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김동성 작품 스토리텔링 : 빨간 우체통/이주홍
숙희네 집 앞에는 빨간 우체통 한 개가 서 있습니다.
'에 그것 참 이상하다. 이렇게 큰 놈이 어찌 저렇게 속이 비었을까?
'또 그 사람은 이 구멍에다 무엇을 넣었을까 ?
숙희는 하도 궁금증이 생겨서 집으로 쫓아가서
어머니한테 물어 보았습니다.
"응 그것은 편지 넣는 우체통이다."
옳지, 그 통에서부터 땅 속으로 쭉 구멍 이 뚫려 있구나.
그 날 어머니는 개떡을 쪄서 숙희에게 주면서 집이나 잘 보아라하고
자기는 외갓집으로 양식을 꾸러 가고 없었습니다.
옳다. 이 개떡을 아버지한테 좀 보내야겠다.'
땅 속 구멍으로 굴러갈 텐데 그 동안 썩지는 않을까?
또 흙이나 묻지 않을까 ?
그리고는 이튿날 아침 일찍이 아무도 안 보는 사이에
그 우체통 구멍에다 '탕' 하고 떨어뜨렸습니다.
저녁 때에 숙희는 산기슭까지 마중을 나갔더니 마침
어머니가 돌아왔습니다. 양식도 못 얻고 풀이 죽어 왔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이걸 왜 돌려보냈을까.
맛이 없든가보이, 아이그 참 미안해서.
숙희는 울 듯이 마음이 쓸쓸하여졌습니다.
이런 것은 우체통에 넣는 것이 아니다.
또 주소를 똑똑히 써야 되고 우표를 붙여야 한다
그 뒤부터 숙희는 우체통이란 것을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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