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위기의 디트로이트 몰락하는 '자동차 제국' 현장르포 [上]

鶴山 徐 仁 2005. 12. 5. 04:10
도시 매출 반토막… 3교대 돌던 공장터엔 잡초만
GM 낮은 품질·강경노조등 몰락 자초
대규모 해고 앞두고 직원들 전전긍긍·지역경제 파탄… 일자리 찾아 大탈출
김기훈 특파원 khkim@chosun.com
입력 : 2005.12.04 21:09 52' / 수정 : 2005.12.05 03:10 16'


▲ 자동차 즐비했던 공장터
디트로이트 GM 공장 내 ‘뷰익’ 조립공장터. 10년 전만 해도 갓 생산된 자동차가 즐비했던 공장 앞마당에는 잡초만 자라고 있다. /디트로이트=김기훈특파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28일 오후 2시, 디트로이트에서 7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달려 도착한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GM(제너럴 모터스) 엔진공장. 지난 53년간 3000만대의 6기통 엔진을 생산해온 자동차 제국의 심장. 그러나 오는 2008년까지 문을 닫기로 결정된 낮은 회색 건물은 빗줄기 속에 처연해 보였다. 오후 2시30분쯤 작업시간이 끝나자 700명의 직원들이 한두 명씩 짝을 지어 나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지만,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뷰익(GM의 한 브랜드) 조립공장 부지. 10년 전에 문을 닫은 공장 앞마당에는 잡초만 자라고 있다. 한 직원은 “20여년 전 하루 3교대씩 돌아갈 때에는 허허벌판에 공장 건물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공장 주변의 주택들은 계단이 무너지고 지붕이 내려앉았다. 집 앞에는 쓰레기가 쌓여 폐허를 연상시킨다. 출퇴근 차량 외에는 인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후 5시가 넘으면 총소리가 난다고 한다.


‘14마일’ 도로 인근에 위치한 오클랜드 쇼핑몰 1층 의류매장 ‘비아 로마’. 백인 중산층이 주로 찾는 이 매장의 지난주 추수감사절 세일 매출액은 작년과 비슷했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 전역의 매출이 20% 이상 증가한 데 비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이다. 중국 식당 ‘엠프레스 오브 차이나’의 매니저 빈 용(35)은 “매년 손님이 10%씩 줄어들어 고민이다”고 했다. 화장품 판매업, 식당업, 세탁업을 운영하던 중소업자들은 2~3년 사이 매출이 절반으로 줄자 “이제 자동차 시대는 갔다”며 테네시, 앨라배마, 애틀랜타 등으로 엑소더스(탈출) 중이다.

‘GM(제너럴 모터스) 제국의 수도’ 디트로이트는 이처럼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만간 실행될 강력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또 저 멀리서 거세게 달려오고 있는 ‘황색돌풍’ 앞에서 두려움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GM의 몰락 원인은 ▲잦은 고장 등 낮은 품질 신뢰도에 따른 소비자의 외면 ▲고유가 시대에 역행하는 대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이클) 주력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반발로 인한 더딘 구조조정 ▲과다한 의료·퇴직 복지비용 부담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회사의 발목을 잡아온 퇴직자 의료비 지원은 자동차 한 대당 1500달러에 달한다. 이로 인한 전체 후생비는 56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GM은 도요타·현대 등과 경쟁해왔던 것.

GM은 최근 과도한 퇴직자 의료비 지원을 삭감하기로 회사와 노조측이 합의했다. 또 GM의 자회사였다가 독립한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 직원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줄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GM의 자동차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23%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GM의 회사채 등급을 기존 Ba2에서 두 단계 낮은 B1으로 강등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豊田)는 미국 내 판매대수가 지난 2000년 160만대에서 지난해 206만대로 성장, 내년에는 GM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1위로 등극하겠다고 선언했다.

GM의 구조조정 소식은 연관 회사에까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멀지 않은 세그나의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의 핸들조립공장. 이 회사 건물벽에는 붉은색의 델파이 간판과 함께 흰색의 ‘UAW’ 마크가 선명하다. 마치 회사의 주인이 둘인 듯하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파산 신청 후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직원 스카드 리치(42)는 “7000여명의 직원들이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델파이의 스티브 킴 전무는 “직원 3000~4000명이 일하던 GM의 공장이 닫게 되면 부품공장인 델파이는 6배의 직원이 영향을 받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5만~6만명의 생계가 어려워진다”고 충격파를 설명했다.

지역 경제도 말이 아니다. 30년 전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자랑하며 미국 5대 도시에 속하던 디트로이트시(市)는 수년 전부터 인구가 매주 약 500~1000명씩 줄어 현재 80여만명에 불과하다. 노스웨스트 항공사 직원은 “항공사 자체 사정도 있지만, 지역 경기가 좋지 않아 비행기 편수가 작년보다 1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주민 탈출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도 엉망이다. 소형 주택은 그럭저럭 거래가 되지만 35만달러 이상의 중·고가주택은 매물이 쌓여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라체스터에 사는 티모시 볼드윈(53)은 “60만달러짜리 2층 단독주택을 두 번이나 가격을 낮춰 내놨는데도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며 초조해했다.

불똥은 지방정부로도 번지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최근 디트로이트시(市)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 직전까지 끌어내렸다. 주정부마저 파산 지경이어서 구제금융도 받을 수 없는 상태. 연초 시의회는 1만8000명인 공무원을 1만2000명으로 줄이기로 하고, 내년에 경찰인력부터 먼저 30% 감축할 계획이다.


▲ 김기훈 특파원
미국 제조업체의 상징인 GM의 쇠락은 미국 중산층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다. GM 직원 벤저민 레이(50)는 “아버지도 GM에서 일했고 나도 지난 30년 동안 근무해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어쩌면 아이들의 주립대 등록금마저 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좋은 차, 멋진 집을 가진 중산층이 되려던 디트로이트의 아메리칸 드림이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