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스크랩] 내가 쓴 연애편지 / 정호승

鶴山 徐 仁 2005. 12. 14. 19:35

내가 쓴 연애편지 / 정호승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별들이 하나씩 있지. 우리가 사랑 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슴속에 있는 그 별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야. 밤하늘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빛나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별들이 많기 때문이야. 우리의 만남에는 어떤 절대자의 힘이 작용되었을 거야. 그건 분명해. 난 지금까지 널 만나기 위해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은 자기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게 가장 중요해.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 데 따라서 인생이 달라져. 그동안 내가 어떤 부도를 만났느냐. 어떤 스승을 어떤 친구를 만났느냐 하는 것은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어떤 여자를 만날 것인지는 널 만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어. 이제 널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뻐. 정말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야. 우리는 무엇보다 중매로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는 한때 중매를 통하여 평생 같이 살 여자를 만나게 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던 적이 있어, 중매는 자칫 잘못하면 사랑의 바탕도 없이 조건적, 타산적, 이기적인 결혼으로 몰고 갈 위험이 다분히 있거든. 중매라는 형식 자체보다는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세속적인 모습이 나는 싫어. 나는 내 삶의 자유스러운 형태 속에서 운명적으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되길 원했는데, 이제 널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 정말 신의 축복을 받은 거 같애. 우리들의 사랑에는 신의 축복이 있어야만 해. 나는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널 사랑할 때와 사랑하지 않을 때와 세상 모든 것이 어쩌면 그렇게 달라 보일 수 가 있을까. 함께 오가던 집 앞의 골목길도, 버스정류장 앞에 모인 사람들도, 거리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도, 플라타너스 잎새에 스치는 한 줄기 바람과 햇살까지도 예전에 보고 느끼던, 그런 것들이 아니야. 심지어 시내버스가 내뿜고 가는 매연까지도, 쥐약 먹은 쥐들이 물을 찾다가 그대로 죽어 있는 시궁창까지도 내겐 아름답기 그지 없는 하나의 풍경이야. 그뿐만이 아니야. 버스를 타고 무악재 고개를 수 없이 오가면서 본 인왕산이 갖가지 형태의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그 인왕산 너머로 펼쳐진 하늘이 청자빛처럼 곱고 푸르다는 사실도, 비가 오다가 갠 날 밤에는 인왕산 밤하늘에 유난히 달무리가 곱게 진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밤하늘에 별이 많다는 사실도, 난 너를 사랑함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었어. 예전에는 밤하늘을 쳐다보아도 별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널 사랑하고부터는 밤하늘에 왠 별들이 그렇게 반짝이던지... 우리의 사랑을 신념화해야 해. 릴케가 그렇게 말했어. 감정을 신념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건 인간의 감정만큼 변하기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거야. 사랑의 감정도 변하기 쉽기 때문에 신념화하는 것만이 그 사랑을 변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거야. 사랑한다는 감정의 기초가 튼튼하면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적어도 우리한테는 말이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을 필요로 해. 우리는 서로 자라온 성장과정이나 환경, 형성된 성격이나 인격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나 미래에 관한 꿈, 소망 등 모든 것이 다 달라 . 그런데 이렇게 다른 두 개체의 만남이 결혼까지의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또 어떠한 것이 가장 필요한 것일까? 내 생각엔 무엇보다도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성실한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돼.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야. 이해할 수 없으면 사랑할 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방에 대해 진실되지 않으면 안돼. 그래야만 그 진실을 바탕으로 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형성될 수 있는 거야. 서로 믿음 없이는 사랑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우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해. 사랑도 노력이야, 또한 용기이기도 하고, 어떤 죽음보다 강한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어. 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그런 열정적인 꽃들이 좋아. 너도 잘 알겠지만 개나리, 진달래, 목련, 매화 같은 꽃들이 바로 그런 꽃들이야. 다른 꽃들은 잎이 난 뒤에 꽃이 피는데, 유독 그런 꽃들만은 그렇지가 않아. 겨우내 꼭 죽은 것 같기만 하던 가지 어디에 그런 꽃들이 숨어 있었는지 정말 신비한 일이야. 나는 그런 꽃들을 볼 때마다 나도 그런 꽃들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출처 : 블로그 > 살며, 사랑하며... | 글쓴이 : 초원의 빛이여!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