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바라보는 한적한 농촌에 자리한 70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사방이 논밭과 과수원으로 둘러싸인 평야에 우뚝 선 주택이라 위풍이
넘친다. 미국식 경량 목구조에다 우리의 전통 대들보 서까래 구조를 접목하고, 건강성과 미관성, 실용성을 강조했다. 낙동강의 범람에 대비 기초벽을
지반에서 2미터 정도 띄움으로써, 습기 차단과 조망권 확보, 창고 공간을 갖추었다. 외벽을 흰색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침실 부분 벽체를
삼면으로 돌출시켜 그 사이에 창을 내고 시더 베벨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줬다. 이 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목재만으로 실내를 마감해 집 안에서
삼림욕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건축정보
·위 치 : 부산광역시 강서구 식만동
·부 지 면 적 : 800평
·대 지 면 적 :
245평
·건 축 면 적 : 42평
·연 면 적 : 70평(1층 42평, 2층 28평)
·건 축 형 태 : 2층 경량 목조주택
(대들보 서까래 구조)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시더 베벨 사이딩
·내벽마감재 : 원목 루바, 원목 몰딩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이중 그림자)
·천 장 재 : 대들보, 서까래 노출+루바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상수도
설계·시공 :
상림건설(주) 상림목조주택 055-324-0488
www.sanglimh.com
질펀한 농토를 시원스레 헤집고 흐르는 낙동강 하구와 접한 부산시 강서구 식만동 중사도마을. 노관우(54세)·김정희(53세) 부부가
2004년 12월 이곳 낙동강을 바라보는 터에 연면적 70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을 지었다. 사방이 논밭과 과수원으로 둘러싸인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평지형 농촌마을에 앉혀진 위풍 넘치는 주택이라 멀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건축주 부부는 여느 전원생활자들과 달리 전원행의 첫 단추 격인
부지 마련에 따르는 수고를 덜었다. 김해군청 공무원이던 노관우 씨의 부친이 48년 전에 지금의 땅 800평을 장만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무원
관사(官舍)에서 살다가, 이곳에 기와집을 짓고 이주하던 때를 이렇게 회고한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거예요. 선친(先親)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농사를 짓겠다며 이곳으로 이주했지요. 낡은 초가집이 딸려
있었는데 헐어 내고, 그 자리에 기와집 세 채를 지었지요. 그때는 섬이라 건축 자재를 배로 실어 날라야만 했어요. 당시 기와집과 정원이 예쁘다고
가락 일대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많은 사람이 구경을 왔지요. 지금 돌이켜 보니, 부친은 그때 이미 전원생활을 즐겼던 거지요.”
이곳 중사도마을은, 지명에서 짐작하듯이 낙동강 한 가운데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섬이다. 예전에는 ‘딴치’라고 불렀으나 일제강점기 때
중사도로 바뀌었다. 똑딱선으로 왕래하다가, 1985년 새마을사업으로 시만마을과 연결되는 교량이 건설되면서 육지화됐다. 지금의 경량 목조주택은
기와집 세 채가 있던 245평 대지에 건축면적 45평으로 지어졌다. 건축주 부부는 8년 전 기와집 두 채가 화재로 소실된 후, 아래채를 수리해서
살았다. 하지만 습기가 차서 벽에 곰팡이가 슬어 여간 불편하지 않았기에 새 집을 지으려 했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경량 목조주택이 있는지조차 몰랐기에 경량 철골조에 샌드위치 패널로 집을 지으려고 했지요. 그러자 집도 운 때가 맞아야
짓는다는 주위의 만류로, 나이 쉬흔셋이 되기만을 기다렸지요. 그러는 동안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으로 샌드위치 패널이 불에 취약하다는 걸 알고는
철근콘크리트주택을 생각했는데 이번엔 시멘트 독(毒)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요. 가족을 위해 주택을 쉽게 지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 짓기
2년 전부터 월간 《전원주택라이프》를 구독했지요. 그러면서 경량 목조주택과 상림건설을 알게 됐고, 지금 이렇게 살기에 편안하고 보기에 아름다운
집을 지었으니… 운 때가 맞기를 기다린 보람이 있나 봅니다.”
건강, 미관, 실용, 삼박자 갖춘 집
건축주 부부는 본지(本誌)를 보고, 집에서 20여 분 거리인 김해시 전하동에 위치한 상림건설을 방문했다. 첫 상담에서 경량 목조주택의
구조적 특징과 시공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데에 호감을 가졌다고.
“상림건설에 설계·시공을 맡긴 이유는, 정통 미국식 경량 목구조에다 우리의 전통 대들보 서까래 구조를 접목시켰기 때문이지요. 기와집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면서 건강성과 미관성, 실용성을 두루 갖췄더군요. 무엇보다 시공한 양산, 울산, 진해 등지의 주택을 네댓 채 방문했는데,
건축주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지요.”
