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출
한 낯을 뒤척이다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시간은
어론가 사라져 버렸다.
바람에 흩날리어 갈 곳을 잊은 체
눈발은 굵어져 서서히 그리고 새게
천사 같이 내려오지만
바람에 몸을 막여 버린 눈은
도로를 질주 하면서 차량대열에 끼어들고
열광 속에
몸을 채 가누지도 못한 체
눈부신 햇볓에 반사 되어
오랜 시간 멈추지도 못 하고 작은 눈물 되어
땅속을 파고든다.
오후에야 하늘이 열어준
빛을 볼 수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라 하여도
나에게는 행복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옆에서 뒤에서 등받이 되어
밀어 주던 아내가 김장을 하고 몸 저 눕다 보니
한 동안 밥상을 차려 먹으며 아내의 소중함으로
눈물 밥을 지으며 한 숟갈씩 목을 넘길 때
십수 년을 하루도 잊을 날 없이 주방에서
또 방구석 구석 누비며 무릎이 헤지도록
기었을 아내 늘 고마운 마음에 눈물 머금은
미소를 날리려 한다.
그래서 오늘은 길거리 날리는 눈을 지려
밟아 가며 산책을 하기 위해 인근 산을 향해
발을 옮기려니 발걸음은 가벼우나 앞을 막는
거센 바람이 우리를 가로 막질 않는가.
이왕 나온 김에 고집 부려 가며 산등성이를
오르락내리락 해가며 먼 산야에 하얗게
뒤덮인 산들하며 간간히 비춰지는 석양에
걸친 동넷집 모퉁이 예술인들에 손길을 거치지 않고
한 폭에 수묵화를 현장감 넘치게 감상을 해가며
걷는 걸음 기쁨이여라.
하지만 누가 누구를 보호하고 보호를 받아야
하겠는가?
그저 남편 얼 을까 염려스러운지
모자에 장갑에 입마개에 바람 스며들 틈도 없이
꽁꽁 싸라 당부 해가며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에
또 한번 감사에 눈물이 마음속에 흐르고 잊지 않은가.
그래 우린 하늘이 맺어준 이연이라면
배가 곯아도 행복하고 풍랑을 만나도 행복하고
서로 다독이는 서로에 마음이 진흙 벌에 반짝이는
진주 알갱이 주었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거세지고 하늘은 어두워
금세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으리 만큼
어둠이 밀려오니 두 손 꼭 붙잡고
내일을 위해 아니 영원히 사랑을 위해
농부가 밭을 일구고 가꾸는 정성으로
열매를 주워 담듯이
우리 둘 사랑나무 열매 주렁주렁 매달리고
떨어지는 그 날 까지 삶은 계속되리라.
李 義 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