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이는 산-
이 건 청
객사에 누워 뒤척이는 새벽,
벌레들이 운다.
벌레들이푸른 울음판을 두드려
울려내는 청명한 소리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반야봉* 하나를 뒤덮고,
마침내 그 봉우리 하나를 통째 떠메고
조금씩 떠가는 게 보인다.
새벽이 깊을수록 더 깊어진 울음의 강이
산을 싣고 흐르는 게 보인다.
아래쪽 산자락을 잘팍잘팍 적시면서
벌레소리에 떠가는 산,
골짜기의 절간까지. 싸리나무 일주문까지
벌레들이 울음소리로 떠메고
남해 바다로 가고 있는 게 보인다.
『먼지도 푸른 발바닥을 가지고 있다』: 2005 올해의 좋은 시, <한국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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