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비교. 통계자료

차는 멀쩡한데 사람은 죽는다?-당신의 차는 안전할까

鶴山 徐 仁 2005. 12. 14. 17:31
 

차는 멀쩡한데 사람은 죽는다?-당신의 차는 얼마나 안전할까

 

최근에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시는 분과 차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대단히 흥미로운 데이터를 갖고 계시더군요.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쳐서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의 경우 사고차량의 차종을 기재하도록 돼 있답니다. 그 분은 개인적 관심 차원에서, 몇년동안 그 응급실에 들어오는 사고환자 또는 사망자와 사고차량의 차종을 조사해 교통사고 상해와 차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동안 봐온 사건들이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일반화할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그 분의 정리에 따르면 충돌사고에서 더 안전한 차량과 더 위험한 차량이 확실히 갈립니다. 어떤 경우는 차는 멀쩡한데 탑승자만 사망한 경우도 있었구요. 어떤 경우는 심각한 충돌로 차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119 구조대가 겨우 문을 절단하고 사람을 꺼냈는데(아무도 살아있을거라고 예상못했답니다) 사람은 멀쩡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어떤 SUV의 경우는 유독 전복사고(Rollover)가 많았는데, 또 전복될 경우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더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개인이 분석한 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차종의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역시 사고 또는 사고시 치명적 상해를 입을 확률이 차종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내의 경우 차종별 교통사고의 유형과 사망률 같은 것이 축적돼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조사해보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데이터라 생각됩니다. 경제나 환경을 생각한다면 기름 한방울 안나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경차나 소형차 타고 다니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서울 도심에서도 위험천만한 상황이 매일같이 연출되는 것을 보면 역시 조금이라도 안전한 차를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도 됩니다.(물론 작고 안전한 차도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SUV의 경우 이중적인 면이 있습니다. SUV가 세단과 정면충돌할때 세단이 더 큰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일단 SUV 차체가 무겁고 크기도 하거니와, SUV는 범퍼가 높기 때문에 세단의 범퍼와 부딪치는게 아니라 그 위쪽의 라디에이터 그릴 쪽을 치게 됩니다. 세단의 경우 범퍼부터 치고 들어가는 충돌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범퍼 위부터 밀고들어오면 아무래도 운전석 내부로 대쉬보드가 침범할 확률이 더 높겠지요. 하지만 SUV는 무게중심이 높다보니 차가 뒤집힐 가능성이 세단보다 높아서 의외로 치명적인 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복사고는 미국의 경우 전체 자동차사고의 3%에 불과하지만 사망사고의 33%가 전복사고와 연관돼 있다고 합니다.

 

 

또 최근에 나온 국산차들의 경우 충돌 안전성이 10여년전 이전에 나온 차들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됩니다. 아시겠지만 차라는 것은 충돌때 무작정 안부서진다고 좋은게 아닙니다. 충돌시의 엄청난 충격을 어떻게든 차체가 받아 분산시켜 사람에게까지 전달되는 정도를 최대한 줄이는게 중요합니다. 차야 부서지면 또 살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사람은 신체의 모든 장기나 뼈들이 고정돼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어찌보면 상자속의 달걀 같은 상태입니다. 차는 멀쩡한데 사람은 죽는 것은, 차에서 흡수해야 할 충격이 사람에게 전달돼 충돌시 앞으로 크게 쏠릴 때 내부 장기가 모두 터져버리는 경우라고 하더군요.

 

따라서 충돌시 차 앞부분이 최대한 구겨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엔진룸의 기계뭉치들이 대시보드 뒤쪽으로 최대한 밀려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차가 안전한 차입니다.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중국산 SUV 정면 옵셋충돌 테스트 동영상을 보면, 운전석 에어백이 정확하게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시보드와 운전대가 너무 밀려들어와 운전자의 얼굴을 심하게 쳐내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품을 조립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오랜기간의 안전성 연구 축적과 충돌대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음은 차종별 충돌실험데이터를 공개해 놓은 외국 사이트들입니다. 국내 차종들도 상당수 있으니까, 자신의 차종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고요.(바로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사이트를 꼼꼼히 살펴보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테스트 결과 외에도 자동차 안전에 관한 다양한 뉴스와 정보를 담고 있으니,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미도로교통안전국(www.nhtsa.dot.gov)
정면충돌시험에서는 탑승자의 상해정도, 충돌 때 문이 열리는지는 않는지, 충돌 후에는 문이 제대로 열리는지, 충돌 후 연료가 새는지 4개 항목을 평가합니다. 제동성능시험에서는 제동거리와 제동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탑승자 상해 정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차를 시속 56km로 콘크리트 고정벽에 정면 충돌시켰을 때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10% 이하면 1등급(별다섯개), 20% 이하면 2등급, 35% 이하면 3등급, 45% 이하면 4등급, 45% 이상이면 5등급(별한개)입니다.

 

유로NCAP(www.euroncap.com)
1997년 설립됐으며, 현재 5개의 유럽국가와, 유럽의회, 그리고 유럽 각국의 자동차 소비자 관련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전면 옵셋충돌시험과 옆면 충돌시험, 옆면 기둥 충돌시험과 보행자 충돌시험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험 외에도 운전석 시트가 충돌사고시 운전자를 얼마나 잘 보호해주는가를 각 차종별로 테스트한 결과 등 재밌는 자료들이 많습니다.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www.hwysafety.org)
미국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인적 금전적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 비영리단체로, 연구와 운전자교육이 주된 업무입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낸 돈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전면 옵셋충돌테스트와 측면 충돌테스트 저속 뒷범퍼 테스트, 목부상 측정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자동차사고대책기구(www.nasva.go.jp)
일본 국토교통성과 자동차안전연구소가 공동으로 만든 독립행정법인입니다. 전면충돌, 옵셋충돌, 측면충돌시험, 제동력 시험, 보행자 충돌시험, 아동용시트 안전도시험 등을 합니다. 일본어가 가능한 분은 한번 들러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