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움직이는 산/이건청

鶴山 徐 仁 2006. 2. 2. 12:09

- 움직이는 산-

 

 

이 건 청

 

 

객사에 누워 뒤척이는 새벽,

벌레들이 운다.

벌레들이푸른 울음판을 두드려

울려내는 청명한 소리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반야봉* 하나를 뒤덮고,

마침내 그 봉우리 하나를 통째 떠메고

조금씩 떠가는 게 보인다.

새벽이 깊을수록 더 깊어진 울음의 강이

산을 싣고 흐르는 게 보인다.

아래쪽 산자락을 잘팍잘팍 적시면서

벌레소리에 떠가는 산,

골짜기의 절간까지. 싸리나무 일주문까지

벌레들이 울음소리로 떠메고

남해 바다로 가고 있는 게 보인다.

 

 

 

『먼지도 푸른 발바닥을 가지고 있다』: 2005 올해의 좋은 시, <한국시인협회>. 

'文學산책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기쁨을 주는 사람  (0) 2006.02.02
[스크랩] 향기로운 너, 그리고 나  (0) 2006.02.02
여백이 있는 사람이 아름답다  (0) 2006.01.31
사랑아 사랑아 내사랑아  (0) 2006.01.31
가을영상시  (0) 200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