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나 아름다운 해로
이제야 철이 들어 세상을 제대로 볼려고 했드니
기다릴 줄 모르는 무심한 해가 먼 산등성에 걸렸으니
뉘라서 무엇으로 저 멀리 지는 해를 잡을 수 있을 까
지는 해 바라본들 뛰어가 잡을가 날아가 잡을가
지나쳐 가버린 걸 미련두어 무엇하나 남은 해 있으니
가야할 길 익혀두고 지난 걸음보다 빨리 가면 될 것을
갈 길 남았는데 지는 해 바라본들 무슨 소용있나
초행 길 나그네여 몸과 마음 다시 추스리고 가노라면
이른 불 밝혀두고 외로운 길 손 맞을 주막도 있을 터
지난 길 익혔다고 이제 와서 돌아갈 수야 있을까
다른 이 도움 없이 홀로 고생 길도 마다 않고 왔으니
익힌 걸 가지고도 미지의 남은 길은 무난하게 갈거다
동녘에 떠는 해를 보고 모두가 아름답다 하였어도
철모르고 지나치는 낮의 해가 강열한 빛을 발한다 해도
서산에 걸린 채 져가는 저녘 노을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마다 제 때에 맞추어 제 몫을 다 하는 것이거늘
어느새 밤은 다가 오는데 낮의 해를 생각하고 있을건가
왔던 길 돌아보며 철들었다 한들 갈 길을 어찌 할 건가
가는 길 두려워 이렇게 헤매이면 무슨 도움이 될가
갈수록 태산이라드니 해는 지는데 무엇을 망서리고 있나
아는게 병이 아니라면 봇짐 벗을 주막이라도 찾아나서자
글 // 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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