 갯벌 위로 고라니, 멧돼지 등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갯벌 앞 강물은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황복의 산란처다. 때마침 임진강 상류 쪽으로 고깃배 한 척이 지나가니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다. 임진강이 초평도를 감싸고 흐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겹고 아름다운 지형이다. 갯벌 주변으로 맹꽁이, 두꺼비가 살고 삵(살쾡이)도 나타난다고 한다. 당귀, 물쑥, 질경이가 지천이다. 가끔 해질녘에 고라니 떼가 나타나 물을 먹는다고 한다. 이날 고라니 한 마리가 갈대 숲에서 살포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해마루촌 수복마을=초평도, 허준 묘와 함께 북쪽으로 삼각점을 이루는 곳에 해마루촌이 있다. 실향민 60여가구가 현대식 전원주택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 마을에는 그 흔한 슈퍼는 없지만 노인정, 부녀회관, 공부방, 농구대, 족구장 등 공동이용시설은 풍족하다. 전 이장이자 DMZ해마루촌 발전위원회 위원장 조봉연씨 집에는 방송시설까지 구비돼 있다. 부녀회장 김경숙씨는 “해마루촌이 전면 개방되는 것은 반대”라고 말한다. 그는 소규모로 찾아오는 여행객들에 한해 민박, 식사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해마루촌은 유럽풍이긴 하지만 집이며 정원 형태가 안옥하고 평화스럽다. 마당 곳곳에는 홍매, 매발톱,
솔붓꽃 금붓꽃, 금강초롱, 제비난초, 타래난초, 쪽두리풀 등 우리 수목이며 야생화가 지천이다. 야생화만 90종이 넘는다고 한다. 지금 한창 수수꽃다리(라일락 혹은 리라)가 진한 향기와 함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부녀회에서 농촌 밥상을 정갈하게 차려 내온다. 동파리 쌀로 지은 고소하고 차진 밥맛이며 장단콩으로 만들었다는 부침개, 돌나물 등이 미각을 돋운다. 해마루촌 사람들이 지하수를 퍼올려 먹고 있다는 식수 또한 청정지역이어서 그런지 맛이 깔끔하고 속까지 시원하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마루촌 전경, 허준 묘소, 해마루촌 매발톱, 고구려 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