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注: 이 글은 소설가
金埈成씨가 ‘눈길’ 中에서 名文이라고 발췌해 보내온 것을 그대로 실었다. 金씨는 “‘고향’과 ‘어머니’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과거의 전통과
근원을 현실과 교직시켜 다뤘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 …눈길을
혼자 돌아가다 보니 그 길엔 아직도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지 않겄냐. 눈발이 그친 그 신작로 눈 위에 저하고 나하고 둘이
걸어온 발자국만 나란히 이어져 있구나. …그 몹쓸 발자국들이 아직도 도란도란 저 아그의 목소리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듯만 싶었제.
산비둘기만 푸르륵 날아가도 저 아그 넋이 새가 되어 다시 되돌아오는 듯 놀라지고, 나무들이 눈을 쓰고 서 있는 것만 보아도 뒤에서 금세 저 아그
모습이 튀어나올 것만 싶었지야. 하다 보니 나는 굽이굽이 외지기만 한 그 산길을 저 아그 발자국만 밟고 왔더니라.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너하고 둘이 온 길을 이제는 이 몹쓸 늙은 것 혼자 너를 보내고 돌아가고 있구나! …울기만 했겄냐. 오목오목 디뎌 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하게
지내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