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른 외부인사 오면 건학 이념
훼손 불가피"
가톨릭계만큼 통일적이지는 않지만 반발 수위가 오히려 더 높은 곳은 기독교계다.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사립학교법 개정안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불교계도 "사학법을 통해 사학의 운영 주체를 바꾸는 것은 사학제도의 근본을 부정하고, 종립(宗立)학교의 건학이념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 종교계의 반대 이유는=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장인 이병호 주교는 "공립학교가 생기기 전부터 천주교는 이 땅에 첫 번째 학교를 세웠고 한결같은 이념을 추구해 왔는데,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사학의 이상을 실현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개정 사학법이 얼마 남지 않은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학재단이 비리 집단으로 매도되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종교계는 사학비리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전체 사립학교의 24.4%가 종교계 소속 학교들인데 이 중 학교 운영이 안 될 정도로 분규에 휘말리거나 비리가 발생한 곳이 현재 거의 없다. 또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개정 사학법 통과로 "사학의 족벌경영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종교계 사학은 족벌경영과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 사학법이 종교계 사학까지 옥죄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교 교육이 아예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종교계 인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사진에 특정 이념을 지닌 외부 인사가 들어오면 건학이념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학교연맹 관계자는 "기독교계 소속 학교가 다른 교계 학교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사학법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종교계 사학의 힘=종교계가 소속 학교 폐쇄나 배정 거부 등을 하기로 결정하면 그 효과는 일반 사학법인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이사회의 면면을 보면 이사회의 결정이 심지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까지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연합회 이사는 총 8명이다. 가톨릭대 재단인 가톨릭학원 이사장 정진석 대주교를 비롯해 전국 가톨릭계 초.중.고교 및 대학교의 학교재단 이사장이 연합회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연합회의 결정에 따라 일시에 학생 모집을 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톨릭계는 한번 결정하면 모든 학교 현장에 동시에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독교계의 한기총도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사학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먼저 요구할 방침이다. 그런 뒤 사학법인연합회의 대응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종교계의 반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종교재단이 정관을 정해 개방형 이사의 자격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 이사로 들어와 이사회를 흔들지 못하도록 시행령 등에서 개방형 이사의 자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강홍준.고정애 기자 <kanghj@joongang.co.kr> |
2005.12.15 05:05 입력 / 2005.12.15 09:3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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