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지 않고는 한 편의 시도 얻을 수 없네
시/정환웅
시인은 앓아야 한다.
아니 앓아야 시가 나온다.
가을 한가운데 서서 독감을 앓았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기침 때문에
수시로 깨어 물을 마시며
잠을 청해 보지만
기침은 어느새 다가와
시인을 깨운다.
기침 기침
새벽잠을 깬 시인은
고요를 깨는 시를 쓴다.
기침 덕분에,
아니 기침을 하면서,
앓지 않고는
한 편의 시도 얻을 수 없다.
시인은 기침을 한다.
콜록 콜록
명치끝과 어깨가 뻐근해 온다.
시가 쓰여진다.
그러나 시인은 아프다.
2005.10.15