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요즘 그리스도인들이 섬기는 초월적 절대자의 이름으로 '하나님'과 '하느님'의 두 가지를 주로 씁니다. 한때 천제(天帝)와 상제(上帝) 등의 한자 이름이 쓰이기도 했고, 또 천주(天主)와 신(神)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제와 상제는 20세기
초반부터 중반 사이의 어느 시점부터 문헌에서 사라졌고,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오래 써온 천주라는 이름도 지금은 '하느님'이라는
이름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신'이라는
이름은 아직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저는 다른 글에서 그게 영 마뜩치 않다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간단히만
요약하자면 한국 사람들의 문화적 유전인자 속에 박힌 신이라는 이름은 그리스도교의 절대자를 가리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개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점을 생각하면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그리스도교의 초월적 절대자 이름은 '하나님'과
'하느님'으로
좁혀져 있는 셈입니다.
요즘
항간에 '하나님'이
맞느니 '하느님'이
맞느니 토론이 격렬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인터넷의 아무 포탈 싸이트에 가서 검색창에
'하느님 하나님'
이렇게
두 낱말을 써넣고서 엔터를 쳐보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페이지당 열 개씩 열 페이지 이상의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하나님/하느님의
이름은 그만큼 화제 거리,
아니
논쟁거리라는 말입니다.
뭐,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닙니다.
이런
격렬한 토론을 통해서나마 초월적 절대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요.
인터넷
게시판의 토론과 댓글을 읽다보면 '하나님'파와
'하느님'파의
공방이 치열하기는 하지만 참가자들의 입장은 제 각각입니다.
우선
그 논쟁에 목숨이라도 걸린 듯 심각하게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하나님'파의
태도가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종교 일반에서 두루 쓰이는 보통명사일 뿐이고 그리스도교의 절대자는 '하나님'이라고만
불러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한편,
'하느님'파는
'하나님'파의
주장을 강변으로 보면서도 그걸 굳이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둘
다 틀린 이름은 아니지만 문법적으로나 용례적으로
'하느님'이
더 옳다는 것이지요.
세
번째는 주로 천도교와 대종교,
단군교
등의 한국 전래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로서 '하나님'이고
'하느님'이고
간에 모두 한국에서 섬겨온 고유의 절대자 이름인데 그걸 그리스도교가 제 마음대로 차용해 쓰는가 하면,
마침내
그 뜻마저 난도질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끝으로
그리스도인이 아니거나,
혹은
그리스도인이지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이는 냉소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실제가
중요하지 이름이 그리 대수냐'는
것이지요.
이런
각각의 입장은 뒤에 좀 더 자세히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소 복잡하면서도 격렬한 토론을 읽노라면 저로서는 웃음이 나옵니다. 논쟁 당사자들의 심각성이나 진정성을 무시해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별 소리들을 다한다'는 식의 비웃음이거나 차가운 웃음도 아닙니다.
그것은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허탈한 웃음입니다.
논쟁에
동원되는 주장들 중에는 정확하지 않은 게 많고,
인과
관계나 선후 관계가 뒤죽박죽인 것도 많습니다.
정확하고
믿을만한 자료를 사용한 논쟁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개의
논쟁은 추측에만 근거를 두고 있어서 공연한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그런
논쟁을 읽다가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자료가
정확하고 주장이 명확하다면 그렇게들 얼굴 붉힐 일들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논쟁 자체가 불필요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믿을 만한 자료들을 사용해서 그 논쟁의 내용들을 한번 꼼꼼히 짚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그런 게 '평미레'가 할 일입니다. 평미레는 옛날 싸전에서 됫박이나 말통에 곡식을 잔뜩 쌓은 다음 그 윗 부분을 싸악 깎아서 정확한 한되나 한말을 재어내기 위해 쓰이던 둥근 막대기지요.
곡식
대신 말과 의미를 모으고 깎아서 정확한 논의를 살피자는 뜻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이곳 평미레입니다.
이렇게
말과 개념과 주장을 모아서 평미레질을 해 나가다 보면 쓸모 없는 주장이나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두고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주장과 논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계속)
평미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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