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쌍둥이로 태어난 진도대교와 겨울철새

鶴山 徐 仁 2006. 2. 12. 00:06
쌍둥이로 태어난 진도대교와 겨울철새
[오마이뉴스 김정수 기자] 서울에서 KTX를 타고 내려온 여행작가들이 무안의 전남도청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고, 얼마전 옮긴 도청신청사를 둘러본 후 관광버스 편으로 진도로 이동했다.

전남도청에서 실시하는 팸투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진도의 관문인 진도대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지난 8월에 다녀왔으니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진도대교와 울둘목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녹진전망대에서 내렸다. 하늘은 또다시 눈이라도 한바탕 쏟아낼 듯 잔뜩 찌푸린 얼굴이라 시야가 좋지는 않다.

▲ 진도대교 아래로 배가 지나고 있다.
ⓒ2006 김정수
발 아래 두 개의 진도대교가 해남과 이어져 있다. 국내 최초의 쌍둥이 사장교인 진도대교는 내일이면 개통식이 열린다고 했다. 진도대교는 1984년에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의 사장교로 그 길이가 484m에 이른다. V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4개의 아치가 진도의 관문을 새로운 볼거리로 만들었다.

저녁에는 처음으로 야간경관조명 점등식도 있다면서 저녁에 다시 올거라고 해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대교 건너편 해남의 굽이도는 해안선 주변에 눈이 쌓여 겨울의 한가운데 왔음을 말해준다. 대교 옆에 자리한 울둘목 관광지도 보인다. 대교 아래에는 바닷물이 소용돌이를 치는 울둘목이 보인다. 망원렌즈로 당겨서 보자 필자마저 빨아들일 기세로 쉼없이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의 지략으로 수많은 왜군들이 물 속에 수장된 것으로 유명하다. 울둘목은 장군의 3대 해전 중 하나인 명랑대첩지로 바다의 폭이 한강과 비슷한 294m 내외이다. 하지만 물길은 유속이 11노트(시속으로 환산시 1노트는 1.852km)로 동양최대의 유속을 자랑한다. 유유히 흐르는 바다가 아니라 여름철 홍수 때의 강물 속도와 맞먹는 스피드다.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왜선 300여 척을 수장시키는 전과를 올렸던 것이다. 울둘목이 왜군들에게는 지옥이 되었지만, 우리 수군들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마침 대교 아래로 배가 지나가면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낸다. 갑자기 셔터소리가 쉼없이 이어진다. 시계 초침보다 더 빠르게 셔터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발길을 돌리려던 여행작가들도 저마다 “와, 그림 좋다”그러면서 촬영에 열중한다.

20명이 넘는 여행작가들이 동시에 셔터를 누르니 요란하다. 역시 바다사진은 배가 들어가야 한결 더 역동적인 사진이 나온다. 이제껏 진도대교에 여러 번 왔으면서도 한 번도 만들지 못한 사진인데, 오늘에서야 제대로 된 사진을 담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고니도래지에서 물속을 유영하는 고니
ⓒ2006 진도군청 홈페이지
안개가 짙게 깔렸지만 오히려 이런 사진이 운치가 있다. 진도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덮힌 독굴산이 시선을 끈다. 독굴산에 짚이엉을 이어 노적더미로 만들어서 왜적들에게 군량미가 아주 많은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인근의 망금산에서는 강강수월래를 펼쳐 군사가 아주 많은 것처럼 보이기 했던 것이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한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이 일대에 그대로 녹아있다. 다시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고니도래지(천연기념물 제1001호)다. 박명선 문화유산해설사님의 설명이 이어졌는데, 백조도래지라고 하자 몇몇 여행작가분들이 백조는 일본어의 잔재라며 고니가 바른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고니도래지는 진도읍 수유리와 군내면 덕명리 해안 및 둔전저수지 주변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 고니도래지에서 고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2006 김정수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고니떼를 비롯해 두루미, 청둥오리 등 수많은 조류가 찾아오는 곳이다. 저수지와 해안에는 30여 마리의 고니와 많은 오리류의 철새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대부분 너무 멀리 있어서 300m 망원렌즈로도 잘 잡히지 않았다.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의 오리떼는 나그네들의 발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바다 속을 헤엄쳐 다닌다. 여행작가들이 한쪽으로 몰려 촬영을 시작하자 한 무리의 새떼가 편대를 이루며 멋진 비행쇼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감탄할 사이도 없이 셔터를 눌러보지만 제대로 된 새의 모습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600m 망원렌즈를 가진 선배 여행작가들이 부러울 뿐이다. 날씨가 너무 흐리다보니 ISO를 높여도 초속촬영이 쉽지 않다. LCD로 확인해보니 흰색의 고니도 모두 검은색으로 나온다. 많은 여행작가들이 한번에 움직이다보니 근접촬영이 쉽지도 않고, 낌새를 눈치챈 녀석들이 무리지어 순식간에 반대편으로 이동을 해버린다.

▲ 굴구이용 화덕은 드럼통을 잘라서 만들었다.
ⓒ2006 김정수
그러다가 3마리의 철새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와 멋진 날갯짓을 시작한다. 모델이 되어주려고 왔는데, 머리 위를 맴돌며 비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물 속에서 놀던 고니들이 한꺼번에 치솟아 오르면서 멋진 자태를 뽐낸다. 긴 목을 치켜세우며 솟아오르는 폼이 왈츠를 추는 듯하다.

고니는 긴 목선이 유난히 아름다운 철새인데, 그 선에서 느껴지는 각선미는 미스코리아들의 아름다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호수 위로 날아오르는 고니의 비행술에 그대로 빨려든다. 한 마리 새가 되어 함께 날아오르고 싶어진다. 그렇게 몇 번의 비행쇼가 끝났는가 싶으니 대부분의 철새들이 먼발치로 떠나고 없다. 더 이상 촬영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죽림굴구촌으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짭쪼롭한 바다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겨울 별미인 굴구이를 하는 좌판이 바닷가에 넓게 펼쳐져 있다. 죽림해변에 자리한 굴구이촌이다. 한쪽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굴을 까고 있고, 굴구이로 풍기는 내음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굴을 굽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둥근 드럼통을 개조해서 만든 굴구이판인데, 화덕이라 부르는 게 바른 표현일 듯하다.

▲ 잘 구워진 굴은 엄지손가락만한 칼로 까서 먹는다.
ⓒ2006 김정수
아래쪽에는 장작불을 피우는 아궁이가 있고, 위쪽의 통에 껍데기굴이 가득 담긴 채 구워지고 있다. 굴이 익어갈 동안 먼저 나온 굴회를 입속에 넣는다. 짭쪼롬한 바다 내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물컹물컹한 굴이 입 속에서 녹으며 내장으로 흘러든다.

필자가 겨울철에 즐겨먹는 굴이지만, 바다에서 갓 딴 것들이라 신선한 맛이 느껴진다. 조금 지나자 굴구이판이 펼쳐진다.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의 짧은 칼로 굴을 까먹게 되어 있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알맞게 구워진 굴은 굴회에 비해 비릿한 맛이 한결 덜하다. 잘 익은 속살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굴회보다 한결 구미가 당기지만, 껍질을 까는 작업이 간단치 않다. 다른 사람들은 잘들 까서 먹는데, 천성이 게을러서 까 먹는 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칼을 놓고 굴회로 배를 채웠다.

▲ 싱싱한 굴회는 바다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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