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자유화와 시장경제 만능주의
경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8일 "최근의 한국경제는 성장도 분배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최근 재정경제부가 강조하고 있는 고용창출을 위한 서비스업 활성화나 시장경제 및 개방경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과장되거나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주장을 폈다. 장 교수는 이날 한국은행 출입기자들과 가진 토론회에서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며 5% 성장이 낮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잠재력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소 시험에서 90점을 받는 학생이 갑자기 70점으로 점수가 떨어지면 부모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비유했다. 장 교수는 또 "더 큰 문제는 7~8%에 달하던 성장률이 3~4%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안 소득분배가 더 불평등해 졌다는 점"이라며 "이대로 놔뒀다가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무조건적인 글로벌화와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글로벌화를 주장하는데 국제자본시장에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며 "미국의 증시자금 1~2%면 한국 증시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가령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인수하지 않고 국내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인수했으면 특검을 수차례 했을 것"이라며 역차별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최근 서비스업을 우선시하고 있는데 서비스업에 기대어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며 "역사적으로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의 중심지는 제조업의 중심지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와 개방을 주장하는데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의 과잉고용이 심각한 상태여서 모두 개방하고 자유화하면 실업률이 10~15%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밖에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자유방임주의를 강조하는 정부관료는 사표를 내야 한다"며 정부역할론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
2005.12.28 15:04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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