설계 협의 시에는 강물의 범람과 습기를 염려했다고 한다. 집터가 천정천(天井川)인 낙동강 하류라 기와집에 살 때, 강물이 두 차례
앞마당까지 범람했으며, 실내에 습기가 차서 고생했던 기억 때문이다. 이에 상림건설(주)의 박재환 기획실장은, 1층 바닥을 제방 높이만큼 지반에서
띄우자는 제안을 했다고.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낙동강 하구에 제방이 쌓여 있어 범람에 대한 문제는 줄었지요. 그렇지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갖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기초벽을 제방에 맞추어 2미터 높이로 띄우자고 제안했지요. 습기를 완벽히 차단해 구조체를 보호하면서 집
안을 쾌적하게 하고, 보다 나은 조망권을 확보하고, 또한 그만큼의 공간이 생겨 창고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지요.”
상림건설(주)는 마음을 담아 집을 짓는다며, 그 결과에 만족스러워하는 건축주 부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습기가 전혀 없어 집 안이 뽀송뽀송한 게 쾌적하기 이를 데 없어요. 2500평의 논농사와 3000평의 밭농사를
짓기에 각종 농기구를 보관할 창고가 필요했는데, 덤으로 창고까지 얻었지요. 또한 주택 뒷면을 제외하고 삼면에 덱을 널찍하게 냄으로써, 그 밑에다
자주 사용하면서 비를 맞춰도 되는 농기구들을 보관하게 됐지요.”
동선과 프라이버시 강조한 집
이 주택은 넓은 정원 가득 잔디가 파릇파릇하게 깔린 데다 지면에서 높이 띄워 집을 앉힘으로써 성채(城砦)를 연상케 한다. 외부 마감재를
보면, 물매 가파른 박공(맞배)지붕에는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슁글을 얹었으며, 벽에는 흰색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침실 부분 벽체를 삼면으로
돌출시켜 그 사이에 창을 내고 시더 베벨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줬다. 특히 9미터짜리 구조용 목재(10″×10″)를 한번에 세운 포치형 현관은,
이 주택을 더욱 웅장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건축주 부부는 처음 50평을 생각했으나, 원하는 공간을 구획할 수 없어 20평을 더 넓혔다고.
“1층은 우리 부부가 사용하고, 2층은 자식들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1층의 경우 농사를 짓다 보니 주방이 지저분해지기 쉬우므로
다용도실에 신경을 많이 썼지요. 또한 작업실 겸 손님을 위한 방과 제사 용품을 보관할 수납실도 필요했고요. 2층에는 아들 방과 서재 그리고 시집
간 딸이 왔을 때 편히 사용할 방 등을 넣다 보니 면적이 늘어났지요.”
그렇게 해서 1층에는 계단실과 마주보는 현관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거실과 주방 겸 식당 그리고 덱과 통하는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좌측에는
드레스-룸과 부부 욕실이 딸린 침실, 욕실, 작업실 겸 게스트 룸으로 배치했다. 우측 공용공간은 동선(動線)을, 좌측 사적공간은 프라이버시를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아일랜드형 주방 가구로 꾸민 주방의 경우, 입구를 부분 개방하여 거실에서 식탁이나 싱크볼과 쿡탑이 보이지 않게 했다.
좌측 사적공간의 경우, 중문을 설치한 현관이나 거실에서 각 실의 출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2층에는 복도식으로 작은 거실과 두 개의 침실, 욕실, 수납실을 배치했다. 그리고 1층 주방 겸 식당 위에 뻐꾸기창을 낸 다락방을 드려
서재로 사용하도록 했다. 보와 서까래를 노출시킨 거실 천장의 경사면이 2층 거실 앞까지 이어져 개방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채광과 조망을 고려해
동쪽에는 고창을, 남쪽에는 발코니를 냄으로써 분위기가 한결 밝고 화사하다.
이 주택의 벽체는 경량 목구조로 샛기둥 사이에
인슐레이션(R-30)을 넣고 내벽은 MG 보드, 루바 순으로, 외벽은 OSB, 타이벡, 시멘트 사이딩 순으로 마감했다. 무엇보다 목재만으로
실내를 마감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물 사용이 많은 욕실과 주방 벽체 일부, 다용도실을 제외하고 모두 레드 파인(Red Fine) 루바로,
대들보는 길이 6미터 더글러스 퍼(Douglas Fir)로, 몰딩재는 스프루스(Spruce)로 마감했다. 경량 목조주택에 사용하는 대표적 외국산
소나무들인데 세월이 흐를수록 색이 균형을 이루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집 안에서 마치 삼림욕을 즐기는 느낌이라는 건축주 부부.
“무더운 날, 농사일을 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조습 기능이 뛰어나서 그런지 상쾌해요. 소나무 특유의 나무 냄새와 아름다운 나뭇결은, 마치
삼림욕장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요. 집을 짓고 나니 사람들이 목조주택을 선호하는 까닭을 알겠더군요.” 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