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注: 이 글은
1921년 ‘개벽’지를 통해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문단에 나온 작가의 장편 대표작이다. 아래 글은 김진국 교사가 발췌한 것이다. 金교사는 이
글이 “여러 문장 같으면서 사실은 한 문장으로 이뤄진 기막힌 글”이라고
했다. ----------------------------------------------------------- …덕기는
안마루에서, 내일 가지고 갈 새 금침을 아범을 시켜서 꾸리게 하고 축대 위에 섰으려니까, 사랑에서 조부가 뒷짐을 지고 들어오며 덕기를
보고, “얘, 누가 찾아왔나 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꼴 하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거야. 친구라고 찾아온다는 것이 왜
모두 그 따위뿐이냐?”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못마땅하다는 잔소리를 하다가, 아범이 꾸리는 이불로 시선을 돌리며, 놀란
듯이 “얘, 얘, 그게 뭐냐? 그게 무슨 이불이냐?” 하며 가서 만져 보다가, “당치 않은
삼동주 이불이 다 뭐냐? 주속이란 내 낫세나 되어야 몸에 걸치는 거야. 가외 저런 것을, 공부하는 애가 외국으로 끌고 나가서 더럽혀 버릴 테란
말이냐? 사람이 지각머리가…” 하며, 부엌 속에 죽치고 섰는 손주며느리를
쏘